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슈틸리케 2년 9개월, 무엇이 문제였나
작성일: 2017.06.15 06:2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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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4일(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2-3으로 졌다. 한국은 4승 1무 3패 승점 13점으로 조 2위를 유지했다.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차이는 1점이다. 한국은 이란(8월 31일)과 홈경기, 우즈베키스탄(9월 5일)과 원정 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산뜻한 시작을 알렸지만, 그 끝은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한국에도 너무 뼈아팠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 여론에 시달리게 된 것은 본질적으로 경기력에 있다. 전술적 역량, 경기 전략에 대한 접근 방법 등 한국을 종이 호랑이로 만든 장본인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선수들 개인의 기량 저하와 실수, 정신력 해이를 인정한다고 해도, 선수 선발과 선수단 관리 등 감독의 책임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기회는 받을 만큼 받았다. 한국은 단순히 월드컵 출전이 목표인 팀이 아니다. 한국의 감독은 뚜렷한 성과를 내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이 가진 역량을 끌어내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는 어떤 문제점들을 노출했는가.
# "장점은 돋보이게, 단점은 감추고" 전술적 목표는 어디에
모든 팀엔 강점과 약점이 있다. '전술'의 목표는 당연히 점유율 축구를 기반으로 팀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감추는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슈틸리케 감독 아래서 한국은 '점유율 축구'라는 '철학' 아래 경기를 치렀다. 점유율 축구라는 방법론을 공유하는 팀도 각자 팀 사정에 맞게 전술적 변형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장점은 공격에 있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측면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쿠스부르크), 남태희(레퀴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특징이 뚜렷하고 기량이 뛰어난 2선 공격수들이 많다. 중원을 지키는 기성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 중앙 미드필더다. 공격 지원 역시 활발하단 의미다. 한국은 8경기에서 11골을 넣어 A조 최다 득점 팀이다. 그러나 공격이 짜임새가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골을 만들었다. 특히 비틀거리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시리아전 이후 공격이 화끈했던 적은 없었다.
수비의 약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앙 수비수들이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해 '중국화 논란'이 불었지만, 중국엔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던 유명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수비수들의 기량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문제는 역습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니 역습 빌미를 줬고, 역습 때마다 수비 형태는 요동을 쳤다. 최종 예선 시작부터 '역습 시 수비 조직력 유지' 측면에서 발전한 것은 없다.
강점도 살리지 못하고 단점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최종 예선을 치를수록 더 집요하게 약점을 공략당했다. 4승 1무 3패의 성적은 경기 내용에 어울리는 결과였다.

# '약속' 없는 플레이, 구슬을 꿰는 것은 감독의 몫
감독은 선수라는 '구슬' 11명을 하나로 꿰어 하나의 목걸이로 만드는 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전술적 문제는 '디테일'이 없다는 것이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감추려면 선수들을 선발해서 배치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선수들을 특성을 살려 어떻게 '상호 작용'을 만들지가 감독의 손에 달렸다.
슈틸리케호는 장점인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2선 공격수들을 적극 활용해야 했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다. 슈틸리케 감독의 처방은 측면으로 2선 공격수들을 넓게 벌려 세우는 것뿐이었다. 손흥민조차 동료들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개인 돌파에 의존해야 했다. 손흥민은 2016-17 시즌 토트넘에서 일취월장했다. 토트넘에선 중앙 공격수 근처로 접근해 연계 플레이를 살렸다. 특기인 정확한 마무리로 시즌 21골을 기록했다. 슈틸리케호에서 그런 '세밀한 연계 플레이'는 찾기 어려웠다. 공격에 개인만 있고 팀은 없었다.
슈틸리케호의 수비엔 짜임새가 없었다. 수비수들은 일반적으로 공격수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 공격수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비력 유지를 위해선 조직력이 필수다. 예를 들어 미드필더들, 나아가 공격수가 상대 공격 방향을 제한하고, 한 방향으로 수비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비 전술은 수비수가 많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 능력으로 달려들어 공을 빼앗는 것 외의 수비 전술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공보다 빠를 순 없다. 체력도 소진한다.
