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에릭 다이어가 김민재를 밀어내고 출전 시간을 얻고 있는 현상은 잉글랜드 내에서도 화제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팀 셔우드는 25일(한국시간) '스카이스포츠 축구 스페셜'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만들어 낸 반전을 조명했다.
셔우드는 "다이어는 (다욧) 우파메카노와 김민재를 밀어 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 모두 다이어를 비판하려 하지만 어떤 감독이 오든 다이어를 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잉글랜드 출신인 다이어는 7살 때부터 포르투갈에서 랐고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스포르팅 유스팀 시절 두각을 보였고 프로 계약까지 맺은 이후 잠재력을 알아본 토트넘 홋스퍼로 2014년 이적했다.
다이어는 이적 첫해부터 28경기에 출전하면서 토트넘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2015-16시즌엔 무려 37경기에 출전했고 2016-17시즌 36경기, 2017-18시즌 34경기에 나섰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며 팀엔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8-19시즌엔 부상으로, 2019-20시즌엔 부진으로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으나 2020-21시즌엔 센터백으로 정착하며 다시 주전으로 올라섰다. 2021-22시즌에도 35경기, 지난 시즌에도 33경기에 출전했다. 2019-20시즌이 끝난 뒤엔 토트넘 홋스퍼와 계약 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꾸준한 출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치를 수록 잦은 실수에 팀 성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다이어를 향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키 판 더 펜이 합류하면서 입지가 줄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가 건강한 상태로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측면 수비수인 에메르송 로얄과 벤 데이비스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을 만큼 다이어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전력 외라는 것을 드러내고 다이어에게도 뜻을 전한 셈이다.
다이어에게 손을 내민 팀은 놀랍게도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다이어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중앙 수비수 깊이를 더하고 필요할 경우 '6번 미드필더'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풀럼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를 놓친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를 필요로 했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에 큰 힘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다이어의 행보는 반전이다. 지난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중앙 수비수 중 가장 높은 김민재를 밀어내고 선발을 차지할 기세다.
다이어는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팀을 떠나 있는 사이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25일 우니온 베를린과 경기에서 교체 출전을 데뷔전을 치렀고 아우구스부르크와 다음 경기에선 선발로 나섰다.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경기에서도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다이어가 출전한 3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3연승을 달렸고 다이어 역시 선발로 출전한 두 경기에서 7점대 평점으로 호평받았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빠진 사이 출전 기회를 얻었던 다이어는 김민재가 돌아온 뒤 입지가 더욱 줄었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 다시 다이어를 벤치에 앉히고 김민재를 선발로 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다욧 우파메카노가 퇴장당한 악재 속에 0-1로 졌다. VfL 보훔과 다음 경기에서도 2-3으로 충격패를 당했다.
그러자 투헬 감독은 다시 다이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김민재를 벤치에 앉히고 다이어를 선발로 내니 결과가 좋아졌다. 지난달 25일 난적 라이프치히RB전 2-1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다음 경기였던 SC 프라이부르크전에선 다이어와 김민재를 선발로 냈고 2-2로 비겼다.
그리고 지난 6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에 다이어는 마티아스 더리흐트와 함께 선발 출전했다. 전반기 부동의 주전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다시 벤치에 앉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우파메카노는 (퇴장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상황이며 더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이프치히와 경기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이 두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라치오에 3-0 완승을 거두자 독일 언론들은 더리흐트와 다이어 조합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투헬 감독도 생각을 같이 했다. 마인츠05전에 아어 다름슈타드전까지 우파메카노와 김민재를 벤치에 앉히고 더리흐트와 다이어 조합을 고수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마인츠를 8-1로 크게 이겼고 다름슈타트전에서도 5-2 승리로 공식전 3연승을 달렸다.
다름슈타트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헬 감독은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며 다이어를 중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독일 'T-온라인'은 "다이어는 올해 겨울 토트넘에서 왔지만 단연 바이에른 뮌헨 최고의 선수다. 라히프치히전에선 필드를 가로지르는 롱 패스로 해리 케인 득점을 돕기도 했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다이어는 다음 시즌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다. 지난 1월 바이에른 뮌헨과 6개월 임대 계약을 맺었는데, 출전 수가 늘어나면서 일정 경기 수를 충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1년 연장 늘어나는 옵션이 실행됐다.
다이어는 독일 매체 키커와 인터뷰에서 "내 개인적인 상황과 팀 상황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한다"며 "나는 이 클럽에 있는 것이 좋다. 이 클럽의 가치와 문화, 철학에 완전이 동의한다. 나는 여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뮌헨은 런던보다 훨씬 조용하고, 교통도 나쁘지 않다. 나는 도시보다는 시골에 있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다. 뮌헨 주변에는 이미 방문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소들이 있다"라고 만족해했다.
선수 시절 잉글랜드 국가대표를 지냈던 셔우드는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블랙번 로버스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토트넘과 인연은 은퇴 이후 계속됐다. 2008년 토트넘 1군 코치에 합류해 해리 래드냅 감독을 도왔고 2012년엔 테크니컬 디렉터와 21세 이하 팀 감독을 겸임했다. 2013년 12월 사임한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사임하자 감독 대행을 맡았고 일주일 만에 1군 감독으로 정식 임명됐다.
셔우드는 2014년 5월 경질 통보를 받은 뒤 2015년 2월 애스턴빌라 지휘봉을 맡았다. 1년도 되지 않아 경질당한 뒤 스윈든 타운 단장을 거쳐 현재는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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