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의 견제구와 샌디 쿠팩스의 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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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로스앤젤레스, 문상열 특파원] KIA 타이거즈 임창용의 고의성 짙은 견제구는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cbssports.com은 29일(현지 시간) '한국 투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견제구(korean pitcher unleashes world's most dangerous pickoff throw)'라는 제목으로 동영상과 기사를 보도했다. 선입견을 갖지 않은 일반 팬들도 동영상을 보면 견제구의 고의성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임창용과 두산 오재원의 묵은 감정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견제구는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196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도루왕 루 브록은 LA 다저스 에이스인 왼손 투수 샌디 쿠팩스로부터 몸에 맞는 볼로 한동안 결장했다. ‘나이스맨’으로 통한 쿠팩스가 고의로 던진 빈볼 때문이었다. 쿠팩스는 브록의 등을 정확하게 맞췄다. 훗날 브록은 쿠팩스 투구에 등을 맞고 선수 생명이 끝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쿠팩스와 브록은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전설적인 선수들이다.
쿠팩스가 고의로 브록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이유는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발 빠른 25살의 혈기 넘친 브록은 출루하면 베이스를 휘젓고 다녔다. 1965년 5월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와 다저스는 3연전 마지막 경기를 벌였다. 두 팀은 1승1패를 거두고 있었다. 다저스는 쿠팩스, 세인트루이스는 커트 시몬스가 선발로 나섰다.
1회 초 2번 타자 브록은 수비가 취약한 쿠팩스를 상대로 투수 앞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2루, 3루를 연거푸 훔쳤다. 투구 폼이 큰 쿠팩스는 견제와 제 5의 내야수로서 플레이가 미흡했다. 브록은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브록이 수비 약점을 파고든 데 대해 쿠팩스는 잔뜩 열이 받아 있었다. 3회 브록이 타석에 들어서자 곧바로 등을 강타했다. 브록은 볼에 맞고도 경기를 이어 갔다. 그러나 5회 삼진 뒤 교체됐다. 경기는 세인트루이스가 2-1로 이겼다.
메이저리그 불문율 가운데 투수로부터 몸에 맞는 볼을 맞았을 때 맞은 부위를 만지지 말라는 게 있다. 상대에게 약한 면을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다.
브록은 1965년 63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이후 8차례 도루왕에 올랐고, 1974년에는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 한 시즌 100도루를 성공했다. 통산 938개의 도루로 은퇴할 때는 이 부문 1위였다. 안타도 3,023개를 기록했다. 브록은 쿠팩스가 마운드에 있을 때 더 이상 도루를 하지 않았다.
쿠팩스는 메이저리그 경력 12년 동안 3차례 사이영상을 받았고 MVP로 뽑혔다. 1966년 27승9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투수 3관왕을 차지하고 팔꿈치 부상으로 은퇴했다. 쿠팩스는 통산 9,497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18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1966년 323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개의 사구도 없었다. 브록에게 던진 볼이 '고의적'이었다는 게 기록으로 입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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