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경 작가. 제공|tvN
▲ 정서경 작가. 제공|tvN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내 영화에도 여성성, 아이다운 천진함, 동화적인 아름다움, 낙관주의, 설렘, 감사하는 마음, 쓸데없는 공상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면 그건 정서경에게서 비롯된 것이다"(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 각본집)

반도 못 읊었는데 정서경(47) 작가가 더는 못 듣겠다며 "그, 그만"을 외쳤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의 시나리오를 박찬욱 감독과 함께 집필하며 그 독보적인 세계를 함께 만든 이가 바로 그녀다. 특히 올해, 무수한 '헤친자'를 만들어낸 영화 '헤어질 결심'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tvN '작은 아씨들'은 거장 감독에게 가려졌던 정 작가의 힘을 새삼 주목하게 했다. 

11%대 시청률로 막을 내리며 안방극장의 사랑과 화제를 독차지한 '작은 아씨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동명의 고전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12부작 드라마는 도무지 멈출 수가 없는 주말의 즐거움이었다. 버릴 신이 없는 치밀한 구성, 뻔한 예측을 거부하는 전개는 막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 날카롭게 담아낸 현실, 살아 숨쉬는 캐릭터, 이윽고 다다른 결말의 여운도 아직까지 이어진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얼기설기 엮어봤는데, 끝나고 보니까 일부러 그렇게 쓴 것처럼 여겨져서 다행이었다"며 겸손해하는 그녀가 들려준 '작은 아씨들'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스포일러가 많으니,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읽어주시길 권한다.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은 알려진 대로 동명의 19세기 미국 소설이 모티프가 됐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라는 이름의 각기 다른 네 자매 이야기다. 그런데 21세기의 한국을 사는 '작은 아씨들'의 자매는 오인주(김고은) 오인경(남지현) 오인혜(박지후) 셋이다. 어린시절 세상을 떠난 셋째가 있었다는 숨겨진 설정은 원작을 떠올리며 무릎을 치게 했다.

▲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소설을 다시 읽고 놀랐다. 어렸을 때는 도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막상 보니까 착한 자매들이더라. 그 세계관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 배경이 남북전쟁인데 왜 그 전쟁을 하는지 궁금해하거나 의심을 품는 자매가 없다. 돈이 생기면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싶어한다. 이 자매들을 한국에 데려오면 얼마나 비뚤어질 수 있을까? 그 진취적 정신을 할리려면 얼마나 도전적이어야 할까? 전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매들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모습은, 돈을 추구하는 게 시대정신이 됐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돈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전쟁에 참여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작은 아씨들'이니까 네자매여야겠지. 그런데 제가 느끼는 것보다 한 사람이 많았다. 문학적으로 세 자매, 세 형제가 많다. 카라마조프가 형제들도 셋이고, 사람의 마음을 삼분할 하면 이성 감성 영혼으로 포현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삼위일체도… 다 이유가 있으니까 셋이 아닐까. 저는 '작은아씨들' 셋째 베스의 역할이 성인기로 넘어갈 때, 행복한 유년기의 종말을 죽음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죽음을 셋째에게 줘 보자. 각인된 가난의 공포를 죽음의 그림자처럼 드리워보자. 거기에서 도망가고픈 경고를 하는 역할로 셋째를 죽음으로 만들어 봤다."

▲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tvN
▲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tvN

