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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러시아 D-8] 백태클 퇴장, 개구리 점프…멕시코에 큰 코 다친 1998년

작성일: 2018.06.06 07: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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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점 후 퇴장으로 가린샤 클럽에 가입한 하석주
▲ 개구리 점프로 한국 수비를 농락한 블랑코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 경기하게 된 멕시코를 쉽게 보는 시선은 없다. 오히려 마지막 경기로 만나는 독일 보다, 2차전 상대 멕시코가 가장 어려운 적수라는 전문가와 여론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멕시코는 최근 6개 대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오르며 북중미의 맹주에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20년 전, 한국 축구의 시각은 달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E조에 속한 한국은, 유럽의 네덜란드와 벨기에 보다 첫 경기에서 만날 북중미의 멕시코를 ‘첫 승 제물’로 지목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차범근 감독 체제로 신명나는 승리 행진을 거뒀던 한국의 당시 자신감은 높았다. 

본선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 평가전에서 핵심 공격수 황선홍이 부상을 당했지만, 최용수와 김도훈, 프랑스 무대에서 뛰던 서정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수비의 중심 홍명보도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주목 받고 있었다.

1998년 6월 13일 리옹의 스타드 드 제를랑에서 치른 멕시코전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14일 자정 넘어 밤 12시 30분에 열렸다. 밤잠을 설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시간. 멕시코전은 시청률 79.2%를 기록해 역대 월드컵 경기 중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그리고 깨지기 어려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27분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던 하석주의 프리킥 슈팅이 멕시코 수비수 머리를 맞고 굴절되며 번개 같은 반사신경으로 유명하던 단신 골키퍼 호르헤 캄포스를 꼼짝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하석주는 감격의 첫 골을 넣은 지 3분 만에 의욕이 넘쳐 전방 수비를 펼치다 멕시코 선수에 백태클을 가한 뒤 퇴장 당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은 공격수가 대비하기 어려운 뒤에서 시도하는 태클에 대해 곧바로 퇴장을 주도록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하석주는 백태클 퇴장 1호 사례가 되고 말았다. 월드컵에서 득점한 경기에 퇴장 당하는 가린샤 클럽에 가입한 한국의 1호 선수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행운의 골로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한국은 침착성 부족과 경험 부족, 상대에 대한 경계 부족을 일거에 당했다. 멕시코 공격수 쿠아테목 블랑코는 공을 두 다리 사이에 끼우고 개구리 점프로 한국 수비를 벗겨내는 묘기를 선보였고, 대회 전부터 경계한 금발 공격수 루이스 에르난데스는 기어코 후반전에 두 골을 넣었다.

멕시코는 전반전에 한국에 리드를 내줬으나 후반전에는 수적 우위와 체력 우위를 바탕으로 세 골을 내리 몰아쳤다. 후반전 3실점으로 흔들린 한국의 정신력은 네덜란드와 2차전 경기에도 이어졌다. 경기 시작과 함께 김도훈이 시원한 슈팅으로 옆그물을 때렸고, 최용수도 활기찬 플레이를 펼쳤으나 전반 37분 필립 코쿠에게 선제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총 다섯 골이 나왔다. 

▲ 후반전에 두 골을 넣은 에르난데스


운영의 묘가 부족했고,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대응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침착하지 못했다. 지금 한국 축구의 과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지만, 안다고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만날 멕시코, 그때의 네덜란드에 비견할 수 있는 독일. 벨기에와 대응할 수 있는 스웨덴까지. 

한국은 매 대회 유럽과 중남미의 강호를 만났고, 쉬운 경기는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은 세계 무대에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임했고, 2014년 브라질 대회 참패 전까지 꾸준히 승리의 경험을 해왔다. 

20년 전, 북중미와 아시아는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취급 받았다. 2018년에는, 아시아도 북중미도유럽, 남미와 격차를 좁혔다. 아시아 보다는 북중미, 그 중에서도 멕시코 축구는 더 강해졌다. 20년 전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선, 그 때보다 멕시코를 더 존중하고, 더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신태용호가 멕시코에 거뒀던 승리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들뜨지 않고 냉정하게. 이번에는 멕시코가 큰 코를 다치는 팀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 멕시코에게 패배와 탈락을 안긴 2016년 올림픽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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