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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택수 선수촌장 "亞게임 기점으로 종목별 평가…국가대표는 마지막 1% 넘어야"

작성일: 2026.09.11 08:26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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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지난 3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종목별 평가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혜미 기자
▲ 김택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지난 3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종목별 평가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혜미 기자
▲ 김택수 선수촌장 ⓒ곽혜미 기자
▲ 김택수 선수촌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진천, 정형근, 배정호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긴장감이 짙어지고 있다.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훈련장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지고, 선수와 지도자들이 느끼는 성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택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종목별 훈련장을 돌며 선수와 지도자들의 상태를 직접 살피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로 17년, 지도자로 7년을 선수촌에서 보낸 그는 국제종합대회 직전 선수와 지도자가 어떤 심리 상태에 놓이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김 촌장은 지난 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진행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막바지라 선수와 지도자 모두 상당히 예민해져 있다. 훈련장에 가보면 긴장 상태라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촌장은 자신의 종목인 탁구를 예로 들었다. “WTT 대회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다르다. 국가대항전이고 일본과 중국도 준비하는 방식이 다르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확 밀려온다. 메달을 따야 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선수들에게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훈련 방법이나 결과를 강조하기보다 먼저 웃고 “힘내라”, “파이팅”이라는 한마디를 건넨다. “나도 선수와 지도자를 해봤기 때문에 지금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안다. 지금은 다른 이야기보다 그런 한마디가 더 크게 와닿을 수 있다.”

다만 김 촌장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메달 숫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치·나고야를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의 현재를 점검하는 하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선수단 내부에서는 체력과 훈련 강도에 대한 고민이 제기됐다. 김 촌장 역시 당시 문제의식을 크게 느꼈다.

“밀라노에서 가장 뼈아프게 생각한 게 체력이었다.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종목별 평가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지원은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는데 경기력은 왜 떨어지는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 “국가대표는 세계 메달이 목표”…훈련 강도 다시 본다

김 촌장은 영양과 의무, 스포츠과학 등 지원 환경이 좋아졌는데도 일부 종목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훈련이다.

“국가대표 선수촌이다. 우리가 국내 1등을 하려고 훈련하는 게 아니지 않나.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목표로 훈련해야 한다. 8강에 가려고, 16강에 가려고 훈련하는 것도 아니다.”

목표가 세계 메달이라면 훈련 역시 그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촌장은 자신의 체감으로 과거 훈련 강도가 100이었다면 현재는 종목에 따라 60~70, 70~80 정도에 머무는 곳도 있다고 진단했다.

“훈련량과 강도는 종목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훈련 강도가 과거보다 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분명히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김 촌장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종목별 경기력과 훈련 상태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단순히 금메달 개수만 놓고 평가하기보다 훈련과 체력, 종목별 시스템을 함께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 ‘자율’과 ‘강도’는 다르다…“국가대표답게 훈련해야”

김 촌장은 취임 직후 국가대표선수촌의 의무 새벽훈련을 자율로 전환했다. ‘감시보다 신뢰, 의무보다 자율’을 앞세우며 선수와 지도자가 스스로 훈련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인터뷰에서 훈련 강도를 강조하면서도 ‘자율’의 원칙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그는 새벽훈련 자체를 경기력 향상의 절대적인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새벽운동을 한다고 체력이 엄청나게 올라간다면 의무적으로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새벽훈련은 특정 종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종목에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부상의 위험도 있다. 종목에 따라 새벽운동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야간훈련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만 ‘자율’이 훈련 강도까지 낮추는 의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훈련 강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김 촌장이 보는 국가대표 훈련의 핵심은 마지막 ‘1~2%’다. 선수가 스스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100이라고 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놓고 싸우기 위해서는 그 한계를 조금 더 넘어야 한다.

“선수가 스스로 100까지 갈 수 있다고 해도 거기서 1~2%를 더 견디는 건 정말 어렵다. 그 1~2%를 이겨내는 과정이 꾸준히 축적돼야 한다.”

자율은 편하게 훈련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종목의 특성과 선수의 개성을 인정하되 목표와 훈련의 질은 국가대표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김 촌장의 생각이다.

◆ 지도자에게는 “선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아달라”

훈련 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 촌장이 최근 지도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부탁은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훈련이 시작되면 휴대전화를 보거나 사무실로 들어가기보다 끝날 때까지 선수를 지켜봐 달라고 한다. “요즘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훈련을 제대로 끌어가는 데 지도자의 시선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강압적인 지도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김 촌장은 오히려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수마다 성장 환경과 성격이 다르고, 국가대표까지 올라온 선수들은 자기 생각도 뚜렷한 만큼 무조건적인 지시보다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지, 그걸 하면 무엇을 얻는지를 선수들과 소통해야 한다. 선수들을 인정해주고 소통해야 하지만 훈련에 들어간 순간만큼은 지도자의 시선이 선수에게 가 있어야 한다.”

김 촌장의 선수들과의 소통 방식도 비슷하다. 취임 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인사나 예절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만 선수들을 지적하기보다 자신이 먼저 행동하기로 했다.

“선수들이 인사를 안 하면 내가 먼저 하면 된다.”

선수촌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고 훈련장을 찾으면 “부상은 없느냐”, “아픈 곳은 없느냐”고 묻는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선수들도 먼저 다가오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고,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다는 불편도 거리낌 없이 말한다.

“선수들이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게 좋다.”

SNS 역시 선수와 국민을 잇는 수단이다. 김 촌장은 자신의 SNS에 선수들의 훈련 모습과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소개한다. “국민들에게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거다. 선수들도 자신들이 주목받고 응원받는 걸 좋아한다.”

