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문화 강조' 또 주먹구구식 선임인가...이번에도 듣지 못한 철학과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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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조용운 기자] '왜' 물음표가 또 붙는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드는 의구심이다.
축구협회가 공석인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일 비공개로 제5차 전력강화위 회의를 진행한 끝에 후보군 11명을 구성했다.
회의 직후 브리핑을 진행한 정해성 전격강화위원장은 "지난 2월 임시 감독을 선임한 뒤 3월 12일 4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20여 명의 후보군 리스트가 있었다"며 "이번 5차 회의에서는 총 32명의 후보자를 두고 논의를 했다. 3시간 동안 회의를 한 결과 총 11명의 감독을 최종 후보 선상에 올리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전력강화위가 추린 11명은 국내 지도자 4인에 외국인 감독 7인으로 압축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력강화위는 우선적으로 7명의 외국인 지도자와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들과 비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며 해당 지도자들의 경기 영상도 취합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외국인 지도자 후보들과 먼저 접촉하는 것에 대해 "우선 순위 개념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정해성 위원장은 "외국인 지도자를 먼저 면접하는 건 일단 국내 감독들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감독의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더 많아 일단은 외국인 지도자 7분을 먼저 만나보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태극호의 다음 선장이 될 11명을 관통하는 공통된 철학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모토가 없어 최악의 결과를 피하지 못했던 대표팀이기에 차기 사령탑 선임에 있어서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술 철학의 공감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축구협회가 먼저 확립한 철학과 지향점이 일치한 감독을 선임했을 때 좋았던 성과를 맛본 바 있다. 한국 축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지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며 기틀을 새로이 확립했다.
당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러시아 월드컵 실패를 오답노트로 삼아 마련한 뚜렷한 기준을 바탕으로 벤투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김판곤 위원장은 세계 무대에서도 능동적 축구를 펼치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고, 유럽을 돌면서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법론에 가장 어울리는 지도자를 물색했다.
확고한 전술 방향성과 전문적인 코치 세션을 보여준 벤투 감독이 한국에 왔고, 월드컵에서는 점유율을 가져갈 수 없다는 편견을 깨는 데 성공했다. 벤투호는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성과와 함께 팬들이 가장 원하는 볼 소유를 통한 전진을 이뤄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는 뒤로 물러서기 바빴던 모습에서 탈피해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벤투 감독과 결별하며 주어졌던 숙제는 같은 기조의 사령탑을 찾는 것이었다. 벤투 감독의 접근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4년의 연구와 투자로 결실을 맺었기에 기틀을 더욱 공고히 할 지도자를 찾았어야 한다. 더구나 벤투호가 4년 이상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며 유형의 데이터 자산까지 남겨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기껏 마련한 시스템을 뭉겠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되고 직접 밝혔던 대로 농담에서 시작한 일이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독단을 거치면서 선임 과정이 무색해졌다.
이러한 주먹구구식 선임의 결말은 역대 최고의 선수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오를 수 있다던 팬들의 바람을 일순간에 박살냈다. 클린스만 감독의 알 수 없는 철학은 아시안컵에서 졸전으로 이어졌고, 끝내 1년여 동행 끝에 결별했다.
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이후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전력강화위를 새로 짰다. 2026년에 열릴 북중미 월드컵까지 바라보는 안성맞춤 사령탑을 찾아야 한다. 팬들은 최대한 축구협회가 먼저 철학을 확립하고, 프로세스에 맞는 감독을 찾길 원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전력강화위에서부터 선호하는 전술 방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꼭 능동적이거나 공격적일 필요는 없다. 축구협회가 수비 축구를 바란다면 확실한 색깔을 지닌 감독을 데려오는 기준을 먼저 확립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정해성 위원장은 이번 브리핑에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1차 회의 이후 요식 행위나 다름없는 8가지의 기준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육성, 명분, 경력, 소통, 리더십, 인적 시스템, 성적을 낼 능력 등을 나열했는 데 너무 광범위하고 일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후보를 11명으로 좁히기까지 한 이번에는 보다 전문적인 철학을 공유할 수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정해성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면접과 관련해 "우리가 쭉 거쳐왔던 외국인 감독들에 대해 여러가지 부분으로 한국 선수들과 한국적인 문화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기술적인 내용보다 한국 특유의 선수단 규율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묻는 질문에도 "축구협회의 기술 철학에 대한 부분을 감독 대상이 된 분과 충분히 논의하고 소통할 생각이다. 우리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맞는 답을 들어 적합한 감독을 선임할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이제 후보군과 직접 마주하는 면접 단계에 도달하고도 한국식 문화 이해 측면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점은 또 다시 축구협회가 먼저 확립해야 할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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