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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의 NBA액션] '동향·MVP' 커리-르브론, '7년 기다림' 대결 이뤄질까

작성일: 2015.05.26 10:32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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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현일 해설위원] 2008년 겨울 무명 데이빗슨(Davidson) 대학을 다니던 한 청년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르브론 제임스는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대학농구 경기장을 찾았다. 샤프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그 선수는 르브론이 보는 앞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를 상대로 42득점을 올렸다. 특히 팀에 4점 차 리드를 안기는 8m 장거리 3점슛을 넣을 때에는 르브론이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두 MVP의 2008년 겨울, 그리고 7년 뒤

그로부터 7년 뒤 르브론은 팬이라고 자처한 그 선수와 함께 2015 올스타 무대를 누볐다. 그는 자신의 안목에 대해 한참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거 보세요. 전 대학 때 그 녀석이 크게 될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제 말을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NBA 단장을 맡는다면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요?”

데이빗슨 대학 돌풍을 이끈 주역이자 르브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선수’는 바로 스테픈 커리다. 데릭 로즈, 케빈 듀란트에 이어 세 번째 ‘1988년생 MVP’에 뽑힌 커리는 올 시즌 우승에 목마른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 40년 만의 챔피언 트로피를 배달하려 한다.

 PO까지 접수하다

올해 데뷔 6년 차를 맞이한 커리는 2014-2015시즌 정규리그 MVP에 뽑혔다. MVP 투표 역대 5번째로 적은 격차로 제임스 하든을 따돌렸다. 그는 MVP 수상 소감에서 “늘 아버지를 닮으려 노력했다. 가족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라며 NBA 선배이자 아버지인 델 커리에게 공을 돌렸다.

동료를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커리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 상은 받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함을 기억하고자 이 MVP 트로피에 모든 동료들의 지문을 찍으려 합니다”라며 각별한 동료애를 전했다.

커리의 올 시즌 활약은 눈부셨다. NBA 단일시즌 최다인 286개의 3점(평균 3.6개)을 꽂아 넣었다. 소속팀 골든스테이트를 리그 전체 1위인 67승으로 이끌었다. 67승은 2006-07시즌 댈러스 매버릭스 이후 최다 승률. 스티브 커 감독(감독상)과 드레이먼드 그린(기량발전상, 수비수상)이 아쉽게 수상을 놓친 상황에서 커리의 MVP 등극은 워리어스 팬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소식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커리의 매운맛은 날로 양념을 더해가고 있다. 커리는 휴스턴 로키츠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을 치르기 전까지 총 13경기에서 무려 64개의 3점을 터뜨렸다. 그는 2001년 레지 밀러가 기록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3점 기록(58개)을 가볍게 경신했다. 당시 밀러는 22경기를 뛰면서 58개의 3점을 터뜨렸다. 커리는 단 13경기에만 출전하고도 3점의 새 역사를 썼다.

또 플레이오프에서 30득점 이상을 거두면서 5+리바운드, 5+어시스트, 5개 이상의 3점슛을 동시에 기록한 5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커리보다 앞서 이 기록을 남긴 선수는 마누 지노빌리, 코비 브라이언트, 레이 알렌, 래리 버드로 이들의 챔피언 우승 횟수를 합치면 14회에 달한다. 한편 커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총 9번의 ‘5-5’(어시스트-3점슛)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워리어스 관계자들은 커리의 활약에 혀를 내두른다. 애리조나 대학과 NBA 통산 3점 성공률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당대 손꼽히는 슈터로 명성을 얻었던 스티브 커 감독은 “이런 슛을 던지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014-2015시즌 올해의 경영인에 뽑힌 밥 마이어스 워리어스 단장도 “커리에게 터프샷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칭찬에 열을 올렸다.

커리는 스티브 커 감독이 지키고 있는 정규리그 역대 3점슛 성공률 1위 기록에 1.4% 차이로 다가섰다. 그러나 영양가로 치면 커리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서른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커리는 커 감독보다 470개 이상 더 많은 3점을 꽂아 넣었다. 플레이오프 3점슛 성공률 역시 37.0%인 커보다 높은 41.8%를 기록 중이다.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상위 5걸 가운데 커리는 무려 세 칸을 차지하고 있다. NBA 역대 최강의 3점 슈터가 아닐 수 없다.

만약 휴스턴을 꺾고 NBA 파이널에 진출한다면 골든스테이트는 40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게 된다. ‘강백호 자유투’로 유명했던 릭 베리가 이끌던 그 시절이었다. NBA 역사에 얼마 없는 ‘원맨팀 우승’이라 일컬어지는 1975년 우승의 기쁨을 재현한다면 워리어스는 또 다른 업적을 아로새길 수 있다. ‘에이스 포인트가드가 이끈 챔피언’이 그것. NBA를 역사를 놓고 봐도 1옵션 포인트가드가 위력적인 빅맨 없이 팀 우승을 이끈 경우는 별로 없었다.

