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좋은 세부지표에도 불구하고 유독 승운이 없는 알버트 수아레즈 ⓒ곽혜미 기자
▲ 비교적 좋은 세부지표에도 불구하고 유독 승운이 없는 알버트 수아레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전통의 지표 중 하나는 역시 승리다. 예전에 비해 그 가치가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을 잘 던져야 따라올 가능성이 높은 수치이기에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승패만 놓고 보면 삼성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33)는 그렇게 좋은 투수가 아닐지 모른다. 수아레즈는 시즌 24경기에서 135이닝을 던지며 4승7패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수아레즈를 ‘나쁜’ 혹은 ‘그저 그런’ 투수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던진 내용에 비하면 승운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8월 31일 대구 SSG전에서도 그랬다.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조기 등판한 마무리 오승환이 1-0으로 앞선 8회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가 날아갔다. 팀이 이기면서 수아레즈 또한 활짝 웃는 표정으로 끝내기 세리머니에 동참하기는 했으나 아마도 삼성의 구성원과 팬 모두가 수아레즈에게 마음의 빚을 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올해 삼성이 영입한 수아레즈는 시즌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중이다. 24경기 중 1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거뒀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1.20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삼성의 에이스는 데이비드 뷰캐넌이지만, 수아레즈 또한 세부 지표만 보면 뷰캐넌 못지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만 구원투수가 수아레즈의 승리 요건을 10번이나 날렸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31일 경기처럼 타선이 수아레즈에 든든한 득점 지원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간신히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불펜이 그 리드를 못 지키는 합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전체 실점의 25.5%가 비자책점이기도 하다. 올해의 불운남이라는 타이틀이 실감 난다.

김성배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 및 야구아카데미 LBS 대표는 이날 투구에 대해 힘을 높게 평가했다. 김 위원은 “그간 투심패스트볼 피안타율이 다소 높았는데, 오늘은 포심이 많았다”고 했다. 실제 수아레즈는 이날 전까지 투심패스트볼 비율이 20.8%, 포심패스트볼 비율이 30% 남짓이었다. 그런데 투심의 피안타율이 0.358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날은 포심패스트볼 비중을 46.3%까지 확 끌어올렸다. 투심은 거의 던지지 않았다. 

김 위원은 “같은 패스트볼 계열인 투심이 밋밋했다면 포심과 같은 타이밍에 나가다 타자들에게 많이 공략을 당했을 것이다. 이를 인지한 것인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게 주효했다. 속구 비율을 높이고 하이패스트볼을 앞세워 강력한 구위로 승부했다”면서 수아레즈의 구위에 호평을 내렸다. 알고도 쉽게 치지 못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항상 재계약 여부가 관심을 모으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수아레즈는 재계약으로 가야 할까. 김 위원은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은 “구위나 제구 등 투수들이 갖춰야 할 조건들이 전반적으로 좋다. 가지고 있는 모든 구종들도 다 좋다. 체인지업도 잘 던지고, 슬라이더도 괜찮다”면서 “무조건 잡아야 한다. 잡지 않으면 다른 팀에서 무조건 데려갈 선수”라고 했다. 이래저래 우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이지만, 그래도 외국인 세 명이 모두 성공했다는 점에서 내년 고민은 다소 덜 수 있는 위안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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