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성수동, 신원철] 6월 30일 오전 11시 성수동 연무장길, 비 오는 평일 오전인데도 10여 명의 팬들이 KBO 팝업스토어 '오픈런'에 나섰다. 개장 후 두 시간 동안 방문객이 100명 이상. 아무리 팝업스토어 격전지로 유명한 성수동이라지만, 장마철·평일·오전이라는 불리한 여건상 한 시간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이번 KBO의 새로운 시도는 팬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 1층에서 KBO 일러스트를 활용한 생활용품을 볼 수 있다. '프릳츠커피'로 레트로 디자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조인혁 작가와 KBO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들어진 맥주컵, 컵홀더, 인센스홀더 등 다양한 상품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자 팝업스토어가 아닌 카페 방문이 목적인 이들도 관심을 보였다. 사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 창가 좋은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KBO 관계자는 "티셔츠가 많이 나갔다. 일회용 사진기는 제작한 개수에 비해 판매 속도가 빠르다. 러기지태그와 기념구도 반응이 좋다"고 얘기했다. 아직 입고되지 않은 병따개와 모자도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KBO 콘텐츠팀 관계자는 "가능한 다른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들보다 가격을 싸게 책정하려고 했다. 판매 수익은 모두 기부한다"고 밝혔다.
판매하는 상품 옆에 마련된 엽서와 스티커는 공짜다. 마음껏(양심껏?) 가져가면 된다. 지하 1층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뽑기 이벤트에도 참가할 수 있다. 판매하지 않는 세 가지 디자인의 배지, 블루베리맛과 레몬맛 두 가지 수제사탕을 뽑을 수 있는데 뱃지를 기대했지만 레몬맛 사탕이 나와 울면서 지하로 내려갔다. 이 사탕도 수제사탕 전문가가 만든, KBO가 신경 써서 준비한 선물이다. 제작 의뢰에서 입고까지 무려 한 달이 걸렸다고. 먹어보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달지 않은 디저트'라 그 인기가 이해가 갔다.
지하 1층에는 KBO 아카이브 수집품이 전시돼 있다. 더그아웃과 그라운드를 모티브로 한 포토존이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지만, 정해진 곳이 아닌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게 전시품 배치에 신경을 썼다. 친절한 직원들이 무릎과 허리를 아끼지 않고 최적의 구도를 찾아 직접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3층에서는 야구 소품을 활용해 '네컷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네컷사진을 찍고 나니 점심시간이 20분 남아 초조해 보이는 두산 팬 장준혁(29) 씨를 붙잡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는 "팝업스토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이라 커피 마시러 왔다가 KBO 팝업이 있어서 들어와봤다"고 밝혔다.
성수동이 직장이라 다른 팝업스토어도 자주 찾아가봤다는 그는 "KBO에서 준비했다고 해서 놀랐다. 협회가 하는 행사는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전시도 굿즈도 다른 팝업스토어 못지않게 세련됐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팝업에도 네컷사진은 있는데 브랜드 프레임 정도만 준비한 경우도 많다. 여기는 배경이 잘 꾸며져 있고 준비한 소품도 다양해서 재미있었다"고 얘기했다.
콘텐츠팀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구상한 것은 3월부터였다. 장소부터 고민이었다. 성수동이 갖는 특성상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봄부터 장소를 물색했는데 성수동이 워낙 팝업으로 인기가 많은 지역이라 대관이 쉽지 않았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행사라 준비 단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팬들에게도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신경썼다. 지금까지 KBO가 제작했던 굿즈들과 결을 달리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응을 보니 지방에서도 할 계획이 없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을 계기로 다음에는 야구단이 있는 지방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밝혔다.
KBO 팝업스토어는 이달 10일까지 열린다.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위치가 2호선 성수역에서 멀지 않고, 근처에 '디올 성수' 등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핫플' 카페·맛집 등이 즐비해 찾아갈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LG 이영빈이 좋아하는 편집매장, kt 황재균이 지인들과 동업하는 카페도 멀지 않으니 야구선수들의 취향을 간접 체감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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