#가난 #20억 #700억

가난은 숨기기가 어렵다. 자매들에게 드리운 가난은 겨울 옷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열리면 닫히지 않는 옥탑방 창문에 끼어있기도 한다. 잘 참아내는 성정에 깃들기도 하고, 생일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내준 삶을 달걀의 모습을 할 때도 있다. '돈'이란 정서경 작가가 '작은 아씨들'에서 포착한 이 시대의 정신이었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선배 언니 화영(추자현)이 죽은 뒤, '왕따' 경리 인주에게 덜컥 20억이 주어진다. 언니가 무려 700억을 횡령했단다. 20억이어야 했던, 700억이어야 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가난을 배가 고프다든지 이렇게 표현한다기보다는 심리적인 상황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선배기자와의 대화 등으로 표현하려 했다. 인주는 옷에 신경을 쓰고 남이 바라보는 모습에 신경을 쓴다. 예쁘고 싶은 젊은 여성이 가난했을 때, 겨울 코트 앞에서 얼마나 좌절했을까. 좋은 티셔츠는 그녀도 마음을 먹으면 살 수 있지만 코트는 안된다. 거기에 허들이 있다. 저도 코트는 못 넘었다. 이거 저거 여러개 사지 말고 하나를 사야하하는데 그걸 못한다. 그걸 끝내 넘어서지 못했던 인주에게 턱 코트를 사서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라까. 풍요로움은 겨울 코트로 표현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10억이었다. 인주의 꿈이 서울에 전망 좋은 아파트를 사는 거다. 10억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대본을 쓰는 3년 동안 부동산이 폭등했다. 신축 아파트를 사려면 20억이 돼야 했다. 눈물을 머금고 올렸다. 70리터 등산가방에 들어갈 양이었는데, 인주 어깨 위에 아파트 하나를 얹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큰 돈을 더 큰 가방에 짊어져야 했다. 횡령액도 처음엔 300억이었다가 700억까지 늘어났다. 그땐 700억도 많다고 느꼈는데, 터지는 횡령사건 규모가 막 커졌다. 돈에 대한 감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더라. '오징어게임' 상금 456억? 의식 안했다. 아직 못봤다."

▲ 정서경 작가. 제공|tvN
▲ 정서경 작가. 제공|tvN

#푸른난초

화영을 필두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죽은 자들의 곁에는 늘 푸른 난초가 있다. 선명한 코발트빛 꽃잎을 드리우고 위험한 향기를 뿜는 이 미스터리한 존재는 그 자체로 화제를 몰고다닌 '작은 아씨들'의 대표 상징이었다. 처음부터 세상에 없는 것이어야 했다.

"우연히 넣게 됐다. 두 사람의 왕따가 황당한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국제난초협회를 넣었다. 한가하게 느껴지지 않나. 이 이야기에 어떻게 들어올지 알 수 없고, 난초가 일을 해야겠더라. 현장에 놓여있으면 재밌겠다, 고리가 되면 좋겠다 했다. 막상 그렇게 하고 대본을 드리니까 난초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거다. 대본으로 보면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된 거다. 난초가 사람을 죽이나요? 조정하나요? 이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 걱정이었다. 그 최고치가 6화였다. (오인주가 원상아에게서 난초를 받아가고, 그날 밤 이모할머니(김미숙)는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된다) 원래는 인주가 난초가 받아가고 인경이가 할머니를 발견하는 거였는데, 인주가 난초에 이끌려서 가서 발견하도록 했다. 난초 때문에 못살겠다 하는 반응이 있더라. 사실 푸른 난초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다. 평소 추구하는 것보다 판타지가 많아졌다. 

▲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tvN
▲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tvN

우리 드라마에서는 '돈'이 중요한 물질이다. '포켓몬스터' 메타몽처럼 사람마다 여러 의미를 띤다. 난초도 사람의 욕망, 두려움 등 여러가지를 담을 수 있는 상징이라고 봤다. 정란회라는 모임에 참여할 떄의 욕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걸 발견하는 인주와 인주의 두려움과 욕망. 모든 걸 담아내려면 위협적이고 두려운 모습이어야 했다. 미술감독님과 색깔, 디자인 등을 상의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면 했다. 2화에서 신이사(오정세)가 죽고 난초가 나올 때 너무 무서웠다. 그것이 재미있었다. 작은 사물일 뿐인데 상징을 담게 되더라. 마지막에는 정란회라는 가상의 악을 퇴치파는 상징으로 난초가 타버렸으면 했다. 사람들이 타길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작가 #여자살인자

'작은 아씨들'은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명성을 얻은 정서경 작가의 2번째 드라마다. 이보영 주연의 '마더'(2018)가 먼저 있었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가 원작으로, 정 작가 스스로에게도 만족과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 '작은 아씨들' 대본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마더'를 돌아보며 '내가 이런 작품을 했었지'라고 힘을 얻기도 했단다. 

