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박병호(앞)가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2회초 주루 도중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고 있다. ⓒkt 위즈
▲ kt 박병호(앞)가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2회초 주루 도중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고 있다.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올 시즌은 끝났을 것 같은데….”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쓴웃음을 지었다. 전날 경기 도중 부상으로 이탈한 베테랑 내야수 박병호의 1군 말소 소식을 전하면서였다.

박병호는 10일 키움과 맞대결에서 4번 1루수로 나와 2회초 상대 선발투수 정찬헌으로부터 좌중간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는 타구의 방향을 확인하면서 2루까지 빠르게 내달렸다.

접전 상황이었다. 박병호의 움직임을 간파한 키움 수비진은 공을 곧장 2루로 연결했다. 그러자 이를 알아차린 박병호는 베이스 근처에서 2루수 김태진의 태그를 피하려다가 오른쪽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고통을 호소한 박병호는 결국 남은 이닝을 뛰지 못했다. 혼자서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통증이 악화했고, 응급차를 탄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다음날 만난 이 감독은 “일단 내일 전문의 검진을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회복까지) 한두 달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박병호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며 가을야구 출전마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냥 슬라이딩을 하면 태그를 당할 것 같아서 피해서 들어가다가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 차라리 아웃이 나을 뻔했다”고 덧붙였다.

박병호의 이탈은 kt로선 뼈아프다. 올 시즌 33홈런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아치를 그려낸 거포의 공백이기 때문이다. 강백호와 황재균, 장성우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핵심이 바로 박병호였다는 점에서 가을야구까지의 이탈은 더욱 커 보인다.

문제는 kt가 막판까지 순위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4위인 kt는 3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뀔 정도의 혈투다.

팽팽한 기싸움은 이번 2연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먼저 kt가 10일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3위로 뛰어오르자 키움은 11일 맞대결에서 선발투수 타일러 애플러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5회 터진 송성문의 결승 솔로홈런을 앞세워 5-0으로 이겼다. 그러면서 전날 뺏겼던 3위를 다시 빼앗았다.

그런데 11일 경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바로 박병호의 공백이다. 중심타자가 빠진 kt는 번번이 찬스를 살려내지 못했다. 7안타를 기록하고도 결정적인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계속해 득점과 멀어졌다. kt로선 박병호의 이름이 경기 내내 떠오른 하루였다.

▲ kt 박병호. ⓒ 곽혜미 기자
▲ kt 박병호. ⓒ 곽혜미 기자

이처럼 순위싸움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박병호의 결장은 개인 타이틀 향방에도 상당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은 MVP 경쟁 구도다. 올 시즌 33홈런으로 부문 1위를 달리는 박병호는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 그리고 키움 이정후와 함께 MVP 후보로 분류됐다. 선두를 지키는 부문은 홈런뿐이지만, 2위(24개)인 피렐라와 격차가 크고, 타점과 장타율 등에서도 순위가 높아 2012~2013년 MVP 2연패 이후 오랜만의 왕좌 복귀가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또, 만약 남은 경기에서 40홈런을 채운다면, 2018년 두산 베어스 김재환의 44홈런 이후 모처럼 나온 국내선수의 40홈런 고지 정복이라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남은 페넌트레이스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박병호는 MVP 경쟁에서도 밀려나게 됐다. 또, 1루수 골든글러브에서도 LG 트윈스 채은성 그리고 삼성 오재일과 다툼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나마 홈런 타이틀만큼은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활약하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 이제는 장타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비웃듯 개막 초반부터 화력을 뽐낸 KBO리그 대표 홈런왕의 빈자리는 당분간 ‘여러모로’ 크게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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