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레전드 지미 롤린스(초록색 모자)가 스카이박스에 등장한 에스파 멤버 닝닝을 카메라에 담았다. 에스파 옆 스카이박스에서는 CC 사바시아와 아담 존스가 경기를 지켜봤다. ⓒ 신원철 기자
▲ 메이저리그 레전드 지미 롤린스(초록색 모자)가 스카이박스에 등장한 에스파 멤버 닝닝을 카메라에 담았다. 에스파 옆 스카이박스에서는 CC 사바시아와 아담 존스가 경기를 지켜봤다. ⓒ 신원철 기자
▲ 흥행 우려를 비웃듯 순식간에 매진된 서울 시리즈 개막전. ⓒ 연합뉴스
▲ 흥행 우려를 비웃듯 순식간에 매진된 서울 시리즈 개막전.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2007년 내셔널리그 MVP, 골드글러브 4회 수상에 빛나는 명 유격수 지미 롤린스가 한국에서 처음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에 찾아왔다. 경기 전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수도 없이 받았던 메이저리그 레전드 롤린스, 그가 누군가의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스카이박스를 올려다봤다. 경기 전 특별공연에 나섰던 에스파를 보기 위해서였다. 

20일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는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개막전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최고 70만 원에 달하는 비싼 티켓 가격과 유료 회원만 예매할 수 있도록 한 제한,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는 한국에서 인기 없다'는 시각이 이번 경기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그런데 개막전 예매가 시작된 순간 모두가 지금까지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순식간에 모든 표가 팔려나갔다. 

여기에 지난해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시작한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가 다저스 팬페스트에서 서울 시리즈 참가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또 한번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트레이드설에 오르내리던 김하성도 샌디에이고에 잔류했고, 또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밀어내고 유격수를 되찾는 등 한국 야구 팬들이 관심을 보일 이유가 또 생겼다.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열린 스페셜게임에서 팬들의 열기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 미국 스타들도 고척돔을 찾아와 화제를 모았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관중석에서 잠깐 고개만 돌려도 TV에서 본 아는 얼굴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 지드래곤과 대성, 박찬호가 같은 부스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 SNS 캡처
▲ 지드래곤과 대성, 박찬호가 같은 부스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 SNS 캡처

박찬호는 시구를 마친 뒤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상상도 못 했던 스타들과 함께 자리했다. 지드래곤이 박찬호와 함께 관전했다. 지드래곤과 가까운 사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규범 씨도 외야에서 관전한 인증샷을 올렸다. 황재균-지연 부부, 이보영-지성 부부, 차은우, 옥택연 등 스타들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봤다. 야구 팬들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날만큼은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메이저리그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스포츠사진기자로 변신한 켄 그리피 주니어는 카메라를 들고 고척돔을 누볐다. 아담 존스, CC 사바시아는 에스파 바로 옆 스카이박스를 배정받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두 사람은 에스파 멤버들이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바로 아래 구역 관중석에 있던 롤린스가 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봤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다저스), 다르빗슈 유와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까지 일본인 선수가 4명이나 참가한 경기라 일본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헤이세이의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안경 포수'의 대명사 후루타 아쓰야는 일본 방송 해설위원으로 앞서 열린 스페셜게임 일정부터 한국에서 보냈다. 20일에는 우에하라 고지와 후지카와 규지 등도 고척스카이돔에 찾아왔다. 

20일 미디어 워크룸에서 만난 후지카와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원래 한국 야구가 (일본보다는) 미국에 가깝지 않나. 일본에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야구는 메이저리그 스타일이라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동에도 갔다고 하고, 새우깡을 먹는 영상도 올라오고"라며 다저스가 자체 제작한 SNS 콘텐츠를 봤다고 했다. 

후지카와는"한국에서 야구를 본 적은 없다. 어제 와서 응원 문화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지만, 한국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매년 온다. 아이들이 여행을 좋아하고, 역시 한국 문화가 인기있지 않나. 나도 한국 드라마 많이 본다. 거의 다 본다. 재미있으니까"라고 말했다. 

▲ 김경문 감독은 관중석에서 야구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 신원철 기자
▲ 김경문 감독은 관중석에서 야구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 신원철 기자

올해로 만 65세인 김경문 감독은 야구 인생 최초로 더그아웃이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낯선 경험을 했다. 응원단상 바로 앞쪽 구역에 앉은 김경문 감독은 "이렇게 야구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주차장을 찾지 못해 입장까지 한참이나 걸렸다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김경문 감독은 바로 뒤에 앉은 팬이 파울볼을 글러브로 잡자 깜짝 놀라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야구인이 아닌 야구 팬으로 하루를 보냈다. 

외국인 선수들도 보였다. kt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함께 고척돔에 찾아왔다. 세 선수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오고 있으니 대기하라는 경호원의 말을 듣고 당황하다 계단을 찾아 떠났다. '전 NC' 재비어 스크럭스는 미국에서 날아왔다. NC 시절부터 유튜브를 운영했던 스크럭스는 요즘 매일 SNS에 한국 야구를 알리느라 바쁘다. 이번 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창원으로 내려가 NC파크에서 시구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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