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르브론 제임스(31,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2015년 봄은 2등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파이널 6차전에서 보여준 '왕의 농구'는 다시 한번 빛났다.

르브론은 17일(한국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퀵큰 론즈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BA 파이널 6차전에서 97-105로 무릎을 꿇었다. 32득점 18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또다시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맹활약을 펼쳤으나 마지막 점 하나를 찍어내지 못했다.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경기 종료 10.8초전 스테판 커리에게 악수를 건넬 때 그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리그 대표 스트레치4' 케빈 러브, '좌장' 카이리 어빙이 부상으로 봄 농구에서 낙마했다. 이 탓에 익숙하지 않은 언더독 위치에 서게 됐다. 홀로 싸우고 있는 제임스는 5차전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세계 최고(World best)다. 반드시 오클랜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6차전에서 승리해 시리즈 전적 동률을 만든 뒤 7차전이 열리는 오클랜드로 짐을 꾸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조력자가 없었다. 그의 개인 통산 3번째 우승 반지는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5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36.6득점 12.4리바운드 8.8어시스트를 올렸다. NBA 파이널에서만 2번의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역대 최고의 '파이널 플레이어'란 표현으로 제임스를 극찬했다. 클리블랜드가 패하더라도 파이널 MVP는 르브론의 돼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NBA 역사상 결승서 패한 팀이 MVP를 배출한 사례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미국 4대 메이저 스포츠리그로 범위를 넓혀봐도 3번 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960년 뉴욕 양키스의 바비 리차드슨과 1969년 '포인트가드의 포인트가드' 제리 웨스트(LA 레이커스), 1971년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척 하울리가 준우승에도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 선정됐다. 올 시즌 파이널 MVP는 '숨은 승리 인력거' 안드레 이궈달라가 차지했다.

눈에 보이는 기록도 대단했다. 그러나 르브론이 시리즈 내내 소화했던 역할이 더 눈부셨다. 볼배급부터 1대1 돌파를 통한 공간 창출, 패턴 수비, 리바운드 등 코트 구석구석 르브론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그야말로 가드부터 센터 역할까지 클리블랜드 공수의 모든 것을 책임졌다. 특히 승부처에서 마지막 '한 골'이 필요할 때 르브론이 아닌 다른 선수가 공을 잡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적장 스티브 커 감독도 '농구선수 르브론'의 존재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파이널에서 2승 3패로 뒤진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2년 전에 한 번 있었다. 2013년 마이애미 히트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마이애미의 코트 위 리더가 바로 르브론이었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와 '원조 빅3'를 구성해 통산 두 번째 우승 반지를 손가락에 채웠다. '2013년 재림'을 꿈꿨으나 아쉽게 '역전 드라마 시즌2'는 이뤄지지 않았다.

르브론은 6차전에서 32득점을 올리며 NBA 플레이오프 통산 5020점째를 올렸다. 역대 6번째 기록이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르브론은 '고군분투'의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이제 '권토중래'를 꿈꾼다. 모든 걸 쏟아부은 르브론도,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눈물을 쏟은 팬들도 다른 결말의 '2016년 6월'을 꿈꾼다. 반세기에 걸쳐 메이저 우승 경험이 없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주민에게 '르브론의 선물'은 잠시 미뤄졌다.

[사진] 르브론 제임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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