커버플레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수비수는 항상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드리블 돌파를 당할 경우를 대비해 간격을 유지했다가 빠르게 뛰어나와 수비를 해야 한다. 기본적인 수비적 약속도 허술했다. 슈틸리케호가 카타르의 공격에 흔들린 것은 조직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본적인 '약속'이 없다는 것은 감독의 문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을 하나로 조립할 순 없다. 뛰어난 선수를 살리고 싶다면, 감독이 특정 선수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야 한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조직력을 다지지 못한 것은 명백한 감독의 책임이다.
# 선수 선발, 못한 선수보다 뽑은 이의 문제다
선수 선발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부임 뒤 얼마 되지 않아 치른 대회에서 얻은 성과에 모두가 고무됐다. 공격진에선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란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그것도 상주 상무에서 이정협이란 보물을 발견한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도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엔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선발과 기용이 이어졌다. 뚜렷한 주전이 없었던 공격진에서 문제가 심했다. 이정협, 황의조(성남FC)가 K리그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데도 계속 승선했다.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김신욱은 대놓고 '플랜B'로 지정해 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신욱만 들어가면 '롱볼 축구'가 됐다. 전북 현대에선 발로 골을 넣는 김신욱이 대표 팀만 오면 '전봇대'가 됐다.
'깜짝 발탁'은 이어졌지만 결과가 나질 않자 감독의 문제로 돌아갔다. 지난 3월 중국 원정 때는 허용준을 발탁했다. 허용준(전남 드래곤즈)은 분명 K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신예다. 그러나 중국전 패배를 앞두고 투입되기엔 경험이 부족한 선수였다. 하필 0-1로 뒤진 시점에 마지막 교체 카드가 허용준일 필요는 없었다. 3월 명단 발표 때 곽태휘를 억지로 포함시켰다가 부상 정도가 심해 멤버를 교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어느새 슈틸리케의 선수 선발 원칙은 '실험'에서 '고집'으로 변했다. 지난해 9월 시리아전을 앞두고 명단 전부를 채우지 않고 경기에 나서 0-0 무승부를 거두기도 했다.
카타르전을 앞두고도 선발에도 논란은 있었다. 중국 규정 변화로 최근 출전이 없었던 장현수(광저우 R&F),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유럽파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 등이 포함됐다. 장기 부상이 있었고 주력이 떨어져 고민인 곽태휘 역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선수들이 아니라 익숙한 선수들이 다시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황일수, 이창민(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정도가 새로운 얼굴이었다.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점검했던 이청용, 박주호는 카타르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장현수, 곽태휘는 불안한 수비로 카타르전에서 3실점을 했다. 중앙 수비수 2명 만의 문제라고 할 순 없지만 수비수로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자신이 중용했던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살리려는 목적으로 이해하기엔 이번 카타르전은 결과가 너무 중요했다.
# 결과 내지 못하는 감독, 월드컵에서 잘하고 싶다면
내용이 부진하더라도 결과를 내는 감독도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그런 경우도 아니다. 한국과 비교해 전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팀을 최종 예선에서 만나자 금세 밑천이 드러났다. 2차 예선에서 만났던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는 고전하지 않았을 뿐이다. '선 수비 후 역습'을 쓴 아시아 팀들에 고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써서 내용을 포기하고 결과를 잡는 감독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침 속에서도 경기를 주도하겠다고 자신의 축구를 고집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 대패했다. 강팀을 잡을 대안도 없는 상태다. 조직력 없는 점유율 축구의 한계였다. 월드컵에 나가서 만날 팀은 아시아 팀들보다 더 강하다. 지금같은 상태라면 한국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시적 부진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없는 상태다. 한 번만 더 미끄러지면 이제 러시아 월드컵 다음을 노려야 한다. 당장의 결과 때문이라도 경질이 현실적인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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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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