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40°C에 내몰린 아이들, 사설 '유소년대회' 안전 불감증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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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최근 유소년 축구 인프라 확산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유소년 축구 페스티벌이 우후 죽순처럼 열리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설 대회가 늘어나면서 참가자와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27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제19회 금강배 리틀K 전국유소년축구대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회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춘천시, 사단법인 A가 행사를 주최했다.
대회가 열린 기간 체감온도는 무려 40도가 넘었다. 그러나 8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 선수들은 오전 8시부터 정오가 넘은 12시 40분까지 고온 속에 연속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경기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이런 더위에 어린아이들에게 낮 경기라니 말이 되느냐. 다른 대회들은 모두 야간으로 진행되고 충분한 휴식 공간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 대회는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경기수도 하루 2경기로 빽빽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기본적인 식수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그늘막 하나 쳐놓고 대회를 진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 대회 규모만 키워놓고 실제 현장은 엉망이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많은 사설 대회들이 지방에서 생겨나고 있고 지자체 보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지자체가 적극 보조금 후원에 나서면서도, 정작 대회의 안전관리 책임은 방관하거나 주관사 혹은 공동 주최측에 떠넘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7일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대한체육회 및 전국 시·도 체육회는 폭염에 따른 유소년 체육대회 안전대책 강화 지침을 공식 공문으로 수령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춘천시 및 유관단체인 춘천시체육회 역시 국가 차원의 안전지침을 사전에 전달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 마련된 폭염 대응책은 개선점이 매우 필요해보인다.
행사 주최측인 춘천시 관계자는 "보조금을 집행해서 춘천시 이름이 들어간 것 같다. 주최가 아니라 후원으로 명시를 해야하는데 왜 주최로 적혔는지 모르겠다"면서 "구급차 대수는 잘 배치됐는데 폭염에 따른 안전사항 대책은 주관사에게 물어보고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을 집행했기 때문에 대회에서 발생되는 최종책임자는 춘천시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보조금을 집행한 만큼 대회에서 발생하는 최종 책임이 춘천시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관 단체인 A관계자는 "보통 대회를 1년전부터 준비한다. 매년 항상 해왔던 대회이고 폭염일것 이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날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승인하고 주최 주관하는 대회는 협회의 가이드라인 안에 철저하게 움직인다. 또한 지자체 체육과 그리고 시군구 체육회, 병원, 소방서들과 긴밀한 공조와 협조가 이뤄진다.
철저하게 교육된 경기감독관이 반드시 배정되고 경기장의 잔디상태, 심판수, 구급차 대수 등 경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체크한다. 업무가 체계화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도 명확하다.
당연히 폭염시 온열질환 예방을 포함한 안전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고 모든 경기는 야간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사설대회는 다르다. 정작 사고가 터지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는 '우리는 돈만 줬다'고 하고, 사설 주관사는 '지자체가 협조를 안 해줬다'고 한다. 책임 공방만 이어질 뿐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국가적 지침까지 내려온 마당에, 돈을 집행한 춘천시가 ‘주최인지 후원인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면서 "춘천시 문제만은 아니다. 지자체 체육부서와 체육회가 예산만 지원하고 끝날게 아니라 사전 점검, 감독, 평가까지 책임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가 예산 교부하는 대회는 철저하게 직접 관리감독 해야한다. 만약 어렵다면 대한축구협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게끔 행정독소 조항이 마련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선수들의 안전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유소년 스포츠는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하지만 지자체의 무분별한 대회 유치와 민간 위탁에 따른 안전 부실은 오히려 유소년 축구 문화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무분별한 유소년 대회가 대한축구협회의 승인제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 편의와 지역 홍보를 위한 이벤트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와 체육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최근 붉어진 비승인 대회의 문제점을 인식해 재빠르게 현안파악 및 개선 사항에 대한 마련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김승희 전무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장에 있는 유소년 지도자들이 계속 문제 삼고 있어서 인지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아이들의 안전이다. 축구협회가 할 수 있는 행정사항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경제적 효과'에 눈먼 대회 주최자들이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된 예방과 관리 감독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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