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재벌집'=연기 인생 터닝포인트…살인교사 진범=나, 짜릿"[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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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다희 기자] 1992년 연극 배우로 데뷔해 줄곧 대학로에서 활동해온 김현이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을 만나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은 지난해 12월 25일 종영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장은재, 연출 정대윤 김상호)에서 이필옥 역으로 열연하며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한국 현대사를 훑으며 치열한 경영권 다툼에 나서는 재벌가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담아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현은 극 중 순양그룹 창업주이자 회장인 진양철(이성민)의 아내 이필옥 역을 연기했다. 부드럽고 선한 모습과 냉철한 포스를 지닌 이필옥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특히 그는 가족과 자식을 위한 선택에 망설임 없는 모습과 자식의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여린 면을 표현해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현은 1971년생으로 실제로는 50대 초반이지만 70대 노인을 연기해야 했다. 오디션을 통해 이 캐릭터를 얻게 됐다는 김현은 "이필옥 나이대와 비슷한 선배님들이 충분히 계실텐데 왜 저를 뽑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과거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극이지 않나. PD님이 분장을 통해 이필옥이 젊었다가 다시 늙은 걸 표현하고 싶어셨던 것 같다. 그래서 50대가 가장 적합하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나이 든 모습이 싫지 않았다는 김현은 "이필옥이 70대다. 그런데 저는 연극을 30년 이상 한 사람이다. 키도 작고 그러니까 연극에서 노인 역할을 간간히 했다. 3~4번 정도"라며 "그래서 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갖다가 특수분장, 의상부터 머리까지 50%를 만들어주시지 않았나. 그걸 믿고 갔다. 작품도 이미 나와져 있고 나만 거기에 잘 얹어서 잘 하면 되니까 큰 부담은 없었는데, 저보다 선배님들이 보시고 '웃기고 있네'라고 하실까봐 그런 부담감은 있었다"라고 말하며 쑥스러워 했다.
김현은 "이필옥 캐릭터를 분장하는데 무려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가만히 누워서 분장을 받기만 했다. 그래서 힘든 건 특별히 없었다. 그리고 PD님과 분장팀에서 제 머리를 백발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원래 있던 흰머리를 계속해서 기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주시더라. 흰머리를 계속 기르라고 해서 1년 반 이상을 길렀다. 나중엔 '그냥 백발로 염색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가 되더라. 그래야지 더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런 후회가 되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다시 생각해보니 분장으로 힘들었던 것이 있었다는 김현은 "훈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분장으로 주름살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린 상태에서 10시간씩 본드칠을 하고 있으니까 주름이 생겼다. 원래 옅게 주름이 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자리 잡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영광스러운 훈장이다. 하면서는 되게 속상하긴 하더라. 분장을 지우고 나서는 원래 내 상태로 돌아와야 하는건데 돌아오지 않으니까 속상했다. 그게 결국 자리잡게 된 것이다. 분장 선생님들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계속 미안해하더라. 나중에 보톡스 맞을까 했는데 안 맞았다"라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김현은 극 중반 남편 진양철과 손주 진도준(송중기)을 살해하려는 진범으로 밝혀져 안방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와 관련해 김현은 "작가님이 대본을 정말 잘 써주셨다. 대본을 바탕으로 힘을 입어서 표현을 잘 했던 것 같다. 반응 중에서 '살인교사 혐의로 벌 받아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있더라. 엄마의 마음이 조금이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장면에서 시청자분들이 조금은 이필옥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범을 추측하는 글이 정말 많더라. 주변에서도 '누가 진범이야?', '너 아니야?'라는 얘기가 나올 때면 절대 얘기 안 하고 '기다려 봐'라고 하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그땐 정말 짜릿했다. 왜냐하면 나는 다 알고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김현은 작품에서 최대 빌런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정말 부담됐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배우들 아니냐. 이 배우들 틈속에서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빌런으로서 역할을 해내야하는 부담감이 정말 컸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본대로 따라가니까 연기가 잘 되더라. 저는 상상력이 풍부한 배우는 아니다. 그냥 대본에 충실하는 배우다. 대본에 충실하고, 혼자 버거우면 주변에 물어보는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빌런 역으로 실시간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고 밝힌 김현은 "댓글에 내 욕이 많더라. '발연기'라며 연기 실력에 대한 욕도 많더라.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욕을 먹었다. 