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9 캡틴 살려라' 코치 총동원 야간 특타…'78억 첫해' 얼마나 답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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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캡틴 양석환(33)이 경기가 끝나고 다시 배트를 들었다. 타석에서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으니 나머지 공부를 했다.
양석환은 1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양석환이 6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건 개막 17경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양석환을 믿고 개막 16경기까지는 5번 타순에 고정했으나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타순 변화가 곧 해법은 아니었다. 양석환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날까지 5경기 통틀어 14타수 무안타다. 와중에 볼넷은 5개를 골라내며 꾸준히 출루하긴 했으나 양석환의 마음에 찰 리가 없었다.
두산은 한화 에이스 류현진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막혀 0-3으로 패해 시즌 성적 7승10패에 그쳐 7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2연승 상승세 흐름이 뚝 끊겼으니 중심타자로서 양석환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배트를 들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선 이유다.
잠실야구장 전체 조명은 양석환이 약 1시간가량 홀로 특타를 진행할 동안 켜져 있었다. 간이 배팅 케이지를 만들고 운영팀 직원의 도움을 받아 배팅볼을 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영수 타격코치와 일대일로 훈련을 이어 가다 김한수 타격코치까지 합류했다. 김한수 코치는 양석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 주면서 적극적으로 타격 지도를 했다. 김한수, 이영수 코치는 양석환의 옆에서 타격을 지켜보고, 고토 고지 작전코치는 2루 베이스 근처에 서서 타구를 지켜봤다. 고토 코치는 지난해까지 메인 타격코치를 맡았던 인물이다. 팀 내 타격 전문가 3명이 모두 달려들어 양석환 살리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었다.
잠시 뒤 강승호가 합류하면서 양석환은 외롭지 않게 나머지 훈련을 이어 갔다. 강승호는 배트 대신 글러브를 끼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조성환 수비코치와 함께였다. 강승호는 이날 실책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17경기에서 실책 8개를 저지를 정도로 안정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대신 타격감이 팀에서 가장 좋기 때문에 이 감독은 강승호에게 실책 관련 부담을 전혀 주지 않고 있는데, 강승호 본인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강승호 역시 1시간가량 조 코치와 펑고 훈련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양석환은 배팅을 다 마치고도 김한수 코치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만큼 현재 타격에 고민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경기장 조명이 다 꺼진 뒤에도 양석환은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이영수 코치와 둘만 남아 배트를 여러 차례 더 돌려 보면서 대화를 이어 갔다. 밤 10시 40분이 지난 시점에도 양석환은 이 코치와 그라운드에 있었다. 이날 경기는 밤 9시 15분에 종료됐다.
양석환은 두산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양석환이 타석에서 신이 나면 두산도 상승세를 탄다. 선수단 사이에서 리더십도 빼어나 올 시즌을 앞두고는 주장까지 맡았다. 당장 개인 성적이 나오지 않아 캡틴 완장이 더더욱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선수들 앞에서는 가능한 티를 내지 않고 있다. 1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는 'V7 세리머니'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공유하면서 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여기서 팀이 더 흥이 나려면 결국 양석환도 타석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 두산과 4+2년 총액 78억원 FA 계약 첫해이기에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지금은 몸이 따라주질 않고 있다. 양석환은 계약 직후 4년 뒤 FA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고 싶은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려면 올해 부진의 늪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양석환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 이적하면서 야구 인생에 꽃을 피운 케이스다.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3시즌 통산 타율 0.267(1417타수 379안타), 69홈런, 236타점, OPS 0.788을 기록했다. 타율은 아쉬움이 남아도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해당 기간 팀 내 1위에 오르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17경기에서 타율 0.169(59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 OPS 0.577로 부진하다. 아직 시즌 극초반이기에 벌써 좌절할 필요도 없으나 아주 무시하기도 힘든 성적이다. 양석환은 일단 타격 코치들과 야간 특타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시간을 보냈다. 특타 효과는 곧 타석에서도 볼 수 있을까. 김재환, 양의지에 강승호까지 타격감이 좋은 상황에서 양석환까지 가세한다면 두산은 지금보다 더 위를 바라볼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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