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 김민재.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 인터 밀란은 오래 전부터 김민재 영입을 계획했다.

이탈리아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인터 밀란이 김민재를 노린다. 2022년에도 김민재를 데려오려 노력했었다"고 밝혔다. 무려 3년간 김민재를 관찰한 셈이다. 

최근 이탈리아 내에선 김민재의 인터 밀란 이적설이 거세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지난 22일 "인터 밀란이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영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재를 꿈의 영입 선수라 표현한다"고 밝혔다.

30대 중반의 베테랑 수비수인 아체르비는 최근 나폴리와 경기 도중 후안 제주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 당시 둘이 신경전을 벌인 뒤 제주스가 주심에게 다가가 유니폼 소매에 부착된 인종차별 금지 패치를 가리킨 게 중계 영상에 잡혔다. 제주스의 항의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아체르비의 입모양을 통해 '깜둥이'라는 속어를 사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스도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체르비가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Negro)'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아체르비는 제주스의 주장에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제주스가 오해를 한 것 같다. 나는 결코 인종차별 발언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안다"라고 했다. 아체르비는 니그로가 아닌 'ti faccio nero(널 패서 검게 만들어주겠어)'라는 욕설을 했다고 주장한다.

상반된 의견 속에 아체르비는 이번 논란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낙마했다. 3월 미국에서 열리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와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을 치르는 이탈리아는 명단에 포함됐던 아체르비를 제외했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아체르비는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이번 A매치에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계 가능성도 있다.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 발언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소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게 된다. 아체르비가 부인하고 있어 조사에 대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체르비의 무죄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논란으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어 인터 밀란이 여러 시나리오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아체르비가 10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면, 인터 밀란은 다음 시즌 초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인터 밀란은 이번 시즌 우승이 유력하다. 24승 4무 1패(승점 76)를 달성하며 2위 AC밀란과 승점 차가 무려 14점이다. 이처럼 이번 시즌은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다음 시즌 초반 아체르비가 출전하지 못한다면 타격이 클 전망이다.

올해 36세의 베테랑 수비수인 아체르비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한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올 시즌 모든 대회 32경기에 출전해 2골과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인터 밀란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10경기 출전 정지를 당한다면, 인터 밀란은 올여름 새로운 센터백 영입이 불가피하다. 또 아체르비가 1988년생으로 나이가 많다보니 대체자를 구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그 대상으로 김민재가 떠올랐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뛰었다. 인터 밀란으로 간다면 세리에A 적응기가 필요치 않다. 이미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적이 있기에 인터 밀란행이 나쁜 카드는 아니다.

시즌 후반기 김민재는 뮌헨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최근 선발에 변화를 줬다. 사실상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레버쿠젠에 내준 상황. 11년 연속 우승 팀 뮌헨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남았다. 컵 대회에선 조기 탈락했다.

이 여파로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 종료 후 뮌헨을 떠난다. 사실상 경질이다.

투헬 감독은 반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희생양은 김민재였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김민재는 투헬 감독 축구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다른 주전들은 로테이션으로 체력을 아껴주면서도 김민재는 거의 매경기 풀타임 뛰었다.

그만큼 김민재 의존도가 높았다. 전반적인 공격 라인을 크게 올린 뮌헨에서 수비 범위가 넓은 '괴물 수비수' 김민재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빠른 스피드로 공격에 가담하면서도 어느새 수비수로 복귀했다. 정확한 패스는 덤이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운동능력이 뛰어난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조합보다 그라운드 내 소통을 중요시 하는 에릭 다이어, 마티아스 더 리흐트 듀오에게 신뢰를 줬다. 실력이 아닌 전술 변화의 따른 선택이었다.

결과는 성공. 다이어, 더 리흐트가 선발로 나선 두 경기 뮌헨은 단 1실점에 그쳤다. 득점은 11점. 두 경기 다 완승이었다. 투헬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왜 김민재가 주전에서 밀렸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다름슈타트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헬 감독은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뮌헨 중앙수비는 다이어, 더 리흐트가 지킬 것으로 보인다. 팀 성적이 다시 고꾸라진다면 김민재에게 기회가 오겠지만,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이달 초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라치오와 16강 2차전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1차전 원정 경기를 0-1로 패해 홈에서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후방 안정화가 최우선이던 때 김민재를 벤치에 앉혔고, 클린시트에 성공하자 주전 경쟁 흐름이 달라졌다.

