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픈] 정현, '페더러 알프스산맥' 넘을 3가지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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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 스위스, 세계 랭킹 2위)는 알프스산맥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알프스산맥은 유럽 중남부에 있는 큰 산계다. 이 산맥은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다.
페더러가 태어난 곳은 스위스 바젤이다. 알프스산맥이 거쳐가는 국가인 스위스가 고향이다. 페더러는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 그는 테니스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모든 기술이 깨끗하다. 볼을 치는 폼도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우아하다. 험준한 알프스산맥을 쉽게 정복하기 어렵다.
페더러의 시대가 열린 해는 2003년이다. 그해에 열린 윔블던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됐다.
모든 테니스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인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윔블던 프랑스오픈 US오픈)에서만 19번 우승했다. 이 기록은 테니스 역사상 최다 우승이다. 많은 선수는 페더러의 벽을 넘기 위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알프스 산맥은 아름답고 우아하다. 또한 험준한 지형 때문에 산악인들이 쉽게 등반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렇게 알프스산맥과 흡사한 페더러는 16년간 코트를 지배했다. 그의 경력 가운데 '옥에 티'가 있다. 숙명의 라이벌인 라파엘 나달(32, 스페인, 세계 랭킹 1위)과 상대 전적에서 15승 23패로 밀린다는 점이다. 페더러는 나달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많이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활에 성공한 페더러는 나달을 4번 만나 모두 승자가 됐다. 자신의 유일한 결점마저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호주 오픈에서도 페더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준결승까지 그는 무실세트를 기록 중이다. 나달은 8강 5세트에서 부상으로 기권했고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세계 랭킹 14위)는 한국에서 온 22살 청년에게 무릎을 꿇었다. '언더독의 반란'이 많이 일어난 이번 대회에서 페더러의 아성은 굳건하다.
정현(22,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 세계 랭킹 58위)은 마침내 '황제' 페더러를 만난다. 이들은 26일 오후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 경기는 한국 테니스 역사상 가장 주목할 순간이다. 테니스의 변방국이었던 한국에서 어느새 테니스의 전설과 결승 진출을 다투는 경기를 보는 날이 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페더러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꿀 요소는 존재한다.

첫 번째 - 긴 경기를 하지 않는 페더러, 브레이크 기회 오면 놓치지 말아야
37살인 페더러와 22살인 정현의 나이 차는 15살이다. 페더러가 퓨처스 투어에서 유망주로 성장할 시기에 정현이 태어났다. 15년이란 나이 차가 증명하듯 코트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쌓은 경험과 노련미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SPOTV 테니스 해설위원인 박용국 NH농협 단장은 "페더러와 정현은 수준이 다르다. 페더러는 오랜 경험은 물론 현재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현이 그동안 만났던 선수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릴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페더러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번 호주오픈에서도 페더러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의 장점은 베이스라인에서 펼쳐지는 스트로크 싸움이다. 랠리를 오래 가져가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는 것이 정현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경기 스타일이 비슷했던 조코비치는 이런 경기 운영을 이끌 수 있었다. 여전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조코비치는 스트로크 싸움에서 정현에게 밀렸다. 8강전 상대인 테니스 샌드그렌(26, 미국, 세계 랭킹 97위)도 정현의 전략에 말려들었다.
반면 페더러는 이런 경기 스타일을 피한다. 박 단장은 "페더러는 경기를 오래 끌고 가지 않는다.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는 강하게 서브를 때린 뒤 코트 앞으로 돌진해 포인트를 낸다"며 "페더러는 그라운드 스트로크 싸움을 미리 피하는 경기를 한다. 그렇기에 정현이 의도하는 방식으로 쉽게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더러는 8강전까지 치러진 5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이 되지 않는 1시간 58분이다.
박 단장은 "페더러는 경기를 할 때 10구 이상 끌고 가지 않는다. 7구 정도에서 포인트를 내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볼 때 페더러를 상대로 브레이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철저하게 잡고 브레이크를 노리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브레이크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박 단장은 "현재 페더러를 상대로 브레이크하기는 쉽지 않다. 정현은 이번 대회 타이브레이크에서 모두 이겼다.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 창과 방패의 대결, 그물망 수비에 이은 역습 필요
이번 호주오픈에서 나타난 정현의 코트 커버 능력과 수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3회전에서 만난 알렉산더 즈베레프(21, 독일, 세계 랭킹 4위)의 위력적인 서브와 공격도 정현의 수비 앞에 무너졌다.
페더러는 지난해 한층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정교한 서브로 상대의 리턴을 흔든 뒤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박 단장은 "이번 경기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정현은 페더러의 한 템포 빠른 공격을 막아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좋은 리턴이 필요하다. 탄탄한 수비에 이어 나오는 패싱샷도 필요하다. 조코비치와 경기에서 나왔던 그런 신들린 패싱샷도 페더러와 경기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페더러의 까다로운 서브를 받아내는 리턴과 견고한 수비는 이변을 일으킬 열쇠다. 페더러는 공격과 수비가 모두 뛰어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공격과 서브에서 페더러를 압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비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수비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림 같은 패싱샷으로 역습을 노리는 점도 중요하다.

세 번째 - '전설' 만났다는 부담감 버려야…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정신력
경기를 오래 끌고 가려면 1세트를 따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실세트로 준결승까지 올라온 페더러가 처음 세트를 뺏길 경우 집중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페더러의 체력 문제에 대해 박 단장은 "나이가 37살이면 체력에 분명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페더러의 컨디션은 매우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페더러의 위대함은 뛰어난 기량을 유지한 '자기관리'에 있다.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건강과 준비를 100% 준비하고 열심히 뛰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이 내린 엄청난 재능을 가졌지만 자기 관리 실패로 코트를 떠난 이는 많다. 페더러가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페더러는 테니스 선수로 모든 것을 이뤘지만 자신의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나는 언제나 다음 시즌에 또 뛸 것으로 생각했다. 계속 코트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전히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페더러는 타고난 재능과 엄청난 노력,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모두 성공했다. 전 세계인들이 그를 향해 끊임없이 갈채를 보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페더러는 25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준결승전 상대인 정현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정현은 조코비치처럼 수비가 탄탄하다. 많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승패를 떠나 테니스의 전설을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만나보는 것은 정현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 박 단장은 지나치게 결승 진출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정현 선수가 페더러가 아닌 지금까지 맞붙어온 상대로 생각하고 당당하게 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큰 선수의 이름에 주눅이 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해도 정현이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 페더러와의 경기는 한편으로는 부담이 없다. 한국 테니스 선수가 사상 처음 호주 오픈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는 값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경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경기가 더 많은 정현의 앞날을 생각할 때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조코비치와 경기에서도 정현은 욕심을 버리고 경기에 임했던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정현은 8강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긴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다"며 "긴장하면 상대에게 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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