"'마더'는 원작이 있었는데도 힘이 부쳤다. 쓰다보면 다들 조금씩 패닉을 맞딱뜨리게 된다. 저도 드라마를 쓰며 처음엔 '인간이 이렇게 긴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에서 시작했다. 한 사람이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 수가 5~6개라더라. 큰 이야기가 있고,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있고, 각각 인물마다 이야기가 주어져야 한다. 직업이지만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구성해간다. 그것도 여러번 해보면 요령이 생긴다.

(흔히 드라마는 작가놀음, 영화는 감독놀음이라 하는데) 그것 또한 드라마와 영화 시장이 분리돼있던 전통적 관점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금은 형식도 다양하고 인력도 섞이다보니까 바뀌게 된다. '마더' 때는 그런 점이 좀 힘들었다. 이야기부터 어떻게 할지, 다 작가가 하는데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무거웠다. '작은 아씨들'을 하다보니 제가 만난 분들의 역량이 저를 초과하더라. 성능 좋은 자동차를 탄 초보 운전자가 된 느낌이었다.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살 길이구나 했다.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기다리셨다는 생각도 든다.

▲ 정서경 작가. 제공|tvN
▲ 정서경 작가. 제공|tvN

이제까지 전문분야라는 건 없고 '남편을 죽이는 여자'가 전문분야인가. 대체로 여자 살인자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도 의뢰하는 이야기가 여자 살인마, 여자 사이코패스…. '헤어질 결심'을 쓰고 '작은 아씨들'을 쓰면서 '나는 전문분야를 복합플롯으로 잡아야겠다' 했다. 여성이 많은데, 세 자매는 일단 여성이었고, 빌런도 여성인 것이 저에게는 편했다. 남성으로 생각하려면 아직 이해가 부족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여자로서는, 원상아(엄지원)는 제일 고민하지 않았다. 통제하지 않고 마음대로 쓰면 그렇게 되더라. 고수임(박보경) 역도 여성, 이런 식으로 갔다. 다 여자로 가자, 시간이 없어!"

#세자매 #김고은 #남지현 #박지현

주인공 세 자매로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가 저마다 적역을 맡아 열연했다.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됐던 천진하고도 사랑스러운 첫째, 마음 먹은 일은 해내고 마는 기자 둘째, 고요한 예술가 막내. 출발할 땐 다른 별에서 온 듯 달라 보였던 세 배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매처럼 닮아가는 느낌마저 준다. 

"캐스팅은 다 너무 좋았다. 인주 역할을 고심하다가 '변산'을 보고 이 배우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잠재력이 크겠다 했다. 조연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주연을 압도해버린다. 처음 미팅 때는 김고은씨가 부정적이었다. '답답해보인다, 민폐다' 내가 몰랐던 시청자 반응을 예상한 거다. 우리 대본이 나왔을 때 '주인공이 좋은 캐릭터다'라고 많이 했다. 답답하다는 말을 처음 김고은씨에게 들었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고은씨는 총명하고 스마트한 분이어서 인주의 행동을 이해를 못하셨다. '이건 평범한 사람 관점에서 따라가야 한다, 고은씨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인주는 남의 욕망을 투영하는 장면이 많다. 경험 많은 배우라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고은씨가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김고은.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김고은.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남지현 배우는 기대를 많이 하고 보낸 것이 아니라 바람으로 보냈는데 단번에 받아들여 주셨다. 늘 주연을 하는 배우인데, 이 배역의 한계와 불호를 예상하면서도 받아들여주셨다. 인경 캐릭터는 꼿꼿하고 사람이 강직해 보이는데 반대로 연약한 마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자기 자신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했다. 시청자들은 이러면 안되지 않아? 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초반에는 제가 미안할 정도로 불호 반응이 많았다. 남지현 배우가 워낙 스트레이트한 사람 같다. 개인적인 성격적인 특징이 좋았다. 기자는 취재원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나. 이야기를 들을 때 공감하는 표정이 좋았다. 

박지후는 '벌새'에서 인상적이었다. 고요한 뭔가가 있더라. 10대는 발랄하고 생기있는 에너지를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가장 우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혜는 조용히 좌절하는 성격이다. 엄마가 '너 사회적배려자로 입학한 거 아니야?'하는 순간에 그 아이는 이미 터졌다. 요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나는 여길 뜨겠다'고 결심하는 캐릭터다. 고요하지만 중심이 될 배우가 필요했다. 박지후 배우가 딱 그랬다. 실제로는 생기발랄하고 명랑하다. 

