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코치가 투수를 이야기한다고? 손시헌 체제의 유연성, SSG 육성 문화 개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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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투수들의 수비 훈련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SSG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는 그 광경이 조금 달랐다. 보통 한 명씩 나서 돌아가며 수비 훈련을 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이다. 하지만 SSG의 젊은 투수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각자의 베이스를 향해 견제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2루에는 야수들이 아닌, 손시헌 신임 SSG 퓨처스팀(2군) 감독이 직접 섰다. 투수들의 견제에 맞춰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고, 마치 주자가 있는 듯 태그 동작까지 빠짐없이 하며 몸을 움직였다. 감독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임무. 이에 대해 손 감독은 “내가 직접 하면 선수들의 훈련 집중력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다”면서 “현역 시절부터 몸이 기억하는 게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태그 동작까지 가더라”고 웃어보였다.
미국에서 2년간 연수를 마치고 SSG의 퓨처스팀 감독으로 취임한 손 감독은 취임 직후 곧바로 가고시마에 와 유망주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시기 동안 1군 감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손 감독이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유망주 캠프도 안정감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1군 감독이 와서 직접 선수들을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훈련 효율이 떨어지거나 해야 할 것을 못하는 건 없다. 훈련 시간 내내 감독실에 있지 않고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손 감독의 열정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꾀를 부릴 수 없다.
현역 시절 ‘연습생 신화’를 쓴 선수이자, 현역 은퇴 후 다양한 지도자 경험을 쌓으며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은 손 감독이다. 최근 2년간은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의 마이너리그 구단에서 연수를 했다. 미국에서 2년간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는 손 감독은 유망주 캠프의 전체적인 틀, 그리고 더 나아가 퓨처스팀의 사고 유연성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훈련 시간은 짧지는 않다. 아침 얼리워크조부터 야간 훈련까지 꽤 오랜 시간 훈련이 진행된다. 훈련 프로그램도 굉장히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다. 타격 훈련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타격 훈련을 소화하는 게 아니다. 어떤 선수는 선구안 개선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어떤 선수는 번트 훈련을 하고, 어떤 선수는 배팅볼을 치기도 한다. 수비와 투수 훈련도 역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손 감독이 미국에서 눈여겨봤던 프로그램들을 코치들과 논의해 도입한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의 하루 일과도 자신이 오늘 어떤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전 생각했다가는 경기장에서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손 감독은 “미국에서 했던 것 전부를 하지는 않는다. 버릴 것은 버렸다”면서 “그동안 미국에서 찍어뒀던 영상을 각 파트별로 다 줬다. 선수들과도 공유했다. 이런 연습도 있고, 저런 연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훈련 이해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선수들이 또 그것에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 마무리 캠프 및 유망주 캠프와 다른 것은 ‘미팅’이다. 메이저리그는 하루에도 코치들이 자주 만나 오랜 시간 미팅을 한다. 난상토론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손 감독도 우리 코칭스태프와 미국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로 미팅을 뽑는다. 굳이 각 파트에 대한 논의에 국한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SSG 퓨처스팀은 모든 코치들이 모여 매일 한 선수씩을 놓고 집중적인 토론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야수의 타격에 대해서는 타격 코치가, 투수에 대해서는 투수 코치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손 감독은 다른 코치들이 보는 시각이 선수의 장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수비 코치가 투수를 보는 시선, 타격 코치가 투수를 보는 시선이 투수 코치의 시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파트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인정하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코치들의 생각하는 해당 선수의 장점과 보완 방향을 뽑아낸다. 전형적인 미국식 방식이다. 손 감독은 여기에 대해 선수들에게 직접 자신의 장점을 묻곤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굴하고 그에 맞는 육성 방향을 짜기 위해서다.
손 감독은 퓨처스팀의 육성이 잘 되기 위해서는 코치들이 열정적이고 새로운 방향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행히 현재 구성된 코칭스태프가 전체적으로 젊고 열정적이다. 손 감독이 미국에서 봤던 것들을 이야기하면, 관심을 가지고 오히려 손 감독을 붙잡고 늘어진다. 손 감독은 “담당 코치들이 더 반짝반짝거린다. 우리가 처해진 그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찾아서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칭찬했다.
손 감독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찾는 지도자가 결국 실력이 있는 지도자다. 우리가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의뢰인이 찾아와 무엇을 묻는데 변호사가 ‘잠깐만요. 알아볼게요’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현재 코치들이 너무 에너지가 넘친다. 우리가 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부터 구단에서 내려오는 방향성을 가감 없이 공유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아직 뼈대를 만드는 중”이라고 말하는 손 감독의 열린 사고와 확장성이 SSG 퓨처스팀의 문화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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