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구위에서도 리그 정상을 다투는 선수로 성장한 오타니 쇼헤이
▲ 이제는 구위에서도 리그 정상을 다투는 선수로 성장한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개막전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투입할 수 있는 최고의 투수를 내는 날이다. 선수들에게도 개막전 선발은 어마어마한 영예다. 에이스 중에서도 에이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30개 구단이 고르고 고른 에이스들이 모두 쏟아져 나온 3월 31일(한국시간) 2023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가장 돋보였던 투수 중 하나는 역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는 오클랜드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완벽하고 압도적인 투구였다.

오타니는 1901년 이후 개막전 선발로 등판해 탈삼진 10개 이상을 기록하면서 무실점을 기록한 26번째 투수였다. 비록 그 26번의 사례 중 유일하게 팀이 졌다는 게 옥의 티이기는 했지만, 오타니의 구위 자체는 어마어마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체력이 다소 소진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의 어깨는 싱싱했다. 최고 시속 100마일(161㎞)의 공을 거침없이 뿌렸고, 횡적인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스위퍼)를 섞으며 헛방망이를 유도했다.

개막전 한 경기이긴 했지만,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모두 잘하는 선수를 떠나 투수로서도 리그 최고 수준의 구위를 선보이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이노 새리스가 집계한 개막전 선발투수들의 ‘스터프+’를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스터프+’는 투수의 구속과 수직 및 수평 무브먼트, 릴리스포인트, 회전 수 등 투구의 물리적 자료를 가지고 얼마나 강력한 구위를 보여줬느냐를 측정한다. 오타니의 오클랜드전 ‘스터프+’는 무려 142였다. 리그 평균보다 42%나 좋았다는 의미다.

아무래도 이 지표는 강속구 투수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헌터 그린(신시내티),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게릿 콜(뉴욕 양키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들도 모두 오타니보다 아래였다.

오타니는 지난해 28경기에서 166이닝을 던지며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의 특급 성적을 거뒀다.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4위에 오른 선수였다. 올해 더 건강하게 던지며 이닝 수를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사이영에도 도전할 수 있다. 오타니가 사이영을 수상한다는 건, 그의 기본적인 타격 능력과 더불어 MVP에도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역 선수로 사이영-MVP 동반 수상은 저스틴 벌랜더와 클레이튼 커쇼, 두 명의 예비 명예의 전당 선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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