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씨름대축전 개최에 일조한 김영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사무국장(가운데)이 도나휴 브라이언 티모시 미군 물자지원사령부 여단장(맨 왼쪽) 스타모스 라이언 주임 원사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 구미, 곽혜미 기자
▲ 경북씨름대축전 개최에 일조한 김영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사무국장(가운데)이 도나휴 브라이언 티모시 미군 물자지원사령부 여단장(맨 왼쪽) 스타모스 라이언 주임 원사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 구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모래판을 둘러싼 열기가 초겨울 추위를 살그머니 녹였다. 

수백 관중이 씨름판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탄성과 격려, 박수와 환호가 맞물렸다. '씨름 대축제'였다.

2023 경북씨름대축전이 지난 2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성료했다.

주한미군과 카투사 장병이 모래판에 올라 눈길을 모았다. 지난 9월부터 경북 칠곡에 있는 '캠프 캐롤' 부대 장병은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 정창진 구미시청 씨름단 감독 등 국내 씨름인 5인에게 이론과 실전을 결합한 체험형 씨름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15주간 씨름 용구 사용법과 중심 잡기, 모래 적응, 손·허리·다리 기술 등을 익혔다. 4개월 동안 배운 실력을 대축전에서 유감없이 발휘해 관중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 8개월간 대축전을 총괄한 김영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사무국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개최는 녹록잖았다. "막판 3개월간 신경안정제를 복용할 만큼" 심적으로 힘들었다. 주한미군과 관중이 대축전 주연이라면 김 사무국장은 숨은 조연이었다. '연출자의 눈'을 지닌 주조연이었다.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대축전을) 잘 마친 것 같아 정말 기쁘다. 한미동맹에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있다. 도나휴 브라이언 티모시 여단장이 말씀하시더라. '한국에서 군생활하는 동안 여러 행사를 경험했지만 대축전이 단연 최고의 행사였다'고. 대축전이 끝난 뒤 직접 연락을 주셨다. 미군 선수들도 정말 만족해 한다. 주한미군 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귀국을 1년 미룬 병사, 휴가를 반납한 카투사 장병도 있었다."

대축전 열쇳말을 하나 꼽으라면 '주한미군'이다. 미군에게 씨름은 생소할 터. 둘을 연결 지은 아이디어 시원(始原)이 궁금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캐치프레이즈는 '씨름의 세계화'다. 세계화를 어떻게 풀어갈지 늘 고민한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이다. 한국에서 소임을 다하는 주한미군이 떠올랐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 뿐이다."

김 사무국장은 스물일곱 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께다. 첫 직장은 국회였다. 당시 김성조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사회물을 처음 먹었다. 그는 "그때 경험이 큰 자산이자 행운"이라 했다. 단단히 쌓은 자산은 대축전 준비서도 빛을 발했다.

"사실 대축전을 열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막판에는 신경안정제를 3개월간 복용했다. 하루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 김성조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현재 상황을 설명드리고 도움을 요청드렸다. 사장님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대축전) 안팎으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캠프 캐롤과 MOU(업무 협약)를 맺은 곳이다. 덕분에 (캠프 캐롤) 사령관에게 직접 브리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와 이태현 이사장, 공사 팀장급 두 분 이렇게 넷이서 1시간가량 사령관께 대축전 취지와 내용을 전달했다. 이 행사가 한미 우호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아울러 씨름의 문화재적 가치를 설명드렸다. 군장병에 관한 철저한 안전도 약속했다."

▲ 경북문화관광공사 김성조 사장(왼쪽)과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김영수 사무국장이 경북씨름대축전에서 열린 씨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구미, 곽혜미 기자
▲ 경북문화관광공사 김성조 사장(왼쪽)과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김영수 사무국장이 경북씨름대축전에서 열린 씨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구미, 곽혜미 기자

김성조 사장과 '2인 3각'은 성공적이었다. 미군은 김 사무국장 브리핑에 흥미를 보였다. 수동적인 청자(聽者)가 아니었다. 외려 능동성을 띄었다. 김 사무국장이 "내가 더 놀랄 만큼 전향적인 대화"를 미군과 나눴다.

"사령관께서 연신 '그레이트(Great)'를 외치셨다. 미군 측에서 최대한 협조할 테니 대축전을 진행해달라 하셨다. 군장병 안전은 부대에서도 포괄적으로 돕고 신경 쓰겠다 약속하셨다. '씨름은 한국의 훌륭한 전통 유산이면서 동시에 격투기다. (격투기인 만큼) 배우고 익히다 보면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 부문에 대해 미군 역시 충분히 헤아리고 이해도를 높이겠다'며 힘을 실어주셨다."