결국 라치오전을 시작으로 마인츠 05, 다름슈타트전까지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승리를 보장하는 파트너가 됐다. 이렇다보니 투헬 감독은 변화를 가져갈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민재는 불과 열흘 만에 3순위로 팀 내 센터백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했다. 나폴리를 32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시즌 종료 후엔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됐다. 가치가 폭등한 김민재를 뮌헨이 가만 두지 않았다.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김민재를 설득하며 영입까지 성공했다. 이적료는 무려 5,000만 유로(약 720억 원).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다. 뮌헨은 김민재에게 5년 계약을 안겼다. 알려진 연봉은 100억 원이 넘는다.

그만큼 김민재의 실력을 높이 샀다. 영입 사실이 알려진 직후 투헬 감독이 적극적으로 반길 정도로 김민재를 크게 환영했다. 김민재는 곧바로 뮌헨 주전 자리를 꿰찼다. 주전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핵심이었다. 뮌헨 빌드업 플레이의 시작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초중반 내내 김민재는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투헬 감독은 휴식 없이 김민재를 매경기 풀타임 출전시켰다. 체력 문제가 우려됐지만 동시에 김민재의 위상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다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를 토트넘으로부터 임대로 데려왔다. 당시엔 어디까지나 김민재 대체 자원이었다. 뮌헨은 아시안컵 차출로 1, 2월 자리를 비울 김민재 대신 센터백을 소화할 선수가 필요했다.

뮌헨은 다이어를 데려올 당시 토트넘에 임대 이적료 350만 파운드(약 60억 원)를 지불했다. 완전 영입할 경우 드는 돈은 따로 들지 않았다. 다이어는 애초 올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2014년 토트넘에 입단한 다이어는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요 수비수로 활약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히는 등 준수한 센터백 자원으로 인정받았다. 손흥민 절친으로도 국내 축구 팬들에겐 유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새 사령탑으로 오며 얘기가 달라졌다. 다이어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더 이상 토트넘에서 다이어의 자리는 없었다.

그런 다이어를 뮌헨이 영입한 이유가 있다. 올겨울 수비진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

팀 수비의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했던 김민재가 한국 대표팀 자격으로 아시안컵 출전 차 1, 2월 뛸 수 없었다. 다요 우파메카노, 마타이스 데 리흐트는 돌아가며 다쳤다. 이들이 없을 때 뛰어줄 센터백 수비수가 필요했고, 영입이 비교적 쉬웠던 다이어가 낙점됐다. 다이어는 김민재 대신 뛴 시간 경기력이 좋았고 뮌헨은 완전 영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다이어가 김민재를 완전히 밀어버릴 거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최근 두 경기 연속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선발 센터백으로 나섰다. 김민재는 벤치에서 경기를 바라봤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 빌트'는 13일 "투헬 뮌헨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패배자들이 생겨났다"며 주전에서 밀린 6명의 선수를 공개했다. 우파메카노, 에릭 막심 추포-모팅, 브라이언 사라고사, 누사이르 마즈라위, 사샤 보이와 함께 김민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민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매체는 "김민재는 투헬 감독이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다. 그런데 지난 4경기 중 3경기나 벤치에 앉아있었다"며 "투헬 감독은 지난해 여름 나폴리 수비수였던 김민재를 5,000만 유로를 들여 데려왔다. 그와 계약하려고 여러 차례 전화 통화까지 했다. 꿈의 선수를 설득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 투헬 감독의 마음은 다르다. 최근 인터뷰에서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운동능력이 뛰어난 김민재, 우파메카노 조합보다 그라운드 내 소통을 중요시하는 다이어, 더 리흐트를 선택했다. 실력이 아닌 전술 변화의 따른 선택이었다.

일단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다이어, 더 리흐트가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뮌헨은 모두 대승을 거뒀다.

당분간 뮌헨 중앙수비는 다이어, 더 리흐트가 지킬 것으로 보인다. 팀 성적이 다시 고꾸라진다면 김민재에게 기회가 오겠지만,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비록 다이어가 다름슈타트전에서 2개의 실점에 관여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김민재에 비해 유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맨유, 인터 밀란 이적설이 나왔다. 올 시즌이 끝나고 뮌헨은 투헬 감독이 물러난다. 알폰소 데이비스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조슈아 키미히도 이적 얘기가 나오는 상황.

완전한 새 판을 짠다. 김민재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올여름에도 김민재 이적설은 끊임 없이 흘러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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