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민혁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민혁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오늘(11일)은 진짜 치고 싶었어요."

두산 베어스 우타 거포 김민혁(26)은 프로에 데뷔해 단 한번도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4)의 공을 공략한 적이 없었다. 11일 잠실 KIA전 전까지 양현종 상대로 3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한 차례 삼진을 당했고, 2차례 병살타를 기록했다. 

김민혁은 통산 4번째 맞대결에서 양현종을 드디어 공략했다. 2-2로 맞선 6회말 1사 2루 장승현 타석에 대타로 나섰다. 김민혁은 양현종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6-3 역전승을 이끈 결승타였다. 깔끔하게 임무를 마친 김민혁은 대주자 권민석과 곧바로 교체됐다. 

김민혁에게 양현종은 KBO리그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지만, 광주동성고 선배이기도 했다. 김민혁이 고등학생일 때도 양현종은 모교를 자주 방문해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어린 후배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민혁이 프로선수로 성장해 양현종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김민혁은 "(양)현종이 형이 항상 학교에 자주 놀러 오셨다. 겨울에 오셨을 때 '형 프로에 가면 승부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양현종의 공을) 너무 못 쳐서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했다. 오늘은 진짜 치고 싶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투수고, 학교의 자랑스러운 선배고, 그래서 다른 투수들보다 현종이 형한테 안타를 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전력분석 효과도 있었다. 김민혁은 "전력분석 미팅 때 오른손 타자한테는 슬라이더 없이 직구와 체인지업만 던진다고 들었다. (김)대한이한테도 물어보니 슬라이더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더라. 특정 구종을 노리진 않았는데, 초구부터 보이면 치자고 생각해서 쳤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의 공을 공략한 것도 기뻤지만, 팀의 기대에 부응해 더더욱 기뻤다. 김민혁은 "감독님께서 항상 대타로 나가면 초구에 승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처음에는 치려고 해도 파울이 나오고 그랬는데, 어제와 오늘 아우 생각 없이 들어가서 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 결정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타로 나가면 누구나 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오늘은 경기 승패가 갈리는 순간이라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형들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관중석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아내,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요한 안타를 쳐 더더욱 기뻤다. 생후 9개월인 아들 하준이가 처음 경기장에 온 날이었는데, 아빠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컸다. 

김민혁은 "가족이 와서 마음을 다르게 먹진 않았다. 그러면 결과가 안 좋더라. (결승타를 치고) 관중석에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봤는데 그 순간에는 안 보였다. 대주자로 바뀌고 찾았는데 안 보여서 그냥 들어왔다"고 답하며 멋쩍어했다. 

이어 "아들에게는 TV로 한번씩 내가 야구하는 장면을 보여주긴 했다. 직접 경기장에 와서 본 건 처음이다. 아직 아픈 데 없이 잘 커줘서 고맙고, 엄마 아빠가 옆에서 많이 사랑해주고, 맛있는 것 많이 먹여주고, 좋은 곳 많이 데려가 줄테니까 잘 컸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활짝 웃었다. 

2015년 두산에 입단한 김민혁은 올해로 프로 8년차가 됐다. 방망이 능력은 워낙 좋지만, 들어갈 포지션이 애매해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주 포지션은 1루수인데, 최근에는 2군에서 3루 수비 훈련을 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민혁은 "(포지션이 애매하다) 그 이야기를 안 들은 건 아니다. 이렇게 한번씩 나가는 기회를 주셔서 나갈 때만큼은 내가 가진 것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나간다. 수비도 항상 해 온 것처럼 자신 있게 하려 한다"며 "언젠가 좋은 날은 꼭 온다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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