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가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1968년 그르노블(프랑스) 대회에선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익환(이규혁 아버지),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이현주 등이 출전했으나 다시 한번 세계 수준과 격차를 실감했다. 1972년 삿포로(일본) 대회와 1976년 인스부르크 대회,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는 미국의 에릭 하이든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부 전관왕(500m 1000m 1500m 5000m 1만m)이 되는 장면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세계 수준과 격차만을 실감하면서 실망감을 거듭하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1988년 캘거리(캐나다) 대회에서 드디어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의 가능성이 보였다. 배기태가 500m 5위와 1000m 9위를 차지한 것이다. 500m에서 배기태는 동메달리스트인 일본의 구로이와 아키라에게 0.13초 뒤졌다. <4편에서 계속>

한국은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의 꿈을 이뤘으나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500m+1000m)에서는 1990년 배기태가 우승하는 등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1991년 이후에는 1995년 밀워키(미국) 대회에서 김윤만이 우승한 데 이어 이규혁이 2007년 하마(노르웨이) 대회와 2008년 히렌벤(네덜란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2010년 오비히로(일본) 대회에서는 이규혁이 우승, 이상석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992년 2월 6일은 한국 '빙속사(氷速史)'에 남을 날이다. 이날 김윤만은 알베르빌(프랑스)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은메달 레이스를 펼쳤다. 입상권인 6위 이내에만 들어도 선전한 것이라던 경기 전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1분14초86으로 골인해 독일의 징케 올라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올라프의 기록은 김윤만보다 불과 0.01초 앞선 1분45초85였다. 김윤만은 한국의 '동계 올림픽 1호 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2년 뒤인 1994년 열린 릴레함메르 대회에 이어 1998년 나가노 대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또다시 '노메달' 시대를 겪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릴레함메르 대회에서는 여자부 500m에서 유선희가 기록한 5위가, 나가노 대회에서는 남자부 500m에서 김윤만이 올린 7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남자부 500m에서 이규혁이 수립한 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다시 ‘메달 시대’를 여는 한편 여자부의 메달 가능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동메달을 차지했고 17살의 여고생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5위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캐나다) 대회는 한국 동계 올림픽사를 새롭게 쓴 대회다. '은반의 여왕'의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세계 최고 스프린터가 된 모태범과 이상화, '빙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1만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이승훈 그리고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1500m에서 2관왕이 된 이정수가 이 대회의 주인공들이다.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 등 3명의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획득한 금메달은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500m 금메달은 1924년 샤모니에서 제1회 동계 올림픽을 치른 이후 86년을 이어져 오는 동안 한 차례도 없었던 이 종목의 '한 국가 남녀 동반 우승'이다. 이승훈의 금메달은 그가 7개월 전까지만 해도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활동했던 선수라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어 2014년 소치 대회 여자 500m에서 이상화가 2연속 우승하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정식 세부 종목이 된 단체 추월 남자부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세계적인 강호로서 위상을 든든하게 했다.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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