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탁 ⓒ곽혜미 기자
▲ 스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알았으니까 던져보라고 했죠. 내가 앉아 있을 테니까. 그러다 보니까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2)과 에이스 로버트 스탁(33)은 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서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스탁이 마운드 위에서 확신이 없을 때 박세혁은 믿음을 보여줬고, 스탁은 그런 박세혁을 믿고 호투를 이어 갔다. 

스탁은 이날 7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올 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였다. 주 무기 직구의 최고 구속은 157㎞까지 나왔다. 불펜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7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7이닝 이상 투구했는데도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슬라이더(45개)를 직구(53개)만큼 던지면서 체인지업(9개)을 조금 섞어 던졌다. 

스탁은 5회초 선두타자 이대호에게 우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어진 2사 1, 2루 위기에서 정보근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0-1로 끌려가긴 했지만,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6회초 2사 후 고승민의 안타, 렉스의 2루타, 이대호의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놓였을 때는 전준우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사실 스탁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 초반 고개를 갸웃했다.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이 마음처럼 제구가 되지 않아 1회를 마치고 박세혁에게 이야기했다. 

박세혁은 "스탁이 오늘(1일) 자기가 느낌이 안 좋다고 하더라. 변화구도 그렇고. 그래서 나를 더 믿고 던지겠다고 하길래 스탁한테 편하게 던지라고 했다. '알았으니까 던져봐라, 내가 앉아 있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 이닝 한 이닝 막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일단 오늘 스탁의 볼 자체가 좋았다. 나가는 공도 없었고, 그래서 공격적으로 빨리 빨리 들어가려 했다. 롯데 타자들이 어차피 빨리빨리 치니까. 변화구를 썼는데, 나는 변화구가 좋다고 느꼈다. 오늘은 스탁이 진짜 잘 던졌다. 팀이 이길 수 있었던 건 스탁이 오래 끌어준 덕분"이라고 덧붙이며 엄지를 들었다. 

▲ 두산 베어스 박세혁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세혁 ⓒ 두산 베어스

스탁 역시 박세혁에게 고마운 마음을 꼭 기사에 적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체인지업 제구가 오늘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박세혁이 홈플레이트에 앉아서 계속 체인지업을 요구하면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더라. 그러면서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구종 하나를 더 늘려 상대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었다. 나를 믿어준 박세혁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스탁은 개막부터 아리엘 미란다(33)가 이탈한 변수 속에 꾸준히 1선발 임무를 해왔다. 시즌을 치르면서 한두번 무너진 경기는 있었지만, 단 한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지켰다. 미란다를 교체하고 브랜든 와델(28)을 새로 영입하는 변수 속에서도 스탁이 있었기에 두산 마운드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스탁은 최근 이닝 부담이 커진 것과 관련해 "책임감은 항상 있어도 부담감은 없다. 내가 나가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려 한다. 책임감을 신경 쓰면 부담감이 온다. 경기마다 나가서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도 있고, 좋은 경기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0-1로 뒤진 9회말 양석환의 끝내기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올 시즌 113경기 만에 나온 두산의 첫 끝내기 승리였다. 

박세혁은 "스탁이 오래 끌어주면서 (김)명신이랑 (정)철원이가 잘 막아줘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리드를) 잘 믿고 따라줘서 고마웠다. 또 이렇게 첫 끝내기 승리가 나와서 정말 기분 좋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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