▲남지현.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남지현.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박지후.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박지후. '작은 아씨들' 스틸. 제공|tvN

세 배우는 각기 소중했다. 자매처럼 보일까는 나중 문제였다. 처음엔 '아버지가 다 다른 거 아니야?' '안 어울린다'고 했는데 나중엔 '셋이 닮았다'고 하시더라. 제일 기분 좋은 반응이었다."

#결말

12부작의 끝, 원상아는 파멸했다. 그 딸과 세 자매가 남았다. 그리고 700억원이 남았다. 뜻밖에 그 돈을 쥔 것은 횡령을 주도한 화영도, 소용돌이에 휩쓸렸던 인주도, 돈만 보고 움직였다는 최도일(위하준)도 아니었다. 가장 돈에 초연한 듯 보였던 막내 인혜의 손에서 700억은 나뉘어져야 했을까. 출발점이었던 화영은 왜 빈손이 되었을까. 

"등장인물 중에 가장 그릇이 큰 사람이 화영이였다. 화영이는 처음부터 700억을 가지려고 생각 안했다. 원상아에게 복수가 목표였고, 던진 거나 마찬가지다. 이미 사업도 하고 있고 자기 계획이 있었으니까. 

결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많은 시청자 분들은 부당하다고 느낄수도 있겠다 했다. 의로운 목적을 향해 달려왔는데 범죄에 휘말린 느낌이랄까. tvN에서는 '이런 결말이면 안된다, 주인공은 범죄에 휘말려선 안된다'고도 하더라. 변호사에게 합법적으로 처리하면 어떻게 되냐고 자문을 구했다. 원령가와 난초협회로 되돌아간다고 하더라. 관련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사법처리 된 상황에서 그것이 의미가 없겠더라. 대주주가 (원상아 박재상의 딸) 효린(전채은)이니까 그리로 돌아가는데 시청자들에게 만족스러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시작한 데서 가장 먼 곳, 막내 인혜에게 가면 어떨까 했다. 700억의 무게감, 역사의 무엇인가를 전혀 모르는 가장 어린 세대가 판단대로 나누고 미래를 꿈꿔보게 하는 게 신선할 수 있겠다 했다. 시청자 반응이 뜨금하기도 했다. 효린이 통장으로 나눌 거라는 결말 예측을 보고 그랬다. 나중에 나올 사건이 뜬금없지 않도록 도일이 통장을 보는 모습 등을 넣었는데 그런 걸 다 놓지지 않고 봐주시더라." 

▲ 정서경 작가. 제공|tvN
▲ 정서경 작가. 제공|tvN

그리고 #박찬욱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이자, 작가 정서경의 출발부터 지금까지를 늘 함께한 동반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박찬욱 감독의 반응을. 정서경 작가는 이제야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다며 미소지었다. 

"박감독님과는 오래 일하기도 했고 특수한 뭔가가 있다. 처음엔 시나리오 쓰는 법도 몰랐다. 박감독님이 저를 프로그래밍해주신 느낌이 없지 않다. 시나리오 보여주실 때마다 컨펌을 받았다. 이 중에 뭐가 좋다, 수천번 컨펌하신 걸 봤기에 어떤 분인지 안다. 박감독님과 작업 모드가 있다면, '작은 아씨들'은 다른 작업으로 하고 싶었다. 안봤으면 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굳이 보여달라고 하셨다. '마더' '독전'은 보여달라고 안하셨는데. 영화 문법이랑 드라마 문법이 미묘하게 다르다. 드라마가 조금 더 연극적이다. 배우 힘으로 끌어가기도 하고.

어떻게 보실지 궁금했는데 엄청 재미있어하시더라. 토론토영화제에서도 넷플릭스로 보시더라. 이번 토론토영화제에서 오랜만에 너무 반가웠다. 둘이 같이 일하는 과정에 대한 컨퍼런스도 있었다. 드러다 호텔 로비에서 차를 마셨는데, 빨리 가야된다는 거다. '작은 아씨들' 최신화 4화를 보러 가시는 거였다. 저랑 친해서 본게 아니라 재밌어서 보시는구나 했다. 좋았다."

▲ 정서경 작가. 제공|tvN
▲ 정서경 작가. 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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