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4188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패전을 안았다. ⓒ곽혜미 기자
▲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4188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패전을 안았다. ⓒ곽혜미 기자
▲ 개막전을 앞둔 LG 염경엽 감독은 류현진을 상대로 번트를 댈 만한 상황이 오더라도 소극적인 야구를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곽혜미 기자
▲ 개막전을 앞둔 LG 염경엽 감독은 류현진을 상대로 번트를 댈 만한 상황이 오더라도 소극적인 야구를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일단 우리는 공격이 우선이니까, 충분히 우리 타자들이 공략할 수 있을 거로 생각을 하니까…."

시범경기에서 9이닝 9탈삼진에 실책성 수비가 아니었다면 1실점을 기록했을 수도 있는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상대하는데, LG 염경엽 감독은 '작은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발 라인업도 시범경기 내내 유지했던 왼손타자 7명으로 이뤄진 구성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감독은 스스로 변수를 만들기보다 선수들이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을 차분하게 펼쳐놓는 야구를 그렸고, 선수들도 그 결과물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LG 트윈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개막전에서 8-2로 이겼다. 류현진 상대로 박해민(중견수)-홍창기(우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구본혁(3루수)-신민재(2루수)로 이뤄진 왼손타자 중심의 라인업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왼손타자 7명 가운데 문보경을 제외한 6명이 류현진을 상대로 모두 한 차례 이상 출루했다. 류현진은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 LG 신민재는 류현진을 처음 상대했지만 공을 지켜보기보다 초구부터 스윙하는 쪽을 택했다. 초구 대응은 파울이었어도 결국은 안타를 뽑아냈다. ⓒ곽혜미 기자
▲ LG 신민재는 류현진을 처음 상대했지만 공을 지켜보기보다 초구부터 스윙하는 쪽을 택했다. 초구 대응은 파울이었어도 결국은 안타를 뽑아냈다. ⓒ곽혜미 기자

사실 류현진 상대로는 선두타자 출루가 없어 애초에 번트를 시도할 상황조차 없었다. 그러나 타자들이 소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 장면에서 드러난다. 오지환은 2회, 문보경은 4회 볼카운트 3-0으로 타석을 시작했는데 4구째만 지켜보고 5구째는 모두 방망이를 내 파울을 만들었다.

9번타자 신민재는 2회 2타점 적시타가 나온 타석에서 초구부터 스윙했다. 이때는 파울이 됐지만 태어나서 처음 상대하는 '코리안 몬스터'의 공에 익숙해지기보다 전력분석 결과를 믿고 빠르게 결과를 내는 쪽을 선택했다. 신민재는 "왼손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이 2%라고 해서 직구와 커브만 생각하고 있었다. 2스트라이크 전에는 직구를 치려고 했다"며 "그냥 직구 나오면 직구 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내려간 뒤에도 꾸준히 추가점을 내면서 차이를 벌렸다. 불펜을 상대로는 주루 플레이가 적극적이었다. 3-2로 앞선 5회 선두타자 오지환이 안타를 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문보경의 땅볼이 진루타가 되면서 1사 3루 기회가 왔고, 박동원이 3루수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 6회에는 1사 후 박해민 홍창기가 출루하고 나서 이중도루를 합작했다.

7-2로 앞서던 8회 쐐기점도 도루에서 나왔다. 김현수의 볼넷에 이어 대주자 최승민이 2루로 뛰었다. 2루심의 세이프 선언에 2루수 문현빈이 어필했지만 한화는 이미 비디오판독 기회를 모두 소진했다. 최승민은 오스틴의 적시타에 홈으로 들어왔다. 

▲ 최원호 감독은 2회 무사 1, 2루에서 문현빈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2루에 있던 노시환이 3루에서 포스아웃되고 말았다. ⓒ곽혜미 기자
▲ 최원호 감독은 2회 무사 1, 2루에서 문현빈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2루에 있던 노시환이 3루에서 포스아웃되고 말았다. ⓒ곽혜미 기자

반면 한화는 류현진에게 크게 기댔다. 경기 전 한화 최원호 감독은 'LG 선발 디트릭 엔스를 어떻게 공략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데이터상으로 좌타자에게 약하고 우타자에게 강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류현진이 나가지 않느냐"며 "우리 중심타순의 우타자들이 잘 쳐줄 거다"라고 말했다. 점수가 적게 나더라도 류현진이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엿보였다. 한화의 경기 운영은 철저히 류현진 중심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화는 2회 노시환의 볼넷과 채은성의 중전안타로 얻은 무사 1, 2루 기회에서 문현빈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그런데 LG는 이 상황에서 3루 주자를 잡는 수비 준비가 리그에서 가장 잘 된 팀으로 꼽힌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트리플플레이도 만들었다. 한화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문현빈의 타구가 3루쪽으로 향하자 문보경이 달려와 준비한 것처럼 3루 베이스에 있던 유격수 오지환에게 송구해 노시환을 잡았다. 번트 병살타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화는 여기서 맥이 끊겼고, 이어진 수비에서 실점하면서 주도권을 먼저 내줬다. 

한화 타선은 4회초까지 안타 7개와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1개로 엔스와 승부를 잘 해내고 있었다. 잦은 출루에 비해 득점은 적었지만 타순이 계속 돌아가고 투구에 익숙해지고 있어 압박을 받는 쪽은 LG였다. 그런데 한화 방망이가 류현진이 4회 2사 후 강판된 뒤 갑자기 식어버렸다. 5회와 6회 엔스에게, 7회 김진성 8회 박명근 9회 이우찬에게까지 연달아 삼자범퇴를 헌납했다.  

▲ 류현진는 KBO리그 복귀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2자책점을 기록했다. 4회 2사 1루에서 나온 실책 뒤 3연속 안타가 치명적이었다. ⓒ곽혜미 기자
▲ 류현진는 KBO리그 복귀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2자책점을 기록했다. 4회 2사 1루에서 나온 실책 뒤 3연속 안타가 치명적이었다. ⓒ곽혜미 기자
▲ 박해민과 신민재는 류현진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 ⓒ곽혜미 기자
▲ 박해민과 신민재는 류현진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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