▲ 김택수 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선수와 지도자들이 환영의 뜻을 담아 메시지를 남긴 대형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택수 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선수와 지도자들이 환영의 뜻을 담아 메시지를 남긴 대형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곽혜미 기자

◆ MRI·영양·분석까지…강한 훈련 뒷받침하는 지원

훈련 강도만 높여서는 경기력이 올라가지 않는다. 강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의무·영양·회복·스포츠과학 지원이 함께 따라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MRI 도입이다. 김 촌장은 “선수촌 역사상 처음”이라며 빠른 진단과 회복 과정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정확한 진단이 회복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으니 선수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올여름 폭염 속에서는 식단과 영양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식중독 위험을 낮추기 위해 날음식을 피하고 익힌 음식을 중심으로 제공했고, 단백질 음료 등 훈련 뒤 빠르게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지원도 강화했다. 종목별 트레이너를 보강하고 해외 전지훈련 때는 현지 음식이 맞지 않는 선수들을 위해 부식을 지원하기도 했다.

스포츠과학원과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심리 지원부터 경기 분석, 과학적인 훈련까지 종목별로 연결하고 선수촌 내 훈련기획·영상분석팀도 경기 영상을 분석해 현장에 전달한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예전보다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은 분명히 좋아졌다.”

김 촌장은 선수들에게 ‘회복’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운동을 할 때만 중요한 게 아니다. 끝나고 회복도 중요하다. 어떤 음료를 마셔야 빨리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훈련을 잘하는 것만 훈련이 아니다. 휴식 관리를 잘하는 것도 훈련이다.”

◆ “국가대표 안에서도 국가대표가 있다”

김 촌장은 선수촌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을 지켜보며 ‘노력의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선수는 배드민턴 안세영, 쇼트트랙 최민정, 양궁 김우진 등이다.

“국가대표 안에서도 국가대표가 있다. 그런 선수들은 노력이 다르다.”

김 촌장은 선수촌의 새벽과 야간을 자주 돌아본다. 공식 훈련 시간이 아니어도 개인적으로 훈련을 이어가거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민정이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해진 훈련 외에도 개인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도 직접 지켜봤다고 했다.

“운동선수는 3일만 쉬어도 체력 차이가 바로 나타난다.”

세계랭킹 1위라고 금메달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상대, 경기 흐름과 운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김 촌장이 확신하는 한 가지는 있다.

“훈련을 착실하게 잘하는 선수가 메달을 딸 확률은 높다.”

김 촌장의 시선은 현재 국가대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일본의 경쟁력이 국가대표 전력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구조에서도 나온다고 봤다.

“일본이 무서운 게 국가대표만 있는 게 아니다. 어린 선수들을 계속 육성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도 4년 뒤는 금방 온다. 대회 하나가 끝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가야 한다.”

김 촌장은 어린 선수들에게도 국가대표의 훈련 환경을 경험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구조가 한국 스포츠의 경쟁력을 이어가는 기반이라는 생각이다.

김 촌장은 현재의 국가대표는 물론 미래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에게도 그에 걸맞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국가대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향했다.

“국가대표는 실력이 국가대표다워야 하고 훈련도 국가대표다워야 한다.”

선수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실력을 증명한 선수들이 지도와 의무, 영양, 스포츠과학 등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김 촌장은 그런 환경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자기 한계에 도전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하는 게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그 축복을 느끼지 못하면 특권이 되는 거다.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그냥 누리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김 촌장의 집무실 한쪽에는 그의 생각을 압축한 문구가 걸려 있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 촌장은 이 문구에 대해 『중용』 23장의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그 정성이 쌓이면 결국 자신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에게도 같은 의미를 강조한다. “회사원이 일을 잘하면 자기 가족과 회사가 기쁠 거다. 그런데 국가대표 한 명이 잘하면 본인과 부모님, 동료가 좋아지고 그 종목이 좋아진다.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까지 줄 수 있다. 세상에 그만한 가치가 어디 있겠나.”

그래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선수들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김택수 촌장 집무실에 걸린 문구.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김 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 김택수 촌장 집무실에 걸린 문구.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김 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 김택수 선수촌장은 취임 이후 하루하루를 정확히 세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촌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곽혜미 기자
▲ 김택수 선수촌장은 취임 이후 하루하루를 정확히 세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촌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곽혜미 기자

◆ 하루하루를 세는 촌장…“후배들에게 더 나은 길 열고 싶다”

인터뷰 도중 김 촌장은 선수촌장으로 일한 날짜를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521일째. 그만큼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탁구 국가대표와 대표팀 지도자, 행정가를 거쳐 지금은 국가대표선수촌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김 촌장은 “정말 시간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주어진 권한과 시간이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촌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도 크게 느끼고 있다. 그는 “무섭고 두렵기도 하다. 그만큼 영광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고 했다. 

언젠가 선수 출신 후배가 이 자리에 왔을 때 하나의 길을 남겨놓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나중에 후배 가운데 누군가 선수촌장이 됐을 때 ‘김택수 촌장처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촌장이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길을 열어주고 싶다.”

김 촌장에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단순히 메달 성적만을 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선수촌의 지원과 훈련 시스템, 선수와 지도자들이 쌓아온 시간이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지는지를 점검하는 자리다.

대회가 끝나면 종목별 경기력과 훈련 과정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이치·나고야에서 드러난 성과와 과제를 토대로 국가대표 훈련의 다음 방향을 정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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