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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뚜렷한 성장의 발자국… SSG 좌완 세대교체 기대주, 31일의 소중한 1군 경험

작성일: 2023.12.01 16:21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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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군과 2군에서 모두 가능성을 내비친 2년차 좌완 이기순 ⓒSSG랜더스
▲ 올해 1군과 2군에서 모두 가능성을 내비친 2년차 좌완 이기순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경기는 이미 LG의 흐름으로 넘어가 있었다. 5회까지 0-8로 뒤진 SSG는 어쩌면 다음 경기를 위해 현명한 후퇴가 필요했다. 그때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던 한 선수가 호출을 받았다. 좌완 이기순(20)의 1군 데뷔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기순은 당시 등판에 대해 “처음에는 많이 떨었다”고 떠올렸다. 그토록 꿈꿨던 1군 마운드지만, 상상 이상의 압박감과 긴장감이 몰려들었다. 당장 상대는 리그 최강 타선이라는 LG였다. 선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민성에게 홈런을 맞았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회심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이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이기순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나 이 어린 선수의 심장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홈런을 맞은 뒤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이기순은 이후 홍창기 문성주 김현수라는 좌타자들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채 아웃카운트 세 개를 연이어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2이닝 3실점을 기록한 진땀나는 1군 데뷔전이 이후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이기순은 1군의 느낌을 잊지 않고 간직했다.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했다.

1군의 벽을 느끼고 포기하고 좌절하는 선수도 많지만, 이기순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퓨처스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선발로 던지며 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기순이 원했다. 퓨처스리그 코칭스태프에 “선발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코칭스태프가 이를 수락했다. 이유가 있었다. 더 많이 던지면서 감과 보완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기순은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는데 선발을 하니 정해진 날짜에 던져서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많이 던진 게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많이 던지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보완점도 동시에 찾았다. 우선 신인 시즌이었던 2022년과 달리 자신도 모르게 체력적으로 많이 성장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기순은 “작년에는 중간에만 있었는데 올해는 선발로도 던졌다. 계속 운동하면서 준비할 수 있었고,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코칭스태프에 고마워하면서 “체력적으로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작년에는 8~9월에 힘이 떨어져서 많이 맞았는데, 올해는 그런 것들이 많이 없었다. 그런 부분들이 발전했다”고 돌아봤다.

올해 1군 등록 31일 동안 등판은 두 차례밖에 없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직 스무 살의 젊은 선수다. 2군 기록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기순은 지난해 18경기에서 22이닝을 던지며 1승3패 평균자책점 6.95라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올해는 17경기에서 4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을 3.29까지 크게 깎았다. 피안타율은 0.209에 불과했다. 시즌 막판에는 선발로 나서 4~5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도 했다. 

▲ 이기순은 올해 2군에서 차분하게 기량을 갈고 닦으며 괄목할 만한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 ⓒSSG랜더스
▲ 이기순은 올해 2군에서 차분하게 기량을 갈고 닦으며 괄목할 만한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 ⓒSSG랜더스

프로필상 174㎝의 작은 체구. 구속도 빠른 편은 아니다. 올해 최고 구속은 시속 146㎞ 남짓. 그러나 워낙 수직무브먼트와 공의 회전이 좋다. 올해 제법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지명 당시부터 “키움의 김재웅처럼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 가능성을 조금씩 현실로 드러내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2023년은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김동호 SSG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는 구속도 더 올라올 수 있고,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재목이라 믿는다. 최근 끝난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도 이 가능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다만 이기순은 이런 칭찬에도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1군에서 드러났던 보완점들을 곰곰이 생각한다. 구속 증강보다는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하겠다는 각오다. 같은 구속도, 투수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코스에 던지느냐에 따라 타자가 느끼는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이기순은 “너무 구석구석 던지려는 게 많았다”고 했다. 2군에서는 통했지만, 1군에서는 쉽지 않았다는 회상이다. 이기순은 “구속을 올리고 싶기는 하지만 너무 그것에 욕심을 내면 밸런스나 메커니즘이 많이 흔들릴 수 있다. 구속은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 알아서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에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경기를 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계속 피해 다닐 수는 없다. 정면 승부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키워가겠다는 생각이다.

욕심을 많이 부리지는 않는다. 1년 사이 자신이 자란 것을 느꼈듯이, 최선을 다하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기순은 “1군에서 경기를 뛰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시즌 때 준비를 잘해야 한다. 1군 출전은 나중의 문제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열심히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면 좋은 자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2024년을 응시했다. 이기순은 1월 대선배 김광현과 함께 오키나와에서 담금질에 들어간다. SSG의 좌완 불펜진 재건 구상에 이기순이라는 이름 석 자가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SSG 좌완 세대교체의 기대주 중 하나인 이기순 ⓒSSG랜더스
▲ SSG 좌완 세대교체의 기대주 중 하나인 이기순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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