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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참 순박해", "못 쳤다고 경기 안 할래?"…'득점권 타율 0.417' 최강 대타, 그 뒤엔 멋진 아내 내조가

작성일: 2026.05.18 06:05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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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오른쪽) ⓒKT 위즈
▲ 이정훈(오른쪽) ⓒKT 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최원영 기자]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KT 위즈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8-7,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포효했다. 시즌 첫 3연패를 끊어내고 시리즈 스윕을 면했다. 리그 단독 선두로 이름을 빛냈다. 중심엔 이정훈(32)이 있었다.

1회말부터 2-0으로 앞서던 KT는 4회초 2-3으로 역전당했다. 6회초 2-4가 되자 6회말 3-4로 추격했다. 그러나 7회초 3-6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7회말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 김상수의 1타점 적시타로 6-6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8회말엔 최원준이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7-6 역전에 성공했다. 결승타가 되는 듯했다.

8회초 2사 1루에 구원 등판했던 마무리투수 박영현이 9회초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피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만루 위기에 처했다. 김태연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7-7 다시 동점이 됐다.

9회말 KT가 승리의 여신과 손을 잡았다. 장성우의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 후 투수가 이민우에서 강재민으로 바뀌었다. 김상수의 희생번트, 오윤석의 짧은 중전 안타로 1사 1, 3루.

▲ 이정훈 ⓒKT 위즈
▲ 이정훈 ⓒKT 위즈

다음 타자는 '끝내주는 사나이' 배정대였다. 배정대는 프로 데뷔 후 끝내기를 9차례 선보였다. 홈런 2회, 안타 6회, 희생플라이 1회를 빚었다. KT는 과감하게 대타 기용을 결정했다. 이정훈 카드를 꺼냈다.

이정훈은 강재민의 초구, 투심 패스트볼에 파울을 기록했다. 2구째 슬라이더는 볼로 들어왔다. 이어 3구째 슬라이더를 강타해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8-7을 만들고 팀에 끝내기 승리를 선물하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훈의 프로 첫 끝내기 안타이기도 했다.

이날 활약으로 이정훈의 시즌 성적은 28경기 타율 0.379(29타수 11안타) 7타점이 됐다. 대부분 경기에 대타로 나서고 있지만 좋은 타격감을 유지 중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417, 대타 타율이 0.350으로 훌륭하다.

승리 후 만난 이정훈은 "데뷔 첫 끝내기 같다. 찬스가 왔을 때 대타로 나가라고 하셔서 '끝내기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갔다. 정말 나와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덤덤히 미소 지었다.

끝내기 타석을 돌아봤다. 이정훈은 "그전에도 찬스가 생겼을 때 계속 뒤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항상 무엇인가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알아서 준비하고 있는 편이다"며 "실내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와서 장비 차고 투수와 타이밍을 계속 맞춰보고 있는다. 코치님께서 부르시면 바로 나갈 수 있게 대기하는 것이다. 난 항상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 이정훈 ⓒ최원영 기자
▲ 이정훈 ⓒ최원영 기자

이정훈은 "솔직히 (배)정대 타석에 나갈 것이란 생각은 못 했다. 준비는 했지만 지명타자 자리가 소멸됐기 때문에 거길 예상했다"며 "아직 내야수로 (권)동진이 한 명이 남아 있어서 그 자리까지 생각했다. 예상치 못하게 기회가 잘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강재민이) 사이드암 투수여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들어갔다. 그냥 무조건 내가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연패를 끊어내는 끝내기 안타라 더 값졌다. 이정훈은 지난 16일 3연패에 빠진 뒤 열린 주장 장성우의 선수단 미팅을 떠올렸다. 이 자리에서 장성우는 "올해 처음으로 3연패했지만 지금까지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 너무 연연하지 말고 평소처럼 하던 대로 하자. 팀이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플레이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이정훈은 "형이 선수단을 모아서 이야기한 덕분에 다시 마음을 잡은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베테랑 투수 우규민이 이정훈 곁으로 다가왔다. "(이)정훈이 데뷔 첫 끝내기!"라며 기념구를 후배 손에 쥐여줬다. 이정훈은 공을 꼭 잡은 채 인터뷰를 이어갔다.

대타로 잘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이정훈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도 대타로 많이 나갔다. 그게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계속 하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 루틴이 생겼다. 그걸 매일 지키려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항상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방망이를 딱 잡고 기도하고 들어간다. 기를 모으기 위해서다"고 부연했다.

▲ 이정훈 ⓒKT 위즈
▲ 이정훈 ⓒKT 위즈

KT는 비시즌 야수진 선수층을 보강했다.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정훈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와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증명할 수 있는 건 방망이였다"며 "잘 치면 감독님께서 믿어주시지 않을까 싶어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물론 수비 연습도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대타 출전의 고충도 있을 터. 이정훈은 "솔직히 한 번 나가서 치는 게 어렵긴 하지만 막상 못 치면 나 때문에 지는 것 같다. 그런 부담감이 있다"며 "못했을 때는 빨리 잊어버리려 한다. 타석에 들어갔을 때만큼은 그런 생각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임하려 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자연스레 아내를 떠올렸다. 이정훈은 "내가 못 치고 집에 오면 항상 와이프가 '표정에서 티가 난다. 참 순박하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계속 내게 장난 쳐주고 맛있는 요리도 해준다. 너무 고맙다"며 "때로는 '오늘 못 쳤다고 내일 안 할래'라며 강하게 말해줄 때도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아내는 내가 출전하면 마음 졸이며 TV를 끈다고 하더라. 결과를 확인했을 때 좋으면 녹화영상을 본다고 한다"며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내의) 웃음이 많아질 수 있도록 내가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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