실무선에서 조율 역시 김 사무국장이 도맡았다. 훈련 장소 대여와 씨름 용품 지원, 예산 확보, 주한미군 교육생 관리, 대회장 계약과 무대 설치 등 A to Z를 총괄했다. "약과 불면, 눈물로 지새는 밤"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우군을 얻었다. 스타모스 라이언 주임원사와 한몸처럼 움직였다. 매끈한 협업으로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갔다. 비서관 시절부터 쌓은 인연들의 도움도 컸다.

"라이언 주임원사께서 워낙 많이 도와주셨다. 훈련장 제공부터 현장 분위기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해 주셨다. 그 분의 조력이 없었다면 (대축전 개최가)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비서관 시절부터 연을 맺어온 지인 분들도 버팀목이 돼 주셨다. 물질적·정신적으로 대단히 큰 도움을 주셨다. 미군 장병에게 씨름 교육 외에도 샅바와 같은 용품, 한국음식, 놀이공원, 그 외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데 말로 다하기 어려운 힘을 보태주셨다. 나 혼자 준비했다면 대축전은 불가능했을 거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모두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 김영수 사무국장은 아이디어가 넘친다. 대축전 하이라이트 격인 주한미군 장사씨름대회는 국내 씨름계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종목 글로벌화 촉진하는 방안이 머릿속에 그득하다.
▲ 김영수 사무국장은 아이디어가 넘친다. 대축전 하이라이트 격인 주한미군 장사씨름대회는 국내 씨름계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종목 글로벌화 촉진하는 방안이 머릿속에 그득하다.

김 사무국장은 아이디어가 넘친다. 대축전 하이라이트 격인 주한미군 장사씨름대회는 국내 씨름계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머무름은 없다. 종목 글로벌화 촉진하는 방안이 머릿속에 그득하다. 

"씨름을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게 포인트다. 일단 내년에 주한미군 장사씨름대회를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캠프 캐롤뿐 아니라 주한미군이 진주해 있는 평택이나 대구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동시에 주한미군과 국군이 함께 씨름을 체험할 수 있는 장(場)에 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 실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실업팀을 외국으로 데리고 나가는 기획도 진행 중이다. 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것이다. 아직 국내 씨름 팀은 해외 전지 훈련을 떠난 적이 없다. 예컨대 특정 1~2구단을 태국으로 데리고 가는 걸 고려할 수 있다. 태국 해변가에서 선수단이 훈련하고 경기하는 모습을 외국인 관광객이 구경하게끔 하는 것이다. 일종의 '씨름 버스킹'이다."

"이때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에게 샅바를 매주고 씨름을 알려 준다. 그렇게 씨름의 매력과 우수성을 알리는 거다. 이후 해당 국가 번화가를 찾는다. 백화점 광장 같은 곳에 특설 무대(모래판)를 만들고 거기서 씨름 대회를 열면 어떨까. (해변가에서) 교육할 때 자질을 보인 외국인을 그 대회에 초대해 실전 씨름까지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K-팝 아티스트를 초청, 씨름과 문화를 결합한 행사로 치를 수 있다면 반향이 상당할 것."

▲ 주한미군과 관중이 경북씨름대축전 주연이라면 김영수 사무국장은 숨은 조연이었다. '연출자의 눈'을 지닌 주조연이었다. 
▲ 주한미군과 관중이 경북씨름대축전 주연이라면 김영수 사무국장은 숨은 조연이었다. '연출자의 눈'을 지닌 주조연이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은 씨름 세계화 본영(本營)이다. 씨름은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에 올랐다. 이듬해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남북 공동으로 등재됐다. 전승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의 유산만이 아니다. 세계인이 보존하고 가꿔야 할 인류의 유산이다. 이 흐름에 발맞춰 태동한 곳이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이다.  

"5년 전 씨름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씨름계 경사였다. 이듬해 이태현 이사장 주도로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을 설립했다. 목표는 명료하다. 씨름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더불어 종목이 지닌 매력과 우수성을 더 널리, 더 깊게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고민한다. (단체명 그대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씨름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진흥하는 데 주력하는 곳이다."

김 사무국장은 기(旗)잡이다. 씨름 부흥 전초지를 자처하는 곳에서도 선봉이다. 대열 앞에 서 통솔한다. 다만 궂은일도 그의 몫이다. 전후방을 오간다. 내실과 외연을 두루 살핀 김 사무국장의 '씨름 진흥안'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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