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철학은 흔들리지 않으리'…변성환 감독, 수원 삼성 자존심 회복에 차분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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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축구라는 것은 참 알 수 없더라구요."
호기롭게 수원 삼성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달려들었지만, 현실은 차갑고 냉혹했다. 의지와 대의만으로는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절실하게 느꼈던 변성환 수원 삼성 감독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 염기훈 감독 체제로 출발했다. 2023년 K리그1에서 K리그2로의 강등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사무국이나 선수단 모두 처음 겪는 상황에 대혼란을 겪었다. 대대적인 감사를 받으면서 체질 개선, 혁신, 변화 등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전조는 있었다.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가 그랬다. 처참한 성적으로 FC안양과 승강 PO에 가서 겨우 생존했지만, 2023년도 자금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상 유지와 땜질로 버텼다. 그리고 1등을 추구하는 모기업 삼성의 오랜 문화에서 '이류'로 전락했다.
지도자 선임 방식 등 모든 것은 엉망이었다. 신중을 기한다고 했지만,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도자를 너무 빨리 연소시켰다. 팀의 레전드인 염기훈 전 감독의 성장 기회는 그렇게 사라졌다. P라이선스를 획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단 몇 개월 만에 오랜 배움으로 습득한 지식은 '무능'이라는 단어 하나로 끝났다.
최고 등급의 지도자 배출은 1년에 많아야 25명 안팎이다. 일부 축구인은 빠른 지도자 승급을 위해 태국이나 중동으로 가서 자격을 취득하고 오지만, 커리큘럼이나 학습의 질은 한국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 자격증을 돈을 주고 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물론 개별 능력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또 다른 시각으로 판단 받을 수 있다.
변 감독은 착실하게 지도자 코스를 밟아왔다.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면서 각종 문제점도 일목 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는 프로에 와서 하나의 자산이 됐다.
하지만, 오판을 했던 한 가지는 수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눌려 버렸다는 점이다. 수원은 팬층이 두껍고 엄청난 응원 열기를 자랑한다. K리그2 활성화에 수원이 기여하고 있다는 '슬픈 농담'이 진실일 정도로 수원을 홈으로 호출하는 팀들은 대목이다. 주중 경기에 걸린 팀들이 "주말에 배정해 주지"라며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볼멘소리할 정도다.
이제는 더는 남의 돈벌이에 들러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 변 감독이다. 그는 "작년 시즌 도중에 수원에 와서 그저 K리그1으로 무조건 올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상대보다 수원만 생각했고 약간의 우월감도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상대에는 상당한 자극제가 됐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변 감독은 차분하게 빌드업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아름다운 골로 마무리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K리그2는 정글이다.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 '아트 사커'를 해봤자 승점 3점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변 감독도 "저는 하나씩 완성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상대들은 아니더라. 그라운드 반대편에서 우리 쪽으로 한 번에 오더라. 그것도 전술, 전략이겠지만, 혼란이 오더라. 저 역시 결과를 만드는 축구를 해야 하는가, 신념이 흔들리더라"라며 실리를 추구해야 하나 싶었단다.
그래도 수원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수 전개 과정에 아무것도 없이 해내는 것은 팬들에게 무성의함을 노출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진 철학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이 변 감독의 의지다.
K리그1으로 떠난 FC안양은 울산 HD와의 개막전에서 K리그2에서 보여줬던 축구 그대로 가져가 1-0으로 승리했다. 안양 특유의 색채가 유지된 결과물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많은 것을 시도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과거 다른 팀들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학습한 결과다.
변 감독도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축구공은 둥글듯이 예상대로 나오는 결과는 없다. 그는 "수원은 두 마리 토끼(내용+결과)를 얻어야 하는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작년에는 그것을 모두 해내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올해는 차분하게 두 마리 토끼에 접근하려 한다. 자신 있다.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면면도 좋다"라며 기대해도 좋다는 뜻을 밝혔다. 일류첸코 등 영입생들과 기존 선수들도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K리그1으로 돌아오면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부터 안양이 생존해 있다면 지지대 더비, 그리고 친정 울산과의 맞대결이다. 수원의 가세가 기울기 전까지 울산은 중요한 라이벌 팀이었다. 그는 "수원이 K리그1으로 돌아가면 여러 라이벌전이 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이런 것들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울산에는 원정으로 간다면 기분이 정말 묘할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이뤄지지 않는 것들이지만, 꼭 해보고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수원은 22일 안산 그리너스 원정 경기로 출발한다. 이미 원정석은 매진 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안양전이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출발한다. 부러워도 이상하지 않지만, 일단 수원이 할 일부터 한다는 것이 변 감독의 생각이다.
수원 출신 이관우 감독은 화끈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이라고 외친 변 감독의 엄청난 출사표에 힘을 넣어줘야 하는 것은 오직 수원 팬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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