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현. 제공|모노트리
▲ 황현. 제공|모노트리

[스포티비뉴스=공미나 기자] K팝신에서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가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경우는 드물다. 모노트리 황현 대표 프로듀서는 드물게 팬덤을 보유한 창작자다. 샤이니 '방백', 소녀시대 '첫눈에', 온앤오프 '사랑하게 될 거야' 등 일명 '숨은 명곡'들을 만들어온 그는 'K팝 베토벤'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이런 그가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에세이 '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를 발매했다.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온 황현이 에세이를 낸 이유는 그의 감성의 원천에 대한 많은 이들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제가 쓴 곡은 가수에게 불려지는 순간부터 제 것이 아니에요. 제 이야기에서 시작된 곡이지만, 아티스트의 사연을 섞을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가수보다 제게 포커싱이 올 때는 그게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하던 차에 책을 내게 됐어요."

책에는 그의 실패한 러브 스토리부터, 매일 가사와 멜로디를 고민하는 창작자로서의 고뇌, 프로듀싱팀 모노트리를 이끄는 대표로서 뮤직 비즈니스를 대하는 자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진솔한 언어로 담겼다. 각기 다른 주제 같지만 이는 결국 황현과 그의 음악으로 귀결된다. 그는 "처음 내는 에세이라 처음부터 주제를 잡고 쓰지 않았고, 솔직한 생각들을 쭉 글로 쓰다 보니 이러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했다.

"내 삶을 크게 생각해보니 일을 하고, 또 일을 하고 살었어요. 일 밖에 없는 삶이었죠. 그 안에서 내 감성을 이루게 한 건 사람이에요.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결국은 다 사람의 이야기더라고요. 또 재밌는 건 이 모든 게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요. 일에도 사랑, 삶이 있고, 서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었어요."

▲ 황현. 제공|모노트리
▲ 황현. 제공|모노트리

특히 이 책은 황현의 음악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 갈만 하다. 그가 쓴 곡들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음악 뒷편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대체 황현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곡들을 쓰느냐'고 질문해요. 책을 내며 오히려 이 부분을 걱정했어요. 사람들이 봤을 때 내가 그렇게 특별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걸 알고 환상이 깨지는 건 아닐까 싶었죠. 동시에 사람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내가 살아온 삶과 독자들이 살아온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저는 그저 기억력이 조금 좋았고, 기억들을 오감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자신의 기억을 재료로 삼아 창작해야하는 프로듀서의 삶은 때론 고달프다.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들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황현은 "가사를 쓰며 슬픈 기억과 마주하는 것이 많이 훈련됐다"면서도 "창작자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이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았을지언정, 꼼꼼히 전후를 따져보면 내 잘못이 있더라고요. 그런 과거의 일들을 복기할 때마다 내가 실수투성이인 사람이라는 걸 깨닫죠.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거죠. 과거를 떠올리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아가고요. 아픔을 마주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황현. 제공|모노트리
▲ 황현. 제공|모노트리

끊임없이 헤엄쳐야 죽지 않는다는 참치에 자신을 비유한 황현은 '워커홀릭' 그 자체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전 국민이 다 아는 메가히트송이 없다"며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치지 않고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음악과 글로 기록해온 그는 '삶은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적었다. 이처럼 소박하지만 다정한 황현의 이야기들은 그와 같이 외로움을 느꼈던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으로 위로받았으면 해요. 저도 오랜 시간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공감받지 못해 외로웠어요. 저처럼 여집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람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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