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태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김주찬은 15일 광주 NC전서 선제 솔로 홈런을 포함해 4타수2안타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그의 시즌 타율은 3할7리가 됐다.

시즌 초반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치다. 그의 4월까지 타율은 1할8푼6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김주찬을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기회를 주며 때를 기다렸다. 김주찬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버나디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4월 타율도 2할5푼5리에 그쳤다. 외국인 타자로서 기대했던 공격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 감독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버나디나를 믿었고 그 역시 오래지 않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20(홈런)-20(도루)까지 기록하며 팀의 중심 타자로 자리잡았다.

위의 두 사례는 김기태 감독이 표방하고 있는 야구 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른바 '동행 야구'는 올 시즌 I<IA를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다.

김 감독은 좀 처럼 선수를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가야 한다는 기반 아래 고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시즌을 끌고 간다. 때론 너무해 보일 정도로 기회를 주는 것이 특징 중 하나다.

김 감독은 특별히 잘 해 준 선수를 꼽아달라는 언론의 질문에 항상 "잘 아시면서 그러는가. 특별히 누굴 꼽을 수 없다"고 답한다.

하지만 모두가 김 감독 야구에 동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확실한 기준과 원칙이 있다. 그 기준을 넘지 못하는 선수는 김 감독의 동행 야구에서도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우선은 성실성이다. 야구에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하는지를 살핀다. 그래도 안되는 선수는 어떻게든 끌고 가지만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결국 기회를 얻기 힘들어진다.

자신을 너무 드러내서도 안된다. 잘 안 풀린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화풀이를 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최악이다. 김 감독은 그런 모습을 매우 싫어한다.

그 역시 피가 끓는 남자다. 화도 잘 나는 편이다. 반은 참고 반은 표출한다. 김 감독은 "내가 좋은 코치들을 만났다. 감독이 화를 내도 선수들에게는 전달되지 않게 뒷수습을 알아서 잘 해준다"고 말했다. 코치들과 동행 야구도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김 감독은 "김주찬이나 버나디나 모두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 일단은 기술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안될 때 어떻게든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 된다고 혼자 동떨어져 있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동행 야구의 근본을 이룬다. 김 감독은 누구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일본 프로야구의 퓨쳐스팀(중.북부 지역 팀 3군 연합) 감독을 역임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김 감독은 "사실 아무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팀을 맡아야 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긴지(라쿠텐) 가쿠나카(지바 롯데. 2016시즌 타격왕) 같은 성공 사례들이 나왔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다보면 결실을 맺는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팀 내 경쟁 구도가 생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감독이 굳이 인상쓰며 혼을 낼 필요가 없다. 감독은 혹여나 최선을 다하고도 경쟁에서 밀린 선수를 잘 챙기면 그만이다.

2군도 잘 활용한다. 써야 할 선수를 2군으로 보낼 땐 "생각을 좀 가다듬고 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깜짝 2군행 카드도 가끔씩 쓴다. 엔트리는 빼지 않은 채 주말에 2군에 보냈다가 다음 주 초에 불러 올리는 방법이다. "감독이 실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래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김기태표 동행 야구는 이처럼 살벌한 생존 경쟁 속에 '관심'이라는 숨 구멍이 존재하고 있는 야구라 할 수 있다. 그 동행이 지금까지는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남을 밟고 일어서야 성공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김 감독의 '동행'은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엔 누구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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