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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여자 배구에 대한 변명과 리우의 교훈

작성일: 2016.08.17 06:30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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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 올림픽특별취재팀=조영준 기자] 4년 전과 비교해 팀 전력은 한층 탄탄해 보였다. 조별 리그 대진도 좋았고 8강전에서는 원했던 팀을 만났다.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세계 여자 배구의 현실은 냉혹했다. B조 조별 리그 2위를 차지한 네덜란드는 예상보다 강했다.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고 그곳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네덜란드의 전략에 한국은 말려들었고 이번 올림픽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한국은 16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세트스코어 1-3(19-25, 14-25, 25-23, 20-25)으로 졌다.

한국의 기둥이 김연경(28, 터키 페네르바체)은 홀로 27점을 올렸다. 양효진은 10득점을 기록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이번 경기의 키 플레이어인 박정아(23, IBK기업은행)는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16%에 그쳤다. 박정아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려고 나섰던 리베로 김해란(32, KGC인삼공사)의 리시브 성공률은 25%였다. 박정아와 교체 투입된 이재영(20, 흥국생명)도 네덜란드의 서브를 받아 내지 못했다.

리시브에서 무너진 한국은 그동안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하기 전까지 조별 리그와 가장 중요한 8강 경기를 준비해 왔다. 태극 마크를 단 12명의 선수는 자신을 내려놓고 메달을 위해 똘똘 뭉쳤다.

이러한 희생정신은 지난 5월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세계 예선과 본선 조별 리그에서 빛을 발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8강전에서 공들여 쌓은 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 박정아 ⓒ GettyImages

끝내 침묵한 박정아와 김희진, 한국 여자 배구의 현실은?

올림픽은 경험을 쌓기에 앞서 결과를 보여 주는 무대다. 네덜란드에 진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선배들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0년 만에 메달을 거머쥐기 위한 염원은 누구나 간절했다.

문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였는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경직됐다. 네덜란드는 브라질과 미국 그리고 세르비아와 비교해 서브가 강한 팀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네덜란드는 지난 5월 세계 예선과는 다르게 목적타 서브를 집요하게 넣었다. 표적은 박정아였다.

박정아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김연경에게 볼을 올렸고 이는 '다행히' 득점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치고 나갈 상황에서 네덜란드의 목적타 서브에 무너졌다. 연속 실점한 한국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박정아 대신 이재영이 들어왔지만 리시브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졌고 한국은 3세트를 따낸 데 만족해야 했다.

186cm인 박정아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주로 센터로 뛰었다. 기본기가 완성되는 중·고교 시절, 그는 수비는 물론 리시브를 많이 받아 보지 못했다.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뒤 이정철 감독에게 수비와 리시브 훈련을 받은 그는 조금씩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세계 예선에서 한국이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는 데 힘을 불어넣었다.

아쉽게도 박정아의 활약은 네덜란드전에서 무너졌다. 작정하고 들어오는 빠르고 낮은 서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김해란도 네덜란드에 서브 득점 5점을 내줬다. 한국은 박정아나 이재영이 후위에 있을 때 김해란이 리시브에 합류하는 훈련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실전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 김희진 ⓒ GettyImages

한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라이트에서 점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희진은 조별 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20점을 올리며 선전했다. 김희진이 맹활약한 경기는 이 경기 뿐이었다. 레프트에만 치중했던 한국은 상대 블로커들을 이기지 못했다.

김희진은 국내 V리그에서 주로 미들 블로커로 뛴다. 김희진을 제외하면 마땅한 라이트 공격수가 없는 것이 한국 여자 배구의 현실이다. V리그에서 라이트 공격수 자리는 늘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른쪽에서 결정타를 때릴 거포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김희진은 이동 공격과 연타 공격 그리고 시간차공격으로 주로 득점한다. 네덜란드의 로네크 슬뢰체스나 러시아의 나탈리아 곤차로바처럼 나쁜 볼도 공격 득점으로 연결하는 거포가 아니다.

한국에서 나쁜 볼을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이는 김연경밖에 없었다. 박정아와 김희진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좋은 경기도 많이 치렀다. 이들의 활약이 네덜란드전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여자 배구의 현실이다. 박정아와 김희진은 여전히 한국 여자 배구가 선택할 최선의 카드다. 이들을 대신할 레프트 보조 공격수와 라이트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 한국 여자 배구의 문제점이다.

4년 뒤 2020년 도쿄 올림픽, 지금부터 준비해야

이정철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를 털어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은 세계 예선과 조별 리그에서 나타났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네덜란드전에서 한국의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청소년 여자 배구 대표팀에는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활약할 기대주들이 있다. 차세대 레프트 공격수로 기대되는 지민경(선명여고)과 189cm의 장신 공격수 정호영(광주체육중) 등이 그들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북미와 유럽 강호들은 공격과 높이는 물론 수비와 리시브도 좋아졌다. 아시아 배구를 대표해 온 한국과 일본은 모두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 네덜란드전에서 홀로 27점을 올리며 분전한 김연경 ⓒ GettyImages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주전 리베로 김해란과 세터 이효희(36, 한국도로공사) 그리고 남지연(34, IBK기업은행) 등은 국가 대표에서 은퇴한다.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세터와 리베로다. 

또한 기본기가 탄탄한 레프트 보조 공격수와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타를 때릴 수 있는 라이트 공격수도 절실하다.기본기는 어릴 때 몸에 익혀야 효과가 커진다. 눈앞의 성적에 연연해 어린 선수들에게 공격만 가르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처럼 시니어 국가 대표에 맞춰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4년 뒤 김연경은 서른을 훌쩍 넘는다. 그때까지 지금의 최고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연경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포지션별로 필요한 인재들을 길러 내고 현재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과제가 한국 여자 배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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