주변에서 그걸 보지 말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게 됐다. 난리도 아니더라. 처음에는 그 반응들이 재밌기만 했는데, 3~4일 지나고 나니까 상처가 되더라. 내가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아주 멘탈이 강한 김재화가 (댓글보고)상처를 받았다고 했을 때 '네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직접 느껴보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더라. 다행스러운 건 내가 나이가 있어서 해결이 되는데, 어린 친구들은 감당해내기 힘들겠더라. 3~4일 딱 그러고 훌훌 털어버렸다. 감사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현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성민에 대해서는 "정말 좋았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사실 선배님을 2014년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한번 만난 적 있다. 당시 선배님은 형사로, 저는 피해자의 엄마 역으로 잠깐 나왔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선배님과 다시 재회했을 때 선배님께 '선배님, 저 '방황하는 칼날'에서 선배님과 같이 호흡했었어요'라고 했는데 '기억난다'면서 '인상 깊었지~'라고 해주시더라. 되게 감사했다. 보통은 '그렇구나'가 끝인데, 이분이 나를 기억했구나를 정확하게 느꼈다. 그래서 영광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 김현은 "선배님이 사고 후 '왜 날 죽이려고 했냐'고 말하고, 제가 '용서해달라'고 울부 짖을 때 정말 감사했던 일이 있었다. 그 신이 저한테는 정말 중요했기 때문에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연습할 때는 잘 나왔는데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원래 바스트 촬영할 때 상대 배우는 카메라로 찍지 않는다. 대신 상대 배우가 앞에서 열심히 받쳐준다. 선배님을 보는데 저를 바라보는 우뚝 솟은 산 같더라.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선배님께 '저 안 보시면 안 돼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오케이'라고 하시면서 시선을 약간 옆으로 피하시더라"고 말하며 당시 촬영 장면을 회상했다.
손자 역으로 등장했던 송중기에 대해서는 "역시 베테랑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은 "제가 매체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이었다. 뒤에 반전을 주는 역할이지 않았나. 송중기랑 붙는 신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송중기라는 사람은 그야말로 베테랑 배우가 맞더라. 저는 방송 쪽에서 베테랑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PD님한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도, 이런 제안을 하고 싶어도 말을 못한다. '괜히 나 때문에 카메라 바뀌면 민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송중기는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상대 배우가 부드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더라. 낙관을 통해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대본에 '진도준이 트럭 번호가 적힌 종이를 뒤집으면 낙관이 보이고 이필옥이 깜짝 놀란다'로 돼 있었는데, 송중기가 '선배님, 이걸 낚아채면 어떻겠냐?'라고 의견을 내더라. 마침 나도 뭔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야기를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송중기가 그걸 딱 짚어서 제시해주더라. 나는 송중기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다. 송중기의 말대로 했는데 아주 수월하게 촬영했고, 오케이가 나왔다. 정말 고마웠다. 나는 작게 보는 사람인데, 송중기는 전체를 보면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칭찬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30%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작품은 끝내 30%를 넘기지 못하고 종영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이에 대해 김현은 "저는 시청률에 개의치 않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전 그냥 제 할 일 열심히 하고 빠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부터 극단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현은 "여기까지 오는데 어렵긴 했지만 저는 감사하고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때도 나고 지금도 나다. 저는 아마 나이가 젊어서 되돌아간다면 다시 대학로로 갈 것 같다. 30년 넘어서 관심을 받게 됐는데, 돌아간다면 15년 만에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그때 지냈던 시간과 동료, 작품 모두가 제겐 역사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든게 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김현은 "매체 연기는 45세에 시작했다"며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벌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디션을 보면 잘 떨어지는 배우다. 희한하게 그런 경험이 많다 보니까 이필옥 역할은 정말 운 좋게 내게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목표는 '오디션 안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대사를 외워서 덜덜 떨면서 하는게 고통스럽다. 그러한 것도 부러워 하는 배우들도 있겠지만 너무 떨린다"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만나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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