▲ 르브론 Being 르브론

고향으로 돌아온 르브론도 변함없는 위력을 뽐내고 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케빈 러브를 부상으로 잃는 악재를 맞았음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15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평균 27.9득점 10.5리바운드 8.4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르브론은 5년 연속 파이널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기록도 풍성하다.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컨퍼런스 결승 3차전에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제이슨 키드(11회)를 제치고 PO 트리플-더블 2위에 등극했다(1위는 매직 존슨의 30회). 또 엘진 베일러에 이은 또 다른 ‘준우승 제조기’ 칼 말론을 제치고 PO 통산 득점 6위로 뛰어올랐다. PO 단일경기 30+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횟수에서 마이클 조던을 2위로 끌어내린 르브론은 PO 최다 30+득점 부문에서도 카림 압둘-자바와 동률을 이뤘다.

올 시즌 르브론은 개인 통산 아홉 번째 올-NBA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NBA 최다(11회)인 코비 브라이언트, 칼 말론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르브론은 애틀랜타 호크스와 컨퍼런스 파이널을 앞두고 “홈보다 원정경기가 더 즐겁다. 원정 관중들을 조용히 만들 때 희열을 느낀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르브론이 이끄는 클리블랜드는 골든스테이트와 마찬가지로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 4차전 이후 내리 6연승 중이다.

애틀랜타와의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은 르브론의 ‘의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한판이었다. 사실 이날 르브론의 슛 감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첫 야투 10개를 모두 놓쳤다. 그는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도합 NBA에서 1081경기를 치른 베테랑이다. 이런 르브론도 0-10의 야투로 경기를 시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러브와 어빙의 공백을 메우느라 체력 소모가 심했던 그는 이날 경기 막판 다리 경련으로 고전했지만 끝까지 코트에 머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최종 기록은 37점 18리바운드 13어시스트 3스틸.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이런 성적을 올린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23개의 야투 실패는 자신의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다 기록이었다. 그러나 르브론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라며 킬러 본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3차전에 앞서 르브론은 클리블랜드 지역 팬들을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3년 전 두 명의 흑인이 클리블랜드 지역 경찰 13명이 쏜 137발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2015년 5월 24일 클리블랜드 법원은 경찰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지역 시민들은 공분을 감추지 못했다.

르브론은 “폭력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들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한 뒤 “스포츠는 고통 받는 이들에게 좋은 위안이 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다. 클리블랜드가 가진 열정을 되돌려 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는 말로 시민들을 안정시켰다. 3차전에 승리하며 약속을 지킨 르브론은 캐벌리어스의 8년 만의 파이널 복귀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만약 클리블랜드가 애틀랜타를 꺾고 파이널에 진출한다면 르브론은 5년 연속 NBA 결승 무대를 밟게 된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지난 4년간 매 시즌 100경기 가까이 뛴 르브론이 각종 어두운 역사로 점철된 클리블랜드에 우승을 안길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동향(同鄕) 맞대결, 성사될까

르브론과 커리는 동향(同鄕)이다. 둘은 4년 차이를 두고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태어났다. 르브론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지역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었다. 그러나 2005-2006시즌 후 클리블랜드 지역번호를 문신으로 새기고 오프시즌마다 오하이오주를 찾아 선행에 앞장서는 등 고향에 대한 큰 애착을 드러내 왔다.

반면, 커리는 조금 다르다.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출생 후 클리블랜드를 떠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인 델 커리가 토론토에서 활약했을 때에는 토론토 온타리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학교 에이스였던 커리는 2년간 소속팀을 무패로 이끌었다.

커리는 자신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르브론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르브론의 경기를 자세히 시청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르브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MVP 후보에요. 지구 상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입니다. 제가 투표권을 갖고 있다면 르브론에게 한 표 던질 겁니다.”

2015 파이널 대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선수가 이끄는 클리블랜드와 골든스테이트가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자웅을 겨룰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NBA 역사를 놓고 봐도 시리즈 전적 0-3에서 끌려가던 팀이 열세를 극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또 르브론은 7전 4선승제에서 첫 2경기를 잡아낸 지난 14번의 시리즈를 모두 승리로 마무리했다.

7년 전 겨울 풋풋한 대학생의 생기 넘치는 플레이에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던 리그 최고의 선수는 한 시즌의 챔피언을 가리는 무대에서 ‘그때의 대학생’과 만날지도 모른다. 그간 몰라보게 성장해 MVP로 거듭난 커리와 여전히 현역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르브론의 맞대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커리와 르브론의 시즌 마무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1] 스테판 커리 ⓒ Gettyimages

[사진2] 르브론 제임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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