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실책 때문에 기가 죽어 있을 문현빈을 위로했다. ⓒ잠실, 김민경 기자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실책 때문에 기가 죽어 있을 문현빈을 위로했다. ⓒ잠실, 김민경 기자
▲  한화 이글스 2루수 문현빈이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자신의 실책 이후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2루수 문현빈이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자신의 실책 이후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문)현빈이가 수비하고 들어와서 '내가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어요."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37)이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자신의 KBO리그 복귀전을 되돌아보며 후배 내야수 문현빈(20)을 달랬다. 류현진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와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86구 6피안타 3사사구 5실점(2자책점)에 그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까지 나오는 등 컨디션은 좋았으나 류현진답지 않게 제구가 흔들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전력분석과 타격 코치가 준비도 잘했지만, 어제(23일)는 (류)현진이가 조금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현진이가 갖고 있는 커맨드가 아니었다. 실투도 조금 많았다. 어제 경기를 다시 돌려봤는데 실투도 조금 많았고, 또 그 실투를 놓치지 않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타격을 한 것 류현진을 이길 수 있는 그런 포인트였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책 이후 와르르 무너지는 가장 안 좋은 흐름이었다. 류현진은 2-2로 팽팽하게 맞선 4회말 2사 1루에서 신민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다음 이닝을 준비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때 2루수 문현빈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2사 1, 3루 위기로 이어졌고, 박해민이 류현진의 초구를 공략해 중견수 오른쪽 적시타를 날리면서 2-3이 됐다. 

LG는 여기서 류현진을 더 몰아붙였다. 계속된 2사 1, 3루에서 1루주자 박해민이 2루를 훔치며 류현진을 압박했고, 홍창기가 중견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때려 2-5가 됐다. 이어 김현수의 안타로 2사 1, 3루 위기가 이어지자 한화는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이태양으로 교체했다. 

자연히 비난의 화살은 문현빈에게 향했다. 에이스가 팽팽하게 잘 끌고 가던 흐름을 실책 하나로 망쳤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류현진은 후배를 먼저 품었다. 문현빈은 이제 프로 2년차 선수고, 평소 야무지게 수비를 잘 해내는 선수기도 하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기에 에이스가 등판한 개막전 접전 상황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 류현진은 "직구는 초반에 좋았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이닝에 다 맞아 나가면서 가운데로 몰렸다. 변화구 제구가 아쉬웠던 것 같다. 예방 주사 한 방 맞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곽혜미 기자
▲ 류현진은 "직구는 초반에 좋았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이닝에 다 맞아 나가면서 가운데로 몰렸다. 변화구 제구가 아쉬웠던 것 같다. 예방 주사 한 방 맞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3⅔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복귀전을 마쳤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3⅔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복귀전을 마쳤다. ⓒ곽혜미 기자

문현빈은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마자 류현진을 찾았다. 실수로 조기 강판까지 이어진 상황을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류현진은 "현빈이가 수비하고 들어와서 '내가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한번 실책해서 대량 실점을 하는 바람에 기죽어 있을까봐 '고개 들고 하라'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 역시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긴장하는 경기고, 현빈이는 이제 2년차 어린 선수다. 어차피 우리가 써야 된다면, 크게 어떤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계속 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현빈이가 앞으로 포스트시즌도 해야 하고 그렇게 봤을 때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경기 그랬다고 2루수를 바꾸는 것도 그렇지 않나. 이제 143경기 남았으니까 편하게 하라고 했다. 이제 1경기 한 게 아닌가"라고 어린 내야수를 먼저 다독였다. 

류현진은 스스로 투구 내용을 반성했다. 그는 "직구는 초반에 좋았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이닝에 다 맞아 나가면서 가운데로 몰렸다. 변화구 제구가 아쉬웠던 것 같다. 예방 주사 한 방 맞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컨디션은 좋았다. 날씨도 좋아서 좋은 컨디션이었는데,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투수는 제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제 한번 더 느낀 경기였다. 구속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150㎞를 던져도 한국 타자들이 콘택트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다. 140㎞ 초반이 나와도 제구 코너워크가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2년 만에 한국 마운드를 밟았을 때 환호로 맞이한 한화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류현진은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올라갔다. 가장 큰 구장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등판했는데, 한화 팬분들도 많이 와주셔서 이름을 불러주셨을 때 짜릿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마음처럼 되지 않은 제구와 실점 상황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마음처럼 되지 않은 제구와 실점 상황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는 좋은 결과까지 얻어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는 좋은 결과까지 얻어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류현진을 예우한 LG 선수단에도 감사를 표했다. LG 선수들은 류현진이 등판을 준비할 때 전부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서 일렬로 쭉 서서 돌아온 괴물을 환영했다. 박해민을 비롯한 야수들은 타석에 섰을 때 모자를 벗어 류현진에게 인사하며 또 한번 예우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고맙게 생각했다. 경기 시작했을 때 타자뿐만 아니라 상대 더그아웃 앞에 선수들이 나와 있어서 처음에는 뭐 때문인지 몰랐다. (의미를 알고)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LG 타자들이) 계속해서 타석에서 달라붙으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방망이에 맞히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까다로운 상대였음을 인정했다. 

류현진은 오는 29일 대전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홈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복귀전 등판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홈개막전 만큼은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현재 KBO 통산 98승에 멈춰 있어 빨리 2승을 더해 100승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욕도 넘친다. 

류현진은 "조금 더 제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어제는 투구 수부터 만족을 못할 만큼 많이 던졌다.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오는 29일 대전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홈개막전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오는 29일 대전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홈개막전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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