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타구 억제에 있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
▲ 강한 타구 억제에 있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같은 코스로 공이 가더라도 타구가 얼마나 빨리 가느냐에 따라 안타와 아웃이 갈린다. 타자들은 당연히 더 강한 타구를 치려고 하고, 반대로 투수들은 빗맞은 약한 타구를 유도하려 하거나 혹은 아예 공을 방망이에 맞히지 않으려고 한다.

KBO리그 롯데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브룩스 레일리(34‧탬파베이)는 사실 메이저리그 레벨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레일리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1마일(146㎞)이 채 안 된다. 좌완이라는 이점을 고려해도 리그 평균 이하의 구속이다. 

그런데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요리조리 비껴간다. 그렇게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2020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한국을 떠난 뒤, 계속해서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좌타자 스페셜리스트가 된 레일리는 좌타자 몸쪽에 움직임이 좋은 싱커를 언제든지 넣을 수 있다는 특별한 장점을 가졌다. 여기에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진다. 몸쪽 승부가 가능하기에 KBO리그 좌타자들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좌완으로 단연 레일리를 뽑을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장점은 통하고 있다.

하드히트(속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율을 보면 레일리의 이런 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스탯캐스트’ 집계에 따르면 레일리의 하드히트 비율은 2020년 21.3%, 2021년 21.5%에 불과했다. 후반기 들어 홈런을 더 많은 허용하며 올해 비율은 28.9%까지 올라왔지만 이 또한 훌륭한 수치다. 28.9%의 하드히트 비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2%에 해당한다.

지난 3년간 레일리의 하드히트 비율은 24.8%(10월 4일 기준)로, 이는 해당 기간 60이닝 이상을 던진 전체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고 기록이다. 당연히 수비수들로서는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 벌 수 있으니 신뢰를 할 만하다. 탬파베이가 레일리에 2년간 1000만 달러(약 143억 원)를 안긴 건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올해 레일리는 59경기에서 1승2패6세이브25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나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레일리의 배럴 타구 허용 비율은 리그 상위 1%고, 평균 타구 속도 또한 리그 상위 20%로 높은 위치에 있다. 공이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타자들 방망이가 따라 나올 확률 또한 톱클래스다.

KBO리그에서 많은 타자들을 상대하며 쌓인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 좌타자들은 레일리의 몸쪽 승부 제구와 무브먼트가 해를 가면 갈수록 더 좋아졌다고 증언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체계적인 분석까지 더해지며 더 좋아지고 있다. 구속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좌완 스페셜리스트로는 꽤 롱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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