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시선] 류현진 현란한 볼배합 그 뒤에 감춰진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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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3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이 갖고 있는 재능이 어느정도인지를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그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의 전부를 보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현란한 볼배합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현란함 뒤엔 투구수 증가라는 어두운 구석도 있었다.
류현진은 기본적으로 직구와 체인지업이 강한 투수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가 있고 최근 장착한 컷 패스트볼이 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커터)였다. 좌투수의 몸쪽으로 꺾이기도 하고 슬라이더 처럼 바깥으로 휘어나가는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 '생소함'이라는 무기가 됐다.
커터의 위력도 놀라웠다. 엄밀하게 말하면 커터는 새로 익힌 구종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이 커터의 운영 폭을 크게 넓혔다.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우타자의 바깥쪽(볼)에서 바깥쪽(스트라이크)으로 떨어지는 백 도어 커터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각 큰 커브도 종종 섞어가며 던졌고 체인지업도 활용했다.
하지만 현란한 볼배합이 꼭 류현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투구수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 이닝에 15개 정도가 이상적인 투구수라고 한다. 하지만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단 한 번도 15개 이하 투구를 하지 못했다. 20개 이상 이닝이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볼 배합으로 타자를 현혹 시키는 것은 좋았지만 유인구가 늘어나며 투구수가 증가하는 약점을 보이고 말았다.
이전의 류현진은 '칠 테면 쳐 보라"는 당단함이 있는 볼 배합을 했다. 삼진도 많았지만 맞춰 잡으며 쉽게 쉽게 이닝을 넘겨가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날은 달랐다. 바깥쪽 위주로 달아나는 승부가 많았다. 어렵게 승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속 시원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전 두 경기서 내리 7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이터로서 강점을 어필했던 류현진이 이날만은 5이닝을 겨우 채운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다양성이 가진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을 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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