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엄상백 ⓒ SPOTV 중계화면 캡처
▲ kt 엄상백 ⓒ SPOTV 중계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빛바랬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투구였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이 스포츠의 속성이라지만 kt 엄상백 '생애 최고의 날'은 팀의 패배에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빛났다. 리그 최고 타선을 상대로 탈삼진 13개를, 그것도 에이스와 맞대결에서 만들었다. 선발투수 엄상백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호투였다. 

kt 위즈는 1일 수원 LG전에서 1-3으로 져 2위 추격에 실패했다. 8회까지 1-0으로 앞서다 9회 3점을 빼앗긴 채 역전패했다. 1-0 리드를 만든 주인공은 엄상백이었다. 엄상백은 커리어하이 타이기록인 7이닝과 데뷔후 1경기 최다 13탈삼진으로 LG 타선을 봉쇄했다. 

엄상백은 1회를 'KKK'로 마치며 생애 최고의 날을 시작했다. 지난해 출루율 1위 홍창기에 이어 국가대표 1번타자 박해민, 태극마크 단골 김현수를 모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회에는 문보경, 3회에는 유강남과 박해민을 상대로 탈삼진을 추가했다. 

4회 김현수와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개인 1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다. 엄상백은 신인이던 2015년 6월 19일 광주 KIA전에서 5⅔이닝 8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어 5회에는 첫 타자 로벨 가르시아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하고 개인 신기록을 9탈삼진으로 늘렸다. 

유강남 상대로는 두 자릿수 탈삼진을 채웠고, 6회 채은성-7회 오지환과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잡고 무려 13탈삼진으로 투구를 마쳤다. 여기에 7회말 황재균의 솔로 홈런까지 터지면서 엄상백의 '인생투'가 승리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9회초 2사 후 거짓말처럼 LG 타선이 터졌다. 문성주의 동점 적시타가 터진 순간 중계 화면은 패배를 면한 LG 선발 케이시 켈리에 이어 엄상백을 클로즈업했다.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엄상백은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7이닝 13탈삼진 무실점이 아니어도, 이미 엄상백은 선발 왕국 kt에서 로테이션에 포함될 자격을 보여줬다. 직전 3경기에서 18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피안타는 13개, 탈삼진은 21개를 기록했다. 이미 수준급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1일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까지도 꾸준히 시속 140㎞ 후반의 직구 구속을 유지했다. 커리어 최고의 날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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