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서는 투수의 가치, 5선발이 에이스다… 난세의 소리 없는 영웅, 승리보다 더 값졌던 4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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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최민준(27·SSG)은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선발 로테이션에는 후보에도 없던 선수였다. 다른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기회를 얻었다. 최민준은 길게 던질 수 있는 추격조로 1군에서 활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막 후 3주 정도가 지난 지금, 최민준은 SSG 선발진에서 가장 고군분투하는 선수로 자리하고 있다. SSG는 올 시즌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여러 변수가 생기고 있다. 토종 에이스인 김광현이 어깨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고, 6번째 선발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고졸 신인 1라운더 김민준 또한 부상으로 현재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예비 선발 요원으로 기대를 걸었던 조요한 윤태현도 밸런스 난조로 현재 2군에 있다.
한 자리가 비자 이숭용 SSG 감독은 최민준을 호출했다. 올 시즌 개막 로테이션에 극적으로 든 셈이다. 그런 최민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성적으로 팀의 소리 없는 영웅으로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13⅓이닝을 던지며 아직 자책점이 하나도 없다.
팀이 6연패에 빠져 있던 15일 인천 두산전에서도 경기 분위기를 잡는 데 결정적인 몫을 하면서 팀의 6-0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다. 4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1회와 2회는 출루를 허용했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고, 4회까지 실점하지 않으면서 부진한 팀 공격의 빈자리를 메웠다.
팀의 연패 탈출이 급했기에 5회 무사 1루에서 교체돼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이날 연패를 끊기 위해 지금까지 푹 쉰 필승조 선수들을 조기에 넣을 뜻을 드러냈고, 5회 이로운을 바로 붙이면서 최민준의 5이닝 소화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4회까지 무실점으로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한 경기였다. 이숭용 감독도 경기 후 “선발 민준이가 부담감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이겨냈다. 연패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교체를 결정했다.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최민준의 최고 장점은 계산이 서는 투수라는 점이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제구력이 좋다.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도 있다. 빠르게, 빠르게 맞혀 잡는 유형이다. 엄청난 압도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무너지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벤치에서는 계산이 서는 선수다. 최민준이 등판하면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실점의 선에서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벤치의 계획이 선다. 무시할 수 없는 큰 가치다. 15일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경기 후 최민준은 “팀이 연패 중이어서 승리를 반드시 이끌고 싶었다. 이기고 싶은 생각만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데이터분석팀에서 주신 자료를 토대로 꼼꼼히 플랜을 세웠고, 그 덕분에 팀 승리에 보탬을 된 것 같다”면서 “초반에 선취점을 내줘서 조금 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홈런을 친 명준이를 비롯해 열심히 타격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최민준은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커터와 커브, 여기에 슬라이더까지 효율적으로 던지며 구종 예상이 어려운 투수로 자리하고 있다. 이날도 슬라이더를 높게 던져 타이밍을 뺏는 역발상이 돋보였다. 최민준은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던지는게 타이밍 뺏는 데 도움이 됐다. 결정구로 활용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잘 구사됐다. 더 잘 다듬어서 내가 원하는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물론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두고 강판되는 심정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팀의 승리가 중요했기에 이는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더 적극적인 투구로 효율적으로 이닝을 채워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둔다는 각오다.
최민준은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승리 투수도 됐을 것이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더 공격적으로 승부를 했어야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오늘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연패 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더 힘을 얻었다. 나를 믿어주신 팬들, 그리고 이숭용 감독님, 경헌호 투수코치님을 비롯한 코치님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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