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NOW] 한국 농구 '아시아 4강' 복귀...'12년 주기 金' 진짜 보인다→난적 이란과 결승행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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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항저우 7위 참사'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내고 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 요르단을 완파하고 4강에 안착했다. 조별리그 3전 전승에 이어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향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에서 요르단을 114-80으로 대파했다.
세 수 위였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41위로 한국(57위)보다 16계단 높고 3년 전 항저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난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일방적인 흐름이 펼쳐졌다.
한국은 경기 시작 1분 10초 만에 10-0으로 달아나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았다. '요르단 에이스' 페린 뷰퍼드에게 드리블 공간을 내주지 않는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쳤고, 공격에선 이정현(소노)과 이승현(현대모비스), 장재석(KCC)이 골밑과 미드레인지를 가리지 않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마줄스호 1옵션' 이현중도 시작부터 뜨거웠다. 1쿼터에만 9득점 5리바운드를 쓸어 담아 한국의 20점 차 리드를 이끌었다.
마침표는 장재석이 찍었다. 1쿼터 종료 약 8초 전 골밑에서 하킴 올라주원을 연상시키는 '드림 셰이크'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득점과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했다. 환상적인 3점 플레이였다.
한국은 28-8로 첫 10분을 마쳤다.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이었다.
2쿼터에도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요르단은 뷰퍼드 1대1 공격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한국 수비가 좀처럼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준석(시애틀대)과 이정현의 대인 방어가 단단했고 도움 수비 타이밍까지 절묘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장면은 여준석의 복귀였다.
족저 근막염으로 조별리그 2경기를 건너뛴 여준석은 2쿼터 2분여 만에 호쾌한 앨리웁 덩크를 꽂아 넣었다. 스크린으로 상대 빅맨 파디 무스타파를 완벽하게 묶은 이우석(상무)의 보이지 않는 지원까지 더해진 작품이었다. 여준석은 착지 뒤에도 별다른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아 몸 상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잠시 위기도 있었다. 한국은 2쿼터 중반 이날 첫 연속 실책을 범하며 다 터커와 뷰퍼드에게 잇달아 실점했다.
그러자 마줄스 감독이 '찬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대회 처음 코트를 밟은 최준용(KCC)이었다.
최준용은 투입되자마자 왼쪽 45도에서 깨끗한 3점슛을 꽂아 대표팀 복귀를 화끈히 신고했다. 한국은 이 득점으로 에디 다니엘(SK)을 제외한 출전 선수 11명이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득점하는 고른 화력을 자랑했다.
이정현 '손끝'도 뜨거웠다.
2쿼터 7분께 연속 외곽포를 터뜨려 48-16, 정확히 트리플 스코어를 만들었다. 이현중과 최준용이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자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고 이정현에게 정확한 패스를 공급했고, KBL MVP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정현은 이때까지 3점슛 5개 가운데 3개를 적중하며 12점을 책임졌다. 지난 13일 일본전(100-83 승)에서 25점을 폭발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날카로운 득점 감각을 뽐냈다.
한국은 51-27, 24점 차로 전반을 마쳤다.
중계를 맡은 조현일 SBS 해설위원이 "마줄스 감독 부임 후 가장 아름다운 경기력"이라 호평할 만큼 공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웠다.
후반에는 이현중이 코트를 지배했다.
한국은 3쿼터 초반에도 14-5로 요르단을 몰아붙여 65-32까지 달아났다. 추격의 불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현중은 연속 3점포로 개인 20득점 고지를 밟았다. 볼 없는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찾아가는 감각이 빛났고, 공을 잡은 뒤에는 불필요한 드리블 없이 곧바로 슛을 올라갔다. 빠르고 간결했다.
득점만 잘한 것도 아니었다.
리바운드와 패스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직접 포제션을 마무리하고, 공수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동료 움직임까지 살리는 다재다능함으로 요르단 수비를 완전히 흔들었다.
이현중은 3쿼터 종료 3분 30초 전 왼쪽 코너에서 다시 한번 3점슛을 터뜨려 79-42를 만들었고, 이어진 공격에선 최준용 패스를 받아 컷인 득점까지 성공했다.
백미는 초장거리 3점포였다.
이현중은 다 터커가 순간적으로 공간을 내주자 지체 없이 '딥스리'를 던졌다. 공은 그대로 림을 갈랐다. 스코어 84-44, 40점 차였다.
사실상 이때 승리 추가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마줄스 감독은 28점을 채운 이현중을 벤치로 불러들여 에이스의 체력을 안배했다.
한국은 85-51로 3쿼터를 마쳤다. 이번 대회 들어 또 한번 '약속의 3쿼터'가 완성됐다. 해당 쿼터에서만 무려 34점을 몰아친 한국은 나고야에서 치른 4경기 모두 3쿼터 30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놀라운 화력을 이어갔다.
승부가 기운 4쿼터에도 공격 본능은 식지 않았다.
이우석과 변준형(정관장), 유기상(LG)이 차례로 득점포를 가동해 요르단 추격 의지를 꺾었다. 최준용이 경기 종료 6분 24초를 남기고 상대 선수와 신경전 끝에 5반칙으로 퇴장한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한국은 종료 5분 52초 전 유기상이 톱에서 던진 3점슛이 림조차 건드리지 않고 그물을 갈라 102-70을 만들었다.
또 100점을 넘겼다.
인도네시아전 102점, 일본전 100점에 이어 3경기 연속 세 자릿수 득점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공격력에 물음표가 붙던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화력이다.
KBL 올스타 팬 투표 1위 출신 유기상은 막판 연속 득점까지 책임지며 대승 축포를 쐈다.
최종 스코어 114-80.
한국은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전 82-66 승리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를 102-48, 일본을 100-83으로 연파한 데 이어 우승 후보 요르단까지 34점 차로 무너뜨렸다. 4전 전승이다.
대회 전 분위기를 떠올리면 놀라운 반전이다.
마줄스 감독 부임 후 한국은 평가전과 FIBA 월드컵 예선 등에서 좀체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우려를 샀다. 특히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는 잇달아 큰 점수 차로 완패해 아시안게임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나 본 대회가 시작되자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이현중이 확실한 1옵션으로서 중심을 잡고 일본전을 기점으로 살아난 이정현이 공격 부담을 나눠 가졌다. 이승현과 장재석은 빼어난 림 프로텍팅과 스텝으로 골밑을 사수했고 유기상, 이우석 등도 내외곽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8강부터 여준석과 최준용까지 돌아오면서 가용 자원과 전술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3년 전 악몽을 지워낸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 중국에 패해 메달 경쟁에서 밀려났다. 순위 결정전 끝에 받아든 최종 성적은 7위. 한국 남자 농구의 아시안게임 역대 최저 순위였다.
2006 도하 대회 이후 처음으로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했다(6위). 2010 광저우 은메달, 2014 인천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동메달로 이어지던 메달 행진까지 뚝 끊겼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한국 남농은 아시아 4강에 가뿐히 복귀했다. 그것도 직전 대회 은메달리스트를 34점 차로 무너뜨리며 준결승행을 확정했다.
이제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한국은 바레인을 79-74로 일축한 이란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까지 남은 승리는 단 두 번이다.
항저우 7위 참사를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나고야에서 아시안게임 '12년 주기 우승' 추이를 보존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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