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의 철학자라더니, 계약도 철학적이네… 세상 복잡한 계약, 日 투수 굴욕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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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학구적인 자세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마운드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마나가 쇼타(32·시카고 컵스)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5년 총액 80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했다. 그런데 그 5년과 8000만 달러의 세부 구성이 꽤 복잡했다.
이마나가는 메이저리그 첫 해인 2024년 925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2025년에는 1325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했다. 2년간 2250만 달러다. 5년 계약 중 이 2년만 보장이다. 그 다음부터가 꽤 복잡하다. 바로 지금 이 시점이다.
우선 컵스가 결정해야 한다. 컵스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이마나가의 3년 구단 옵션을 결정한다. 컵스가 옵션 행사를 결정하면 남은 3년간 5750만 달러를 지불한다. 이미 받은 2년 2250만 달러를 더해 5년 8000만 달러 계약은 이렇게 완성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옵션 계약이다. 단순하다.
하지만 컵스가 이 옵션을 안 쓰기로 하면 이마나가가 결정권을 하나 갖는다. 이마나가는 다른 팀과 계약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 1525만 달러의 선수 옵션을 써 컵스에 남을 수도 있다. 상호 옵션도 아닌, 뭔가 더 복잡한 형태의 옵션이다.
구단과 선수가 모두 위험부담을 피하려고 하다 만들어진 독특한 계약이다. 컵스는 5년 계약을 했다가 이마나가가 ‘먹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피하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니 그럴 만도 했다.
반대로 이마나가는 자신이 실패했을 때 3년 차를 계속 컵스에서 보낼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만들었다. 이마나가가 선수 옵션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그러면 1년 1525만 달러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컵스가 결정해야 한다. 제드 호이어 컵스 야구부문 사장은 “앞으로 2~3주간 논의하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만 결정하면 된다. 이마나가는 컵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마나가는 지난해 29경기에서 173⅓이닝을 던지며 15승3패 평균자책점 2.91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컵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굳게 지켰다. 올해는 부상이 있어 25경기에서 144⅔이닝을 소화했다. 9승8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는 성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3·4선발 정도의 성적은 거뒀다. 부상 전까지는 뛰어난 퍼포먼스였다. 그렇다면 요즘 시세에 3년 5750만 달러는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다. 하지만 컵스가 확답을 못하는 건 세부 지표 때문이다.
이마나가는 후반기 들어 탈삼진 비율과 헛스윙 비율이 뚝 떨어졌다. 더 이상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이마나가의 공에 잘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 시즌 대부분의 기간 동안 피홈런 공장장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 피홈런에 울었다. 여기에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앞으로 3년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나이다. 하락세인데 나이까지 먹는다.
호이어 사장은 “(지난 2년간) 우리를 위해 공헌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팀 동료이자 조직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마나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말밖에 할 게 없다”고 칭찬하면서도 옵션 실행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이마나가의 옵션을 포기한다는 것은 연 평균 약 1916만 달러의 값어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이마나가로서는 다소 섭섭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컵스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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