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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이면 그냥 가는 거야, 뭘 자신 없어 해"…은퇴 위기→132승 레전드 대반전 이끈 스승의 한마디

작성일: 2023.06.16 09:06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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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이 공이면 6~7이닝 그냥 가는 거야. 뭘 자신 없어 해."

두산 베어스 좌완 베테랑 장원준(38)의 부활을 이끈 권명철 투수코치의 말이다. 권 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 위기에서 구사일생한 장원준이 개막을 앞두고 또 한번 2군행을 통보받으면서 자칫 위축될 뻔했을 때 돌파구를 제안한 은인이다. 권 코치는 장원준에게 투심패스트볼 장착을 제안했고, 장원준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새 구종을 연마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원준은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고 먼저 2군 경기에 나서면서 변화의 조짐을 확인했고, 1군의 부름을 받은 뒤에도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 스스로 확신을 얻었다. 지난달 5월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처음 선발 등판해 5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로는 선발 3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2018년 이후 5년 가까이 통산 129승에 머물러 있던 장원준은 최근 2주 사이에 132승까지 빠르게 승수를 쌓았다. 3경기 성적은 3승, 16⅓이닝, 평균자책점 2.76. 5선발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이다. 

장원준은 승수를 쌓을 때마다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던 권 코치에게 늘 감사를 표했다. 그는 "지금은 투심패스트볼에 어느 정도 확신은 있다. 어떻게 공이 휘는지는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타자들이 타이밍이 안 맞고 흠칫흠칫 놀라는 게 있어서 그때 확신이 생긴다. 권명철 코치님이 투심패스트볼을 권유했던 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권 코치는 그때 장원준에게는 당연한 조언이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나이 먹은 선수는 구종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장)원준이가 2군에 내려왔을 때 '구종을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갖고 그렇게 던지기는 어렵지 않냐. 투심 한번 던져볼래?' 했더니 원준이가 '네?' 그러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원준이가 몇 년 전에 투심을 연습했는데 안 돼서 버렸다고 하길래 이왕 안 되는 거 선발로 나가면 투심을 던져보라고 했더니 경기에서 던지더라. 경기 때 던지기 시작하면서 '코치님 괜찮은데요?' 하길래 계속 던지라고 했다. 포심을 거의 버리고 80% 이상 투심을 던지는 게 2군에서도 잘 먹혔다. 원준이도 이 구종으로 승부가 되겠다고 판단했다. 1군 선발이 무너지면서 원준이에게 기회가 왔고, 결과적으로 원준이가 1군에 와서도 투심을 잘 활용했다. 어차피 슬라이더는 잘 던지는 투수니까. 슬라이더는 전성기 때랑 비교해 구속 자체는 안 떨어졌고, 그래서 원준이가 130승 이상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장원준 ⓒ곽혜미 기자
▲ 장원준 ⓒ곽혜미 기자

권 코치는 1군에 올라오기 전 2군 투수코치로 있던 지난 6일 장원준이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을 때 안방마님 양의지의 존재감을 새삼 한번 더 확인했다. 

권 코치는 "포수가 (양)의지라서 원준이의 투심을 잡아보고 잘 활용하도록 리드를 해준 것 같다. TV로 한화전을 보는데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였다. 의지가 투심 사인을 내고 몸쪽으로 약간 붙어 앉더라. 투심의 궤도를 이쪽으로 던지라고 리드한 건데, 한화 어린 타자들이 커트하고 공이 먹히고 그러면서 고전하더라. 의지가 공의 변화를 잘 알아서 리드를 잘해 준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장원준이 조금 더 변화된 자신을 믿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주길 바랐다. 장원준은 1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을 73구로 버티면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런데 이날 장원준은 자신이 5이닝보다 더 끌고 가도 되는지 의구심을 품었고, 권 코치는 여지 없이 그런 장원준을 타박했다. 

▲ 장원준 양의지 ⓒ곽혜미 기자
▲ 장원준 양의지 ⓒ곽혜미 기자

권 코치는 "경기 전에 전력분석팀이 NC는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까 공격적으로 분명히 나올 테니 꼬시듯이 툭툭 던지라고 했다. 그래서 병살타도 3개 유도하고 6이닝까지 던진 것 같다. 원준이가 이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5회 끝나고 '아저씨 한 이닝 더 가세요' 했더니 '네?' 하더라. 그래서 '투구 수 봐. 너 더 가야 돼. 이 공이면 6~7이닝 그냥 가는 거야. 뭘 자신 없어 해'라고 이야기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적장 강인권 NC 감독의 눈에도 장원준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강 감독은 "장원준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옆에서 볼 때는 구위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막상 경기를 복기하면서 영상을 보니까 너무 보더라인에 어려운 공으로 투심도 체인지업도 들어오더라. 장원준이 워낙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준 것 같다. 타격이 대응을 못했다기 보다는 장원준이 좋은 공을 던진 게 아닌가 싶다. 투심과 체인지업이 어려운 코스로 들어오니 땅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원준은 지금은 방출된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의 부상 공백, 그리고 곽빈과 최원준 등 국내 에이스급 투수들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헐거워졌을 때 급한 불을 잘 꺼주는 것 이상의 활약을 펼쳐줬다. 새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합류하면 장원준의 자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지금 페이스면 5선발 자리는 장원준이 유력하다. 이미 선수 생활 막바지에 대반전 커리어를 작성하고 있는 장원준은 계속해서 투심패스트볼의 위력을 유지하며 전설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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