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메달 따고도 고개 숙였다…휠체어 탄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 → 대기업 미래 버린 이준석 '인성까지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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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안정적인 미래 대신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꿈을 선택했다. 기어코 한국 테크볼의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대기업 정규직의 기회를 포기하고 다시 축구공을 잡은 이준석(26)이 한국 테크볼 역사를 새로 썼다. 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의 기권으로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이준석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면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주인공이 됐다. 오는 20일에는 알리 자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승리의 기쁨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상대를 향한 행동이었다. 1세트를 12-10으로 따낸 뒤 2세트 초반 에이단이 왼쪽 허벅지를 붙잡고 쓰러졌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이준석은 환호하는 대신 코트를 빠져나갔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에이단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여 악수를 건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준석은 "그 선수도 큰 꿈을 갖고 출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에 그리던 결승에 올라가게 됐지만 그 상황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고 웃음을 뒤로 했다.
이준석의 결승행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완성됐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까지 우연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조별리그 5경기를 모두 2-0으로 이겼고 8강에서도 무실세트 승리를 거뒀다. 준결승에서도 1세트를 먼저 가져오며 이번 대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채 결승에 도달했다.
이준석이 걸어온 길은 더욱 특별하다. 21살까지 K4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뛰었다. 이후 족구를 거쳐 22살 무렵 테크볼을 접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잇따라 사라지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하며 5년간 테크볼과 거리를 뒀다.
다시 꿈을 꿀 계기를 만든 것은 아시안게임이었다. 테크볼이 이번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이준석은 대기업 생산직에서 정규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안정적인 미래를 내려놓고 운동으로 돌아왔다. 진천선수촌 입촌조차 쉽지 않은 환경에서 매일 훈련했고, 직접 비용을 부담해 헝가리 전지훈련까지 다녀왔다.
마냥 운동에 전념할 수 없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건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테크볼을 알릴 기회도 사라지고 앞으로 살아갈 길도 막막할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매일 밤 결승에 진출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버텼고, 새 역사를 썼다.
테크볼은 2012년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종목으로, 곡선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축구공을 주고받는다. 축구의 발기술과 족구의 볼 감각, 세팍타크로 특유의 공중 동작을 한데 섞은 것이 특징이다. 한 세트 12점씩 3세트 중 2세트를 먼저 따내면 승리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실업팀과 선수 지원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종목이다. 그런 불모지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준석이 첫 메달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경기다. 그는 "결승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테크볼을 알리고 선수들이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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