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예비 FA 시즌 날아갔지만, 이제야 웃는다…"사람처럼 던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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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이제 사람처럼 던지죠."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김강률(35)이 최근 활약이 좋다는 말에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김강률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7년 두산에 입단해 어느덧 프로 16년차가 됐다. 신인 때부터 강속구 유망주로 유명했으나 제구 문제로 1군 붙박이가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2017년 70경기에서 89이닝, 2018년 65경기에서 76이닝을 던지면서 중용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마무리투수로 21세이브를 챙기기도 했다. 나이 서른쯤 대기만성형 선수로 빛을 봤으나 양쪽 아킬레스건이 차례로 끊어져 2번이나 수술대에 오르는 바람에 FA 등록일수를 채우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김강률은 나이 35살이 된 올해 건강하게만 한 시즌을 뛰면 생애 첫 FA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데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왼쪽 골반에 통증이 생겨 애를 먹었다. 몸 관리를 나름대로 하면서 공을 던진다고 던졌는데, 허리 통증을 참은 결과 어깨에도 이상이 왔다. 건강하게 몸을 만드느라 1군 엔트리에 빠진 날이 73일이나 됐다. 시즌 끝까지 다 뛰어도 보름 정도 FA 등록일수가 부족해 생애 FA 권리 행사는 다음 시즌으로 미루게 됐다.
나이 30대 중반인 투수가 FA 권리 행사를 1년이나 뒤로 미루게 된 건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도 김강률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예비 FA 시즌이라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몸 관리에 더 신경 쓰면서 후반기를 준비한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났다. 전반기는 6경기에서 1홀드, 4이닝, 평균자책점 13.50에 그쳤는데, 후반기는 16경기에서 1승, 2홀드, 15이닝,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강률은 캠프부터 골반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어깨도 안 좋아서 시즌을 같이 시작 못 했다. 계속 몸이 안 좋다가 요즘 몸 상태가 좋아지면서 성적이 나고 있다. 원래 마무리투수까지 했던 투수니까. 좋은 공을 던지고 있고, (박)치국이가 없는 불펜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몸만 아프지 않으면 뒤에서 충분히 좋은 임무를 해줄 수 있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2군에서부터 지금까지 김강률을 옆에서 지켜보며 관리한 권명철 두산 투수코치의 생각도 같았다. 권 코치는 "내가 2군에서 1군으로 이동할 때 김상진 투수코치한테 '(김)강률이는 40구 정도 던지게 해달라'고 미션을 줬다. 강률이가 2군에서 40구를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되면 바로 1군에 올리겠다는 뜻이었다. 어깨가 좋지 않아서 밸런스를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강률이가 지금은 좋았을 때 구위를 거의 다 되찾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맏형으로서 투수조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 강률이는 지금처럼 계속 몸 관리를 해주면서 공을 던지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강률은 다사다난했던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올해가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2군에서 있는 시간이 힘들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있고, 중요한 시즌이었는데 캠프 시작부터 몸이 안 좋다 보니까. 몸이 안 좋아도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몸이 안 좋은 스트레스가 컸다. 그때 권명철 코치님과 김상진 코치님이 2군에 계셨는데, 의지가 됐다. 권명철 코치님이 1군에 올라가시고, 나도 1군에 올라왔을 때 코치님께서 내 몸 상태를 잘 아시니까 배려를 해주셨다. 경기를 드문드문 나가게 조절해 주셨고, 그러면서 조금씩 밸련스가 잡혔던 것 같다. 마음을 다 비우고 계속 해 보자고 한 뒤로 좋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FA 시즌이 날아간 게 속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뒤늦게라도 팀의 5강 싸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전반기부터 고생한 홍건희, 김명신, 정철원, 박치국 등 후배들의 부담을 나누기 위해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김강률은 "(후반기부터 살아나서) 마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보다는 조금 올라왔다. 남은 경기만 잘하려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내년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하고 있다. 지금 투수조에 어릴 때부터 같이 해왔던 후배들은 이제 없고, 30대는 (홍)건희랑 (김)명신이 정도다. 후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고참으로서 경기에서도 잘 이끌고 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두산은 6연승을 질주하며 6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남은 23경기에서도 김강률의 안정적인 투구가 절실하다. 박치국이 어깨 통증을 털고 조만간 1군에 합류할 예정이고, 최근 이영하와 최지강의 페이스도 좋아 두산의 뒷문은 당장 걱정 없다.
김강률은 "잠실에서 (14일) SSG전에서 역전 승리한 게 분위기가 살아나는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때 졌으면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것 같다. 선수단 내에 긴장감은 없고, 분위기가 좋다. 늘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많이 해봐서 그런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안 다치고, 안 빠지고 시즌을 잘 마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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