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강민이 SSG전에서 9회초 타석에 들어서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김강민이 SSG전에서 9회초 타석에 들어서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윤욱재 기자] '짐승' 김강민(42·한화 이글스)에게는 어색한 출근길이 아닐 수 없었다.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가 만난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방문팀 한화 소속인 김강민은 구단 버스를 타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도착했다.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그가 출근을 밥먹듯이 했던 곳. 김강민이 이곳에서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렸던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김강민은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지난 해까지 줄곧 '구도' 인천을 지켰다. 2007년, 2008년, 2010년, 2018년,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과 함께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SSG를 떠나야 했다. 영원히 '원클럽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그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한화가 4라운드에서 깜짝 지명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적이 현실이 됐다.

인천 야구 팬들의 눈물을 뒤로 하고 대전에 새 둥지를 튼 김강민은 26일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았다. 

경기 시작부터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한화는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채은성(지명타자)-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하주석(유격수)-문현빈(2루수)-임종찬(중견수)-최재훈(포수)으로 1~9번 타순을 짰고 김강민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마침내 김강민이 그라운드에 등장한 것은 바로 7회말이었다. 한화가 김강민을 대수비로 투입하면서 김강민이 중견수로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다. 그러자 외야석에 있던 SSG 팬들은 김강민에게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고 김강민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김강민은 이왕 나온 김에 타석까지 들어서길 바랐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됐다. 아주 극적으로.

한화가 6-0으로 앞선 9회초 2아웃 상황. 대기 타석에는 김강민이 있었다. 만약 최재훈이 아웃된다면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경기를 마쳐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최재훈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랐고 그렇게 김강민에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주어졌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 한화 김강민이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김강민이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강민이 방송 인터뷰 도중 울컥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강민이 방송 인터뷰 도중 울컥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오히려 최재훈이 볼넷을 고르자 1루 관중석을 메운 SSG 팬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그만큼 김강민은 그리운 이름 세 글자였다.

김강민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SSG와 한화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마침 김강민의 응원가는 SSG 시절과 동일한 응원가였고 양팀 응원석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떼창'을 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비록 김강민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안타를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환대한 SSG 팬들, 그리고 열렬히 응원한 한화 팬들의 함성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경기 후 김강민은 "오늘 대수비로 나가서 팬들과 인사했는데 내일 타석에 들어가면 또 인사를 해야 했다. 그래서 기왕이면 오늘 타석에서도 인사를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안타까지 쳤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색달랐다. 내가 응원했던 선수들의 타구를 잡아야 하는 것이 많이 달랐다"는 김강민은 팬들이 응원가를 합창한 장면에 대해서는 "뭉클했다. 감동적이었다"라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끝내 눈물은 참았다.
 
앞서 최재훈이 볼넷을 고르지 않았다면 자신의 타석도 찾아오지 않았을 터. "앞에서 나가주기를 바랐다. 빨리 들어가서 치고 싶었다"는 김강민은 "그런데 오늘 조병현의 볼이 좋았네요. 볼이 좋아서 만만하게 칠 수 있는 공은 아니었어요"라며 자신을 상대한, 작년까지 팀 동료였던 후배 선수의 호투를 칭찬하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1만 541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들은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서자 하나된 마음으로 김강민의 응원가를 합창했다. 구역은 SSG와 한화의 응원석으로 나뉘었지만 이 순간 만큼은 하나였다.

▲ 한화 김강민이 SSG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김강민이 SSG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인천 SSG랜더스필드 외야 관중석에는 김강민의 유니폼이 등장했다. ⓒ곽혜미 기자
▲ 인천 SSG랜더스필드 외야 관중석에는 김강민의 유니폼이 등장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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