실점이 8개인데 자책점은 0?…KBO리그 5번째 ‘기묘한 하루’[SPO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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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기록상으로는 분명 최악의 하루였다. 주자들은 계속해 홈을 밟았고, 이닝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8실점. 그런데 바로 옆 자책점 칸의 상황은 달랐다. 다른 숫자 대신 깨끗한 ‘0’만이 선발투수를 반기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로버트 스탁(33·미국)이 그야말로 ‘기묘한 하루’를 보냈다.
스탁은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초반 내내 고전했다. 1회초 타선이 5점을 뽑으면서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곧바로 이어진 1회 수비에서 안타 2개와 볼넷 3개를 내줘 3실점했다.
2회를 무실점으로 넘기며 잠시 숨을 고른 스탁. 그러나 3회가 문제였다. 1사 만루에서 황재균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배정대와 오윤석, 장준원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5실점하고 말았다.
결국 스탁은 다음 타자 김민혁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최승용과 교체됐다. 선발투수의 난조로 이미 일찌감치 몸을 풀고 있던 최승용은 앤서니 알포드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준태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 스탁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최승용의 도움으로 어렵게 3회를 마친 스탁. 이날 기록은 2⅔이닝 5피안타 4볼넷 1사구 8실점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은 스탁의 자책점이었다. 단 하나의 자책점도 올라가지 않은 채 무자책점이 기록됐다.
이유가 있었다. 1회와 3회 실점 상황에서 모두 이닝 종료를 막은 실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먼저 1회에는 1사 1루 박병호의 타석에서 1루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미스가 나왔다. 4구째 평범한 파울플라이를 놓쳤다. 발만 쫓아가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발걸음이 느린 페르난데스는 이를 뒤로 빠뜨렸다.
이렇게 아웃을 면한 박병호는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만루에서 장성우가 3루 주자 알포드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유격수 땅볼을 때렸다. 만약 2아웃 상황이었다면 kt는 여기에서 득점 없이 이닝을 마쳤겠지만, 1회는 끝나지 않았고 황재균의 2타점 중월 2루타로 스탁의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물론 자책점은 계속 0이었다.
3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선두타자 알포드의 땅볼 타구. 이를 잡은 유격수 안재석의 바운드 송구를 1루수 페르난데스가 놓쳤다. 실책은 안재석에게 주어졌지만, 어렵지 않은 바운드를 처리하지 못한 페르난데스의 수비도 아쉬웠다.
무사 1루로 몰린 스탁은 강백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은 뒤 장성우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황재균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같은 경우였다. 만약 알포드가 아웃으로 물러났다면 황재균의 타석을 끝으로 3회가 끝나야 했지만, 이닝은 계속됐다. 이어 배정대의 1타점 중전 적시타와 오윤석의 2타점 중전 적시타 그리고 장준원의 2타점 우전 적시타가 연달아 나오면서 스탁의 실점은 5점까지 올라갔다. 물론 이번에도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스탁의 이날 기록은 2⅔이닝 5피안타 4볼넷 1사구 8실점 무자책점이 됐다. 평균자책점 역시 3.08에서 2.99로 떨어졌다.
한편 스탁의 8실점 무자책점은 40년 KBO리그 역사에서 이제 겨우 5차례만 나온 귀한 기록이기도 하다. 1985년 4월 16일 삼미 슈퍼스타즈 신태중이 인천 OB 베어스전에서 이를 처음 기록했고, 한동안 이와 같은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가 2015년 7월 9일 KIA 타이거즈 홍건희가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8실점 무자책점을 작성했다.
이어 LG 트윈스 데이비드 허프가 2016년 8월 2일 잠실 두산전에서 같은 기록을 남겼고, 2020년 10월 22일 두산 김강률이 잠실 kt전에서 1이닝 동안 8실점 비자책점을 기록했다.
이 부문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2017년 불명예 은퇴한 유창식이다. 한화 시절인 2011년 10월 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0⅔이닝 동안 10실점했는데 자책점은 1점만 기록됐다. 무려 9점이 비자책으로 처리돼 이 부문 최다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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