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 ⓒ한희재 기자
▲ 김범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투수 김범수가 점차 선발투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김범수는 18일 대전 KIA전에서 5.2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아내며 6피안타 1사구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2승(3패)째.

5.2이닝 투구는 김범수의 올 시즌 최다 이닝 투구 기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경기에서 볼넷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몸에 맞는 볼이 하나 나오기는 했지만 볼넷으로 주자를 공짜로 보내 주는 일은 없었다.

김범수는 널리 알려진 파이어 볼러다. 좌완 투수로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문제는 제구다. 불안정한 제구 탓에 늘 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볼넷에 대한 부담은 언제나 김범수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 김범수가 무볼넷 경기를 하며 시즌 최다 이닝 투구와 2승째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사이 김범수의 제구가 천지개벽을 한 것일까.

정답은 다른 곳에 있다. 김범수의 제구가 향상됐다기보다는 제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 호투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김범수는 "제구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지난 겨울 개인 훈련을 하며 배영수 선배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지난 겨울 자율 훈련 기간 배영수, 김민우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개인 훈련을 했다. 김범수는 "배영수 선배님은 프로 21년의 경험을 거의 모두 전수해 주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 중 가장 크게 김범수의 가슴을 울린 조언은 "제구가 잘 안되는 너의 패스트볼은 오히려 타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나만 노리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로 공이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반대로 그걸 네가 활용해라. 너의 잘 잡히지 않은 제구는 타자의 노림수를 피해 갈 수 있는 최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투수는 코너에 몰리면 일단 빠른 공을 찾게 마련이다. 김범수처럼 패스트볼의 구위가 타자의 힘을 억누를 수 있는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타자도 투수의 빠른 공을 노리게 된다. 일정한 코스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반대로 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김범수와 같은 유형의 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제 어디로 공이 올지 알 수 없다. 패스트볼을 추측할 수는 있어도 어디로 들어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제구가 좋은 투수라면 반대로 타자가 그 패스트볼만 노릴 수 있다. 바깥쪽 낮은 존은 대부분 타자에게 약점이 되지만 노려서 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범수의 단점이 장점으로 살아날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타자는 바깥쪽 낮은 존을 노려 칠 수 없다. 공이 어디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시즌 전 "배영수 선배님의 조언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제대로 제구가 돼야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투수가 코너에 몰리면 바깥쪽 낮은 존을 목표로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는 늘 그 존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약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타자로서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 나는 앞으로 그것을 파고들 생각이다. 어느 코스건 스트라이크만 되면 된다. 타자도 헷갈릴 것이다. 꼭 완벽한 제구를 하려고 애쓰지 않을 생각이다. 내 오락가락하는 제구가 반대로 타자에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구위를 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선발투수로서 김범수를 성장시켰다. 그가 직접 한용덕 감독을 찾아가 "선발이 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밝혔던 이유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제구력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린 김범수의 투구는 점차 안정감을 찾고 있다.

18일 대전 KIA전에서 긴 이닝 투구와 함께 무볼넷 경기를 만들어 낸 것이 그 증거다.

김범수는 "오늘(18일) 경기에서 내 공이 제대로 긁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제 제구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타자 머릿속이 복잡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던진다. 점차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으로 승화하고 있는 김범수. 이날의 승리가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있다.

마음의 짐을 덜게 된 김범수. 앞으로 그가 보여 줄 투구에 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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