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고의4구는 어쩌면 타자의 훈장 중 하나다. 물론 경기 상황에 따라 타자 상관없이 베이스를 채우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가 부담을 느끼는 타자를 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고의4구 순위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상위권에 있는 타자들은 역시 대다수 팀의 주축이거나 그간 좋은 타격 성적을 거둔 타자들이었다. 이중에서도 이정후(24‧키움)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건 올해 그의 타격 생산성을 생각할 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정후는 6월까지 총 10개의 고의4구를 기록해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6월 30일 고척 KIA전에서도 승부처에서 고의4구가 나왔다. KIA는 4-3으로 앞선 7회 1사 2루에서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자 아무런 미련 없이 고의4구 사인을 냈다. 이정후는 타석에 제대로 서보지도 못한 채 1루로 가야 했다. 마운드에는 필승 셋업맨 전상현이 올라 있었지만, 타자가 이정후고 1루가 비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의4구를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KIA는 실점하지 않아 이 작전이 성공했다.
이정후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정후는 올해 타격에 눈을 떴다는 표현이 모자라 타격 기술에서 리그를 평정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시즌 74경기에서 타율 0.349, OPS(출루율+장타율) 1.002를 기록 중이다. 지금 시점에서 시즌이 끝난다고 가정하면, 가장 강력한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이정후가 3할대 중반의 타율을 기록한다는 건 이제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14개의 홈런까지 치며 홈런 부문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정확성에 장타력까지 완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까지 붙잡고 있다. 바야흐로 완전체 선수가 되는 느낌이다.
이정후의 타격 페이스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고의4구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정후 개인 한 시즌 최다 고의4구 기록(2020년 6개)을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신했다.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고의4구가 12개였는데 올해 전반기에만 10개를 기록했다는 건 그에 대한 두려움과 견제가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대호 이후 첫 한 시즌 고의4구 20개 이상을 기록할 선수가 될 확률도 높다.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20개 이상의 고의4구를 기록한 선수는 역사상 총 5명(이종범, 호세, 양준혁 2회, 이대호, 김기태)에 불과하다. 가장 근래 기록은 2007년 이대호로 당시 25개의 고의4구를 기록했다. 2007년 이대호는 당시 조정공격생산력(wRC+)이 무려 194.2에 이를 정도의 강타자였다.
다만 키움으로서는 과제도 확인한 장면이었다. 사실 키움으로서는 상대가 이정후를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승부하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이정후 뒤에 나서는 타자만 강해도 고의4구 작전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고의4구뿐만이 아니다. 이정후 다음 타자가 약하면 꼭 고의4구가 아니더라도 유인구 위주의 까다로운 승부를 할 수 있다. 방망이가 나오면 좋고, 아니면 걸어 나가라는 식이다.
이정후는 올해 대다수의 경기를 3번 타순에서 보냈다. 키움은 6월까지 시즌 76경기를 치렀는데 이중 72경기에서 선발 3번 타자가 이정후였다. 그렇다면 4번 타자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다. 올해 키움에서 가장 많이 4번 타자로 나선 선수는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43경기)였다.
엄청난 이름값을 가지고 있어 큰 기대를 모았지만, 푸이그의 올해 성적은 분명 실망스럽다. 시즌 64경기에서 타율 0.232, 8홈런, 32타점, OPS 0.722에 그쳤다. 득점권에서의 해결사 능력도 보여주지 못해 결국은 4번 타순에서 하위 타순으로 내려와야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허리 쪽이 좋지 않아 전열에서 이탈해있다.
키움은 콘택트 위주로 타순을 짜고 있다. 화끈한 장타를 가진 선수가 부족하다면 연결력이라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펀치력이 있는 푸이그의 정상적인 가세는 더 중요하다. 이정후의 기량과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멀쩡한 푸이그가 선결 과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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