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두산 투수가 고개 숙이고 울먹거렸다… 37살에 찾아온 인생투 인간승리, “꿈이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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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깜짝 선발로 나선 한 투수는 경기 후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잘 잇지 못했다.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했다. 모자를 눌러 쓰며 울먹거린 이 투수는 “꿈이 이뤄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신인도 아닌, 37세의 투수 로버트 스탁(뉴욕 메츠)이 감격의 하루를 보낸 선수였다.
2022년 두산 소속으로 KBO리그에서 뛰어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스탁은 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메츠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관계로 트리플A에서 뛰던 스탁이 급히 호출된 깜짝 선발 등판이었다. 상대는 한때 내셔널리그 최고 선발 투수 중 하나였던 샌디 알칸타라였다. 누구도 스탁의 선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기회를 잡은 스탁은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며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탁은 이날 5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외롭게 던지다 패전을 안기는 했지만, 스탁의 투구는 메츠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마이애미 타선의 장타력과 기동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스탁은 1회부터 4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잘 풀었다. 볼넷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인플레이타구를 허용해 경기를 끌고 가겠다는 듯한 공격적인 투구로 마이애미 타선을 막았다. 3회 무사 1,2루 위기를 잘 탈출한 스탁은 4회 득점권 위기도 잘 넘겼다. 0-0으로 맞선 5회 1사 후 조 맥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5이닝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다.
스탁은 2021년 시카고 컵스(1경기)와 뉴욕 메츠(2경기) 소속으로 세 차례 선발 등판한 것이 메이저리그 경력의 선발 경험 전부였다. 2021년 이후 첫 선발 등판이었고, 자신의 메이저리그 등판에서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분전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여긴 37세의 투수의 감격적인 선발 복귀전 호투는 많은 이들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탁은 2018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21년까지 꾸준하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으나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는 전형적인 ‘포A급’ 선수였다. 경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22년에는 한국에 와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나 29경기(165이닝)에서 9승10패 평균자책점 3.60에 그치면서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스탁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전전했다. 사실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였고, 지난해 보스턴 소속으로 2경기에 나갔으나 평균자책점 10.13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으나 지난 3월 흉곽출구증후군 수술을 받으며 장기 이탈했다. 이대로 현역이 끝날 위기였다.
그러나 스탁은 포기하지 않았고, 재활을 마친 뒤 트리플A에서 재활 경기를 하며 메이저리그 기회를 기다렸다. 이날 기회가 왔고, 스탁은 강렬한 투구로 향후 로테이션 잔류 가능성까지 높였다. 앤디 그린 메츠 감독 대행은 경기 후 “정말 인상적이었다. 구위가 좋았다”면서 “그는 오늘 투구한 방식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는 현시점에서 로테이션 구성 대화에 포함될 자격을 스스로 얻어냈으며 우리는 분명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만난 스탁은 지금까지의 기나긴 과정이 머릿속을 스쳐 가는 듯 울먹거리며 정상적인 인터뷰를 소화하기 힘들어 보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최대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모두가 스탁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스탁은 “기분이 정말 좋았다. 팔을 머리 위로 올릴 수도 없었던 몇 달 전 내 모습과, 오늘 시티필드 마운드에서 투구하고 있는 모습을 비교하면 꿈이 이뤄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간신히 눈물을 참아낸 스탁은 취재진에게 자신이 수술한 부위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마쳤다. 말 그대로 감격의 하루였고,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온 그림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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