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연합뉴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국민타자'가 바라던대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장을 찾은 구단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데뷔전이자 개막전 승리를 지켜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두산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연장 11회 12-10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3-1로 앞서다 1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고, 불펜이 추가 실점하면서 3-8까지 끌려갔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는 드라마를 썼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해 10월 '환골탈태'를 외친 두산에서 지도자로서 새 출발을 알렸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 9위에 그치면서 구단 역대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온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이 깨지기도 했지만, 두산 왕조 붕괴의 서막이라는 시선도 많았다.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지도자가 필요했고, 두산은 이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일을 추진했다. 

두산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이 감독에게 초보 감독 역대 최고 대우를 안기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 감독은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에 사인하면서 "계약 기간인 3년 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감독은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날부터 개막일인 4월 1일만 보고 달려왔다. 포지션마다 경쟁을 붙이고, 마운드를 재건할 젊은 투수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다시 팀을 단단히 다지는 작업을 했다. 최승용, 이병헌, 김동주, 박신지 등 젊은 투수들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에서도 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구보 야스오, 다카하시 히사노리 인스트럭터를 초빙해 특별 과외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 감독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개막전을 맞이하면서 "2월 1일부터 노력했고, 오늘부터 잘하려 준비를 했다. 준비가 충분한 선수도, 부족한 선수도 있겠지만 오늘부터 전력으로 하려고 준비를 했다. 결과가 어떻든 감독으로서 도울테니 선수들에게는 마음껏 뛰면 된다고 했다"며 감독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지난겨울 팀 쇄신을 위한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박 회장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직접 경기를 관전했다. 박 회장은 이 감독 영입과 함께 안방마님 양의지와 4+2년 152억원 FA 계약까지 직접 관여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 회장은 겨울부터 봄까지 선수단이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또 이 감독의 데뷔전 결말이 어떨지 1회부터 연장 11회까지 관중석에서 쭉 지켜봤다.   

그러나 알칸타라가 기대 이하의 투구를 펼치면서 경기가 꼬였다. 알칸타라는 4이닝 91구 6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4회 아웃 카운트 3개를 잡기 위해 무려 46구를 던져야 했을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고, 이때 3-1에서 3-4로 뒤집혔다. 결국 두산은 5회부터 불펜을 가동해야 했는데, 김명신이 ⅔이닝 3실점, 이형범이 1⅓이닝 1실점으로 계속해서 추가 실점하면서 롯데에 완전히 분위기를 내줬다. 

1회 이후 잠잠하던 두산 타선이 7회 대폭발했다. 선두타자 양석환이 사구로 출루하면서 물꼬를 텄다. 김인태의 안타로 무사 1,3루가 됐고, 이유찬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4-8로 쫓기 시작했다. 이어진 2사 1, 3루에서는 로하스의 1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2사 1, 3루에서는 김재환이 우월 3점 홈런을 날려 8-8 균형을 맞췄다. 그러자 묵묵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박 회장은 기립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불붙은 두산의 뒷심은 매서웠다. 8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조수행과 교체됐고, 투수 구승민의 1루 견제 송구 실책과 김인태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이유찬이 스퀴즈번트에 성공하면서 9-8로 뒤집었다. 

승리의 문턱에서 9회초 믿었던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안권수에게 1타점 적시 3루타를 내주면서 9-9가 됐다. 1점차를 지키지 못한 대가는 컸다. 박치국이 1⅔이닝을 버티면서 연장 10회까지는 버텼지만, 연장 11회 등판한 이병헌이 1사 후 안권수에게 볼넷, 안치홍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렉스에게 우전 적시타를 뺏겨 9-10으로 뒤집혔다. 

두산은 연장 11회말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썼다. 선두타자 정수빈의 안타로 마지막 반격에 나섰다. 무사 1루 허경민 타석에서 런앤히트 작전이 나왔고, 허경민이 중전 안타를 쳐 무사 1, 3루 기회까지 이어졌다. 이어 로하스가 우월 끝내기 3점포를 날리며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박 회장은 또 한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기뻐했고, 이 감독은 데뷔전 승리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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