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제구력이 향상됐다는 것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아직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KIA의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기태 KIA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우리 팀 마무리는 임창용"이라며 흔들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이름 높은 지도자다. 선참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임창용을 여전히 마무리로 신뢰하는 것 또한 이런 배려의 연장 선상에서 해석하는 눈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창용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아쉬운 투구 내용을 보여 준 점, 그리고 우리 나이로 40을 넘긴 조건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임창용은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여전히 팀의 마지막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임창용 역시 두 경기에 출장해 실점 없이 제 몫을 다했다. 볼넷은 1개 있었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19일 광주 SK전은 임창용이 왜 여전히 KIA의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선수인지를 알게 한 경기였다.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첫 타자 최정용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세 타자 가운데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다.
백미는 이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대목이었다. 이날 임창용의 최고 구속은 145km가 찍혔다. 하지만 볼이 되는 공이었다. 여전히 구속은 부족하지 않았다.
임창용은 공격적인 볼 배합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을 자랑했다. 이재원을 상대로 볼카운트를 0-2로 유리하게 만든 임창용은 3구째 바로 승부에 들어갔다.
임창용의 이미지대로라면 직구 승부가 유력했던 상황이지만 고개를 저은 뒤 던진 임창용의 선택은 커브였다.
볼카운트 0-2에서 승부를 들어오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커브로 선 채 삼진을 잡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볼 카운트가 0-2로 몰리면 타자는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볼이 되는 유인구가 많은 만큼 볼로 보이는 공에는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이럴 때 높은 볼 존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커브는 타자를 선 채 돌려 세울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 공이 떠오르는 순간, 타자는 볼이라고 직감하고 타격을 멈추게 된다. 이 순간,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면 타자는 얼어붙은 채 돌아서야 한다.
임창용처럼 유리한 카운트에서 힘 있는 높은 직구로 시선을 흐트러트리는 셋업 피치를 많이 쓰는 투수에겐 더욱 효율적인 볼 배합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꺾이는 각도가 무디면 쓱 밀려 들어가며 장타를 맞기 좋은 공이 될 수 있다. 임창용은 제구와 자신감이 모두 넘치는 공을 뿌리며 강타자인 이재원을 삼진으로 막아 냈다.
베테랑 임창용이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가 빼어나다는 점, 그리고 그 수 싸움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위가 따라 주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공 1개뿐이었지만 벤치의 신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의미 있는 1구였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볼 카운트 0-2에서 커브로 삼진을 잡는 장면은 베테랑 임창용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며 "임창용이 지난 겨울 변화구를 많이 가다듬었다. 각이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올 시즌 변화구로도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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