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제공| 넷플릭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제공| 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조성현 PD가 ‘나는 신이다’을 둘러싼 논란과 의문에 대해 속시원히 답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는 10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고 밝혔다. 

‘나는 신이다’는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냉철하고 면밀한 시선으로 살펴본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공개 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아가동산 김기순 등 신을 자처하는 이들이 벌인 끔찍한 범죄에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이들이 최초로 전하는 증언을 통해 참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전역에 묵직한 울림과 파장을 선사하고 있다.

간담회는 이례적인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듯 간담회 장소를 알리는 팻말에도 프로그램의 제목은 생략됐다. 경비 역시 삼엄했다. 조성현 PD가 ‘나는 신이다’를 촬영, 공개하며 미행, 협박 등에 시달리는 등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던 만큼 안전을 담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성현 PD뿐만 아니라 가족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디오에서 시즌2 제작 가능성을 언급하자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늦게 낳은 두 아이의 안전마저 걱정하는 상황이 됐지만, 조성현 PD는 “대한민국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꼭 했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나는 신이다’는 가장 먼저 MBC를 통해 방송될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기획이 MBC 내부적 이유로 한 번 엎어졌고, 조성현 PD가 이 기획을 넷플릭스에 제작을 제안해 2년간의 준비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에 매달린 조성현 PD는 “제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제 곁에 있는 친구들도 피해자가 있다. 이건 저한테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제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언젠가 이걸 한 번은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 숙제 같은 주제였다고 생각한다”고 사이비 종교라는 누구나 궁금했지만, 선뜻 파고 들기 어려웠던 주제를 파고든 이유를 밝혔다.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를 공개하기까지 무려 2년의 시간을 썼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탈교’한 피해자들이 인터뷰를 결심하고, 또 두려움에 마음을 바꿨다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설 때까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떤 방송보다 심층적으로 다가서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이플’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하기까지 4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인터뷰를 마음 먹고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40일이 걸렸다는 거다. 만약 제가 이걸 ‘PD수첩’으로 만들었다면 이 친구는 아쉽지만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넷플릭스라 기다릴 수 있었고, 제작 방식에 구애가 없었다는 게 MBC와 넷플릭스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신이다’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선정성’ 문제다. 조성현 PD는 JMS 정명석 등 스스로를 메시아로 칭하는 이들이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겼는지, 모자이크, 블러 처리 등을 최소화한 연출로 피해자들의 끔찍한 고통을 낱낱이 고발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한 줄보다 영상이 주는 임팩트는 컸다. 시청자들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몸서리 쳤으나, 일부 시청자들은 “지나친 연출 방식 아니냐”라고 선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성현 PD는 이런 논란을 알고 있고, 시청자들의 문제의식 역시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명석, 김기순 등 이미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러 번 문제가 된 인물들이 다시 재조명될 수 있는 것은 ‘나는 신이다’가 영상으로 전달한 충격 때문이라고 봤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제공| 넷플릭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제공| 넷플릭스

그는 “‘나는 신이다’는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당한 피해, 사실이다”라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내부의 사람들에게 AI 조작 등 또 다른 방어 논리를 구축해나가며 방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주 명백하게 보여준다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단 한 두 명이라도 사실을 파악하고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걸 보시고 ‘섹스어필’ 한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여기에 한 분이라도 계시냐. 너무 끔찍한 일 아니냐. 정명석은 물론 선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감성을 가진 남녀는 이걸 보고 참담함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전 창작자로서 시청자가 떨어져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걸 제일 먼저 넣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작 의도를 생각할 때 이번과 같은 형태가 맞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나는 신이다’ 연출 방식을 두고 넷플릭스와 조성현 PD의 이견도 존재했다. 조성현 PD는 “넷플릭스가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넷플릭스와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전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 아닌 그림을 통해서 보는 것이 훨씬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절대 넘으면 안 될 선은 지켰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에 대한 차이가 있었다고 본다. 불편하신 분들이 있었다면 의도가 잘 먹힌 것일 수도 있고, 의도와 달랐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신이다’가 미친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심지어 연예계마저 ‘나는 신이다’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외 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 DKZ(디케이지)의 멤버 경윤의 부모가 JMS가 보유한 건물에서 교회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경윤은 즉시 “부모가 정상적인 교회를 다니는 줄 알고 있었다”며 “탈교하고, 더 이상 어떤 연관도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9일에는 ‘나는 신이다’에도 등장한 김도형 교수가 KBS 생방송에서 KBS PD 중에서도 JMS 신도가 있다고 폭로해 충격을 줬다.

조성현 PD는 “MBC 안에도 있지 않을까 하신다면 있다고 들었다. 정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마구마구 유출됐을 때는 저희 팀에 있는 사람들을 의심했고, 넷플릭스도 의심해서 알아보라고 여러 번 확인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이어 “어디에도 그런 종교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종교는 그분들이 선택한 것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그분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이 벌어지면 안된다. 믿는 사람이 아니라 그 종교를 믿게 한 교주와 리더가 잘못한 것이다. 그것을 혼돈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제공| 넷플릭스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제공| 넷플릭스

최근 DKZ 경윤 부모 등 연예계에서도 신자를 확인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성현 PD는 “어디에도 그런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종교는 그분들이 선택한 것이다”라며 “그분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이 벌어지면 안된다. 믿는 사람이 아니라 그 종교를 믿게 한 종교와 리더가 잘못한 것이다. 그것을 혼돈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 조성현 PD는 “이제는 신자 2세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선택권도 없이 사이비 종교에 노출된, 사이비 종교를 믿는 부모를 둔 자식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정말 크다. 다 다루진 못했지만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보면 어떨까”라고 했다.

'나는 신이다'는 시즌2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성현 PD는 "저희 가족들이 크게 힘들어하고는 있지만, 한 번 시작을 한 이야기고 더 다루고 싶은 게 나온 상황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플랫폼이 넷플릭스가 될지 어디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어 "관심을 가진 사이비 종교는 있다. 우리나라에 자기가 메시아라고 하는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라고 '나는 신이다'가 다룰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가 피해 사실뿐만 아니라 종교, 사회 등 영역으로 '나는 신이다'가 던진 화두의 범위가 확장되기를 바랐다. 

그는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다. 정명석을 예로 한 번 들어보겠다. 그렇게 많은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판 JMS로 불리는 사람은 종신형 더하기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다. 강도는 오히려 정명석이 더 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이 정도의 형을 선고받고 말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출소하고 나서도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고, 관리 감독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었는데도 그 기간에 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 이런 사건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오히려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조 PD는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는 게 우리 사회가 종교에 너무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아닐까,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종교 단체에 들어가는 분들은 어떤 분들도 해당이 될 수도 있다. JMS 역시 초창기에 명문대생이라는 사람들이 들어갔었다.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역설하기도 했다. 

▲ '나는 신이다'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 '나는 신이다'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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