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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아버지’의 등번호 달았다… 질문왕과 훈련왕, 이승민의 야구가 더 단단해진다

작성일: 2025.03.06 22:4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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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해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올 시즌 더 큰 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승민 ⓒSSG랜더스
▲ 첫 해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올 시즌 더 큰 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승민 ⓒSSG랜더스
▲ 지난해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이승민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오프시즌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SSG랜더스
▲ 지난해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이승민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오프시즌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야, 너는 야구 이야기 하지마”

야구 선수가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어쩌면 권장되는 일이다. 야구를 생각하고, 그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질수록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박정권 SSG 퓨처스팀(2군) 감독과 이명기 퓨처스팀 타격 코치는 한 선수에게 “야구 이야기를 하지 마라”고 엄포를 놓는다. 평소 야구를 생각하는 것은 좋은데, 회식 자리까지 와서도 야구를 생각하고 질문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때로는 생각을 비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정권 감독이 두 손을 든 선수는 바로 2년차 외야수 이승민(20)이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24년 SSG의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입단했다. LG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이병규 LG 2군 감독의 아들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아직 아버지와 야구 실력을 비교할 수 없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고민은 아버지의 그 나이 때 못지않게 깊다. 회식 자리에서도 갑자기 타격폼을 이야기하고, 곧장 시범을 보이려 할 정도다. 

박 감독은 너무 생각이 많아져도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박 감독은 “재능이 있다. 또 디테일하게 접근을 한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좋은 것이다”라면서도 “그런데 그게 너무 심해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 코치도 지금은 생각을 조금 비우고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야구에 대해 진지하다. 그릇도 크고, 고민도 깊고, 그래서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고교 시절 뛰어난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다. SSG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야수진의 리빌딩을 이끌 주역으로 내야수 박지환(1라운드)과 외야수 이승민(2라운드)을 선택했다. 하지만 동기들 상당수가 1군에 올라간 것과 달리, 이승민은 지난해 1군에 올라가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66경기에서 타율 0.285, 3홈런, 20타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완성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승민은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이승민은 “아무래도 (입단 동기들이) 거의 다 올라갔다. SSG 팀 동기들도 그렇지만 내가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친구들도 시즌 막판에 다 올라가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마음 같지가 않더라. 시즌이 지날수록 스스로 조급해지는 것도 있었고 그걸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왜 남들보다 안 되는 거지”라고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오프시즌 동안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이승민은 “이제 더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나중에는 ‘나는 1군에 가야 한다’는 것밖에 안 보이더라. 무조건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는 오프시즌과 퓨처스팀 캠프에서의 의욕적인 훈련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승민은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해봤던 것 같다”고 이번 캠프를 총평했다.

이승민은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라고 말한다. 이승민은 “하나라도 뭔가 이상하면 그걸 계속 붙잡는다. 그걸 놔버리면 내가 포기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이야기한다. 아버지와 달리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다른 프로 선수들 못지않다. 훈련도 엄청 열심히 했다는 평가다. 너무 타격 훈련을 많이 해 손목에 무리가 가 코칭스태프가 자제를 시켰을 정도였다. 

▲ 이승민은 과제였던 수비가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타격 재능 또한 확실하다는 기대감을 모은다 ⓒSSG랜더스
▲ 이승민은 과제였던 수비가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타격 재능 또한 확실하다는 기대감을 모은다 ⓒSSG랜더스

훈련왕이기도 했지만 질문왕이기도 했다. 코칭스태프에 많은 것을 물어보는 한편, 이번 가고시마 캠프에 별동대로 합류한 1군의 베테랑 선수들에게 용기를 내 질문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이승민은 “내가 좀 부끄럽고 선배님들이 운동하는 시간도 다른데 가서 여쭤 봐도 되나 하다가 외야 수비를 할 때 (오)태곤 선배님하고 (한)유섬 선배님한테 수비하는 것들을 좀 많이 여쭤봤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엄청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셨다. 방망이도 최정 선배님에게 존 설정이라든지 리듬이라든지 여쭤봤고, 계속 내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도 그렇고, 리듬도 그렇고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승민은 “좋았을 때로 돌아온 느낌도 조금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1년간 뛰며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도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경민 코치는 “이승민이 결코 못하는 수비가 아니다”고 선수를 격려한다. 올해는 공·수 모두에서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아버지의 등번호인 ‘9번’도 달았다. 이승민은 “원래는 지금은 군대에 가신 박세직 선배님 번호였는데 형들도 좋은 마음으로 ‘네가 달아라’고 해 주셔서 감사했다. 원래부터 달고 싶었다. 뭔가 마음이 안정이 되는 느낌”이라고 웃어보였다. 새 등번호,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뛰는 2025년이다. 이승민